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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숭례문에서 만난 사람들 13일 오전 숭례문 앞, 화재사고를 바라보는 거칠지만 진솔한 길거리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한다.
ⓒ 오마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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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TV 생중계팀 : 김도균, 문경미, 김현태, 엄수용

인턴기자 : 김명은, 김혜민, 구자민 

 

"우리는 지금 상(喪)중이다. 610년 된 숭례문이 무너진 지 이제 나흘이다. 나흘이면 이제 발인하는 때다. 애도는 뒷전이고 복원 국민 성금부터 얘기하는 게 과연 옳으냐. 저 가림막부터 치워라. 누가 저걸 저렇게 해놨냐. 벌써 콘크리트 타설해놓은 건 숭례문 참사 현장을 건설현장으로 보는 거다. 국민들이 숭례문에 애도의 글이라도 달 수 있도록 공개해라. 누가 저렇게 했나. 서울시냐 문화재청이냐, 정말 분노한다."

 

13일 정오 서울 숭례문 앞을 지나던 시민들은 분노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오마이TV>가 이날 약 60분간 숭례문 화재현장 앞에서 진행한 생중계 내내 격노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았다.

 

함께 참석한 김진애 KAIST 미래도시연구소 겸임교수는 이날 무선마이크를 전달받자마자 왈칵 눈물을 쏟으며 처참한 숭례문 현장을 전했다. 그는 "우리 선조들이 전통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며 "광화문 복원에 기대가 큰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사고가 덮쳤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김 교수는 "앞으로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현대건물 화재도 연기가 발생하면 천장부터 뜯고 그 안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는 법인데 왜 3시간 동안 사태파악이 안 됐을까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복원문제와 관련해서도 김 교수는 "복원을 하기는 해야 하지만 지금 우리가 너무 성급하게 복원 얘기를 꺼내는 것 같다"며 "지금은 애도와 참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복원 얘기 너무 성급하다... 애도와 참회의 시간이 필요"

 

김 교수는 "이번 숭례문 화재사고는 우리 가슴에 교훈을 새길 수 있는 좋은 교육의 장소"라며 "우리 모두의 실수와 잘못으로 빚어진 참극을 지켜보면서 반성하고 애도하고 참회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저렇게 시민들이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가림막을 설치하는 것은 숭례문 화재현장을 문화재가 아니라 완벽한 건설현장으로 보는 것"이라며 "어떻게 애도가 채 끝나기도 전에 가림 막을 설치하고 콘크리트를 타설할 수 있는지 기가 막힌다"고 혀를 찼다.

 

그는 "앞으로 관계당국이 복원기간 내내 저 가림막에 이상한 그림을 그려 놓을까봐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국민들이 숭례문에 대한 애도의 글을 달 수 있도록 해놔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민들도 이 같은 지적에 공감을 표하면서 가림막부터 뜯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생 이신기씨와 김휘씨는 "직접 숭례문이 불 탄 현장 앞에 서니 말 그대로 자존심이 많이 상하는 느낌"이라며 "꼭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됐어야 하는지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가림막을 왜 설치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숭례문의 참혹한 현실이 좀더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아로새겨져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 용강동에 사는 서지민씨는 "지난 11일 밤 숭례문이 불에 타는 모습을 직접 봤다"며 "벌써 3일째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울음을 터트렸다. 그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너무 비극적인 일이라서 몇백 명의 시민들이 모여 통곡하기도 했는데 지금도 나는 형용할 수 없는 슬픔에 잠겨 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화재의 잘못을 규명하는 것"

 

'숭례문 국민성금 복원'과 관련해서는 "이명박 당선인이 너무 성급하게 제안한 것 같다"며 "지금 해야 할 일은 먼저 이번 화재의 잘잘못을 규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다음에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성금모금운동을 하도록 해도 늦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생 김태홍씨도 "고등학교 시절 국사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610년 역사의 불탄 숭례문을 보니 참담하다"며 "숭례문을 다 같이 복원하자는 취지에서 국민모금을 제안했겠지만 정부가 제안해 국민모금이 벌어진다는 것은 매우 비자발적 운동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진정한 참여는 자발적 참여라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부천에 살고 있는 이현숙씨와 서울 영등포구에 살고 있는 홍도연씨도 "마음이 너무 아파요"라며 눈물을 훔쳤다. 이들은 "TV화면이나 인터넷으로 볼 때는 실감하지 못했는데 직접 까맣게 타버린 숭례문을 보니 내 마음도 까맣게 타들어가는 느낌"이라며 "가림막이 없었다면 더욱 경각심을 깨우칠 수 있었을 텐데 너무 미리 가림막을 설치해 국민 애도기간을 빼앗긴 느낌"이라고 전했다.

 

경기도 파주시에 살고 있는 서재석(55)씨는 "이번 숭례문 화재사고는 5000만 국민 모두의 책임"이라며 "온 국민이 남 탓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이번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이 마녀사냥 식으로, 인민재판 하듯이 책임자 한 명을 몰아가는 식으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국가 지도자가 국민성금 모금을 제안한 것은 나름대로 순수한 뜻이 있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김진애 교수는 "이번 숭례문 화재사고에 이명박 당선인이 너무 무신경한 것 아닌가 싶다"며 "국민들의 아픈 마음이 금방 치유되지 않으니 좀더 기다려줬으면 좋겠다"고 배려하는 마음을 당부했다.

 

또한 김 교수는 "우리는 간혹 비통에 잠겨있다가도 금방 모든 걸 묻어버리고 잊어버리는 문제가 있다"며 "현재로서는 흉물이고 또 일본 관광객들이 불탄 숭례문 앞에서 사진 찍는 것을 보면 자존심이 상하지만 지금은 많은 국민들이 현장에서 보고 참회하면서 긴 시간 숙의해나가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은 올 들어 가장 추운 영하 11℃의 날씨였지만, 숭례문 인근에 모인 시민들은 헌화의 발길을 끊지 않았다. 일부 시민들은 "겸손한 마음으로 목례라도 하자"며 "610년 된 문화재인 국보 1호 숭례문이 허무하게 무너진 사실을 애통해 하자"고 말했다.


태그:#숭례문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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