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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경제학부 대학원생 70명이 18일 '학문의 균형과 경제학에서 비판정신 복원을 위해 마르크스경제학 전공 교수를 채용하라'며 학내에 호소문을 붙였다.
 서울대 경제학부 대학원생 70명이 18일 '학문의 균형과 경제학에서 비판정신 복원을 위해 마르크스경제학 전공 교수를 채용하라'며 학내에 호소문을 붙였다.


서울대 경제학부 대학원생들이 '마르크스경제학 전공 교수 채용'을 요구하며 20년 만에 다시 집단행동에 나섰다.

서울대(서울시 관악구 신림9동) 경제학부 대학원생 70명(박사과정 32명, 석사과정 38명, 각 과정 수료자 포함)은 18일 오후 중앙도서관과 사회대 등 3곳에 '학문의 균형과 경제학에서 비판정신 복원을 위해 마르크스경제학 전공 교수를 채용해 달라'는 호소문을 붙였다.

이들이 호소문을 붙인 까닭은 이번 달에 퇴임하는 김수행 교수 후임 문제 때문. 국내 최초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완역한 김 교수는 33명의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중 유일하게 마르크스경제학을 전공했다.

이러한 김 교수가 물러나면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진은 주류경제학 전공자 일색이 된다. 그렇지만 경제학부에서는 김 교수 후임을 마르크스경제학 전공자로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33분의 1이던 마르크스경제학 교수 퇴임... 미온적인 경제학부

김수행 서울대 교수(자료 사진).
 김수행 서울대 교수(자료 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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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경제학부장 이영훈 교수의 스승인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뉴라이트재단 이사장)가 지난해 11월 22일 "서울대 경제학부가 마르크스경제학자 1명을 용인하지 못할 정도로 옹졸하지 않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그 후에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올해 3월부터 강의할 교수를 뽑은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서도 마르크스경제학이 아닌 주류경제학 전공자가 채용돼, 올 1학기에는 마르크스경제학 전공 교수가 부재한 현실이다.

대학원생들이 문제삼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통상적 절차에 비춰볼 때, 올 2학기부터 강의를 맡을 마르크스경제학 전공 교수를 채용하려면 3월초까지는 경제학부 인사기획위원회와 전체 교수회의를 열어 '마르크스경제학 전공자 채용'을 결정해야 함에도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주류 경제학 위주인 경제학부가 마르크스경제학 전공 교수 채용을 의도적으로 기피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마르크스경제학의 존폐 여부를 놓고 많은 이들이 설왕설래하고 있다"며 "(김수행 교수) 후임 교수에 대한 논의조차 교수님들 사이에서 거론되지 않거나 언급을 애써 삼가시는 상황을 보며 우려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학문의 다양성과 경제학부 학문 재생산의 안정성, 학생들의 기본적 권리를 위해 서울대 경제학부는 마르크스경제학 교수를 반드시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년 만에 다시 이례적인 집단행동... 초점은 학문 다양성 확보   

'대학원생-교수 관계는 봉건적 도제 관계에 가깝다'는 속설이 나돌 정도로 폐쇄적이라는 평을 듣는 대학원 사회에서 이처럼 대학원생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대 경제학부에서도 대학원생의 집단행동은 20년 만이다.

공교롭게도 20년 전 대학원생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던 사안도 이번과 같은 마르크스경제학 교수 채용 문제였다. 주류경제학 일색이던 1988년 당시 대학원생들은 학문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마르크스경제학 교수가 필요하다며 두 학기에 걸쳐 탄원, 시위, 수업거부로 이어진 집단행동을 했다. 그 결과 김수행 교수가 서울대에 채용됐던 것.

그러한 김 교수의 정년퇴임으로 서울대 경제학부가 다시 주류경제학 일색이던 1988년 이전 상황으로 '퇴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시 집단행동에 나섰다는 것이 호소문을 작성한 대학원생들의 설명이다.

아울러 70명의 서명자 중 상당수가 비마르크스경제학 전공자인 점에서도 '특정 전공의 밥그릇 챙기기'로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보다는 신자유주의 전면화로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경제학의 현실 설명력을 높이고 학문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마르크스경제학 전공 교수가 필요하기에 행동에 나섰다는 것.

한편 경제학부장 이영훈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김 교수가 퇴임하면 대학본부에서 3~4월말에 경제학부로 (신규 교수 채용) 정원이 내려오며, 후임 문제는 그 후에야 논의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대학원생의 집단행동 문제에 대해서는 "(내용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정문(자료 사진).
 서울대 정문(자료 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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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마르크스경제학, #서울대, #김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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