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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방위가 병역을 마친 사람에게 취업할 때 가산점을 주는 법안을 의결했다. 채용시험에서 필기시험 과목별 득점의 2% 범위에서 가산점을 주도록 하는 게 법안 내용의 핵심이다. 199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된 '군 가산점 제도'가 9년 만에 부활할 채비를 하고 있다.

 

국방의 의무를 이행한 사람에게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하는 게 옳다. 그건 대한민국 군대가 힘들어서도 아니고, 제대 후 사회복귀가 어려워서도 아니다. 그런 이유라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난인 장애인들은 가산점을 2%가 아니라 20%도 더 줘야 마땅할 것이다.

 

국방의 의무 다한 사람에게 보상해야 한다

 

국방의 의무를 이행한 이들에게 보상이 필요한 건 여러 경로를 통해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는 상당수의 '신의 아들'의 존재 때문이다. 돈 있다고 빠지고, 권력 있다고 빠지고, 스포츠를 통해 국익에 도움되었다고 빠지고, 아버지 잘 만나서 빠지고, 재주 좋은 기획사 만나서 빠지고, 이도 저도 아니면 어깨나 무릎 탈골 만들어서도 빠지고…….

 

헌법이 정한 '국민의 의무'라고 해 놓고서는 이래저래 빠지는 이들이 많으니, 군대 가는 이들이 손해 보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조건이 좋아 군대에 안 간 이른바 '신의 아들'은 요즘 세대들에게 더 이상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선망의 대상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군대에 안 가고도 아무 탈 없이 잘 사는 영악한 놈들이 득시글거릴 때, 그런 곁눈질 안 하고 입대해서 2년 '뺑이 치다가' 제대를 하는 이들에게는 국가가 알아서 보상을 해 주는 게 옳다. 그리고 그 보상은 전적으로 군대에 가야 하는데 안 간 '신의 아들'들과 차별되는 그런 보상이어야 한다.

 

그 보상의 방법이 사회생활 하는 친구들 하루 일당밖에 안 되는 사병 월급을 현실화시켜 주는 것이어도 좋고, 전국 유명 관광지에 예비역 병장들을 위한 휴양시설 만들어서 언제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괜찮겠다.

 

전역증을 보여주면 공공시설 이용시 할인을 해주는 건 또 어떨까? 제대 후 한 번도 꺼내본 적 없는 전역증을 자랑스레 지갑 속에 넣어 다닐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을 개발한다면 군인들 사기도 올라갈 것이다.

 

군대 못간 이들 밥그릇 뺏어다주는 게 '보상'인가

 

그런데 보상이라고 내놓는 게 고작 군 가산점 제도 부활이라니. 군대에 갔다온 이들에게 선물을 주려고 군대 못간 이들('신의 아들' 말고)의 권리를 도려내는 게 국가가 할 일인가? 신체장애 때문에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이들도 있고, 개인의 양심 때문에 군 복무 대신에 다른 방법으로 국가에 봉사하는 이들도 있다.

 

여성이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군대에 안 가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2006년 7급 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에 개정된 군 가산점 제도를 적용하면 여성 합격자의 31.9%가 불합격 처리된다고 한다. 군 가산점 논란이 있을 때마다 여자들을 향해 날을 세우는 남자들은 출산한 여자들에게 가산점을 주자고 하면 어떤 기분을 느낄까?

 

대부분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이들의 권리를 침해해서 군필자에게 보상을 주는 건 헌법에 위배된다고 헌법재판소 결정문에도 적혀 있다.

 

"제대군인에게 여러 지원이 필요하더라도 다른 집단에게 균등한 기회 자체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

 

"가산점제는 결과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희생을 초래하고 각종 국제협약 및 우리 법체계의 기본질서인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 및 보호'에 저촉돼 합리성을 상실했다."

 

헌법재판소는 군 가산점 위헌 결정에서 가산점이 높다고 위헌이라고 한 게 아니라, 가산점 제도 자체가 위헌이라고 했다.

 

그러기에 5%였던 가율을 2%로 낮춘다고 해서 위헌이던 게 합헌이 되는 게 아니다. 그건 0.2%가 되더라도 마찬가지다. 원칙의 문제라는 거다. 상한선을 만들고, 가율을 낮추고, 기회를 제한하는 건 원칙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지엽적인 문제다.

 

또 한가지, 군 가산점 제도가 군 복무를 마친 모든 이에게 고루 적용되는 혜택이 아니라는 것도 문제다.

 

"국가·지방자치단체, 초·중등학교, 200인 이상 제조업체"에 취업하고자 지원하는 이들 외에는 이 제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똑같이 군생활을 마치고 어떤 사람은 보상을 받고, 또 다른 사람은 보상을 못 받는다면 그게 무슨 보상인가, 또 하나의 차별이지.

 

공무원 안 하는 사람에겐 보상이 없는 거네?

 

군 복무를 마친 이들에게 국가가 보상해 주는 것에는 찬성한다. 하지만 그 보상은 헌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공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군 복무를 마친 모든 이에게 동일한 혜택이 돌아가야 하며, 그 보상이 특정집단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

 

군 복무 당시 외웠던 군인정신 6대 덕목의 맨 앞에 '명예'가 있었다. 예비역 병장으로서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침해하면서 받는 보상, 그마저도 군 생활을 함께 했던 모든 동료가 아닌 일부만 받게 되는 보상은 결코 명예롭지 못할 것이다. 그러기에 군 가산점제 부활은 군인정신이 아직 생생한 예비역 병장들이 앞장서서 반대해야 할 사안이다.

 

군대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예비역 병장의 우렁찬 구호로 마무리하자.

 

"군 가산점 제도 부활, 절대 반대, 절대 반대, 절대 반대."


태그:#군가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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