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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강가(갠지스)강 가에서 사체를 화장하고 있는 광경
 인도 강가(갠지스)강 가에서 사체를 화장하고 있는 광경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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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은 강가강이라 부르는 갠지스강

강가 몇 군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떤 곳에는 활활 화염이 하늘을 치솟기도 하고, 어떤 곳에는 연기만 연신 피어오르기도 한다. 어떤 곳은 흰 재만 스러지기도 하고, 어떤 곳은 불이 꺼져 버려 다시 지피기도 한다.

사체가 타는 역겨운 냄새가 가득할 것이라는 염려와는 달리 장작들이 불에 타는 냄새만 가득하다. 화장을 하면서 버려진 꽃들이 주위에 흩어져 있고, 그것을 먹으려는 소들이 불타는 화장터 주변을 맴돌고 있다. 몇 마리의 개들은 열기가 남아 있는 그 자리에 누워 있다.

단으로 쌓아 높은 곳에는 황색 옷을 입은 수행자들이 '푸자 의식(영혼을 거두는 제사의식)'을 거행하고 있다. 그들은 그곳에서 거의 하루 종일 전통 악기에 맞추어 주문을 외우고 노래를 부른다. 타는 영혼들이 극락왕생하기를 기원하고 있는 것이다.

강 위쪽에는 화장하는 광경을 볼 수 있는 단이 마련되어 있다. 그들에게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장례의식이지만 관광객들에게는 구경거리다. 원래 화장하는 곳은 집행자와 가족들만 참여가 가능하고 다른 사람들은 이 단에서 보아야 한다. 하지만 그곳은 대부분 관광객들의 공간이 되었다. 사진 촬영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고, 발견되면 사진기를 물에 빠뜨려 버린다는 소문도 있다.

1월 21일 12시, 우리들은 바라나시역에 도착하여 곧바로 강가강을 찾았다. 인도 사람들이 가장 성스럽게 여겨 '영혼의 고향'으로 여기는 강가강이야말로 인도 여행에서 가장 핵심이라고 들어 왔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갠지스강'이란 말은 영국인들이 붙인 이름이고 원래 힌두어로는 '강가'라고 한다. 길이 2,460km, 유역면적 약 173만km2, 히말라야산맥의 4588m에 위치한 마나사로바 호수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흘러 델리 북쪽에 있는 하르드와르 부근에서 힌두스탄 평야로 흘러들어 간다.

인도사람들이 신봉하는 흰두교의 시바신이 살고 있는 카일라스산과 마나사로바 호수에서 흘러 내려오기에 이 강이 인도 사람에게 '성스러운 강'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인도인들은 이 강에 몸을 씻으면 모든 죄를 씻을 수 있으며, 죽어서 그 뼈를 강에다 뿌리면 극락왕생한다고 믿는다. 이 때문에 1년에 100만 명 이상의 순례자들이 찾아와 목욕을 하고, 기도하며, 수많은 주검들이 이곳에서 화장되어 이 강물에 뿌려진다.

강 가에 있는 화장터. 네 곳에서 화장을 하고 있다.
 강 가에 있는 화장터. 네 곳에서 화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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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대중 교통 수단인 '오토릭샤' 위에 사체를 싣고 강가강으로 운반한다.
 인도의 대중 교통 수단인 '오토릭샤' 위에 사체를 싣고 강가강으로 운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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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시신은 붉은 색 천으로, 여자 시신은 노랑 등 다른 색 천으로 감싸고 꽃을 두른다.
 남자 시신은 붉은 색 천으로, 여자 시신은 노랑 등 다른 색 천으로 감싸고 꽃을 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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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하기 전에 물에 담가놔

12시에 도착하여 다음날 저녁 떠날 때까지 우리들은 계속 강가강에 있었다. 그 사이 사체들이 세마포와 꽃에 싸여 도착하고, 장작을 쌓고, 그 위에 사체를 올리고, 불을 지피고, 화장하고, 불을 끄고, 그리고 강에 뿌려지는 장면을 많이 보았다. 그들은 화장을 다음과 같이 하였다. 

어떤 사람들은 죽음을 맞기 위하여 화장할 장작을 구입하거나 기타 장례 비용을 위하여 적게는 2천 루피(우리 돈 5만 원 정도)에서 많게는 5천 루피 정도를 준비하여 자식과 함께 강가강에 와 죽음을 기다리는 집에서 머문다. 그만큼 인도사람들은 성스러운 강가강에서 죽음을 맞는 것을 가장 큰 소망이며 영광으로 여긴다.

바라나시 강가강에는 하루에 수십 구씩 화장을 하는 장소가 두 곳이나 있었다. 처음에 주검을 운반해 온다. 이곳까지는 차로 싣고 오거나 인도의 교통수단인 오토릭샤 지붕에 태우고 온다. 주검은 붉은 색 천과 붉은 꽃으로 둘러싸여 있다. 붉은 색은 남자의 시신이고 노랑 등 다른 색은 여자의 시신이다. 그리고 주검은 대나무 사다리처럼 만든 받침대로 받쳐 여러 사람들이 어깨에 멘다.

주검을 메고 와서 강가강에 도착하여 약 10여 분 물에 담가 놓는다. 성스러운 물에 죄를 씻는 의식이다. 죄가 있는 자는 모두 강가강 물에 담가 죄를 씻는다는 것이다. 죄가 많은 사람은 1년 동안 담가 놓았다가 꺼내 화장하기도 한단다.

그 사이 죽은 사람의 아들인 상주는 자신의 머리를 빡빡 깎고 강가강에 몸을 씻는다. 그리고 흰옷을 입는다. 그래서 상주의 모습은 확연하게 눈에 띈다. 그리고 주변 나무상점에서 나무를 사서 강가에 쌓기 시작한다. 나무를 2/3 정도 쌓아 놓고 물에서 주검을 건져 온다.

주검에 걸친 붉은색 옷과 붉은 꽃을 걷어 주변에 던진다. 그리고 머리와 다리가 보이게 하얀 천으로 쌓은 주검을 올려놓고, 그 주검 위에 다시 장작을 쌓는다. 대나무 밭침도 장작위에 놓는다.

강가강의 성스러운 물에 사체를 씻어 죄를 씻는 의식이다.
 강가강의 성스러운 물에 사체를 씻어 죄를 씻는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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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에 쓰이는 불씨는 성스러운 곳에 모셔져 있다.
 화장에 쓰이는 불씨는 성스러운 곳에 모셔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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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의 자식(상주)는 머리를 깎고, 흰 옷을 입고 불씨를 받아 사체 주위를 다섯 번 돌고 불을 붙인다.
 죽은 이의 자식(상주)는 머리를 깎고, 흰 옷을 입고 불씨를 받아 사체 주위를 다섯 번 돌고 불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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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버린 재를 뿌린 뒤 그 물에 목욕하는 것으로 의식 마무리

준비가 다 되면 상주는 불섶을 가지고 성스러운 불씨가 모셔져 있는 곳으로 가서 불씨를 받는다. 그 불씨를 들고 주검이 쌓인 장작더미 앞에 도착하여 다섯 바퀴를 돈다. 육신을 이루는 자연 요소 5가지인 흙, 공기, 물, 바람, 영혼을 정화시키는 과정이란다. 그리고 입으로 불을 불어 지펴서 장작더미에 불을 당긴다. 그렇게 타오르기 시작한 불은 약 3시간 정도면 다 탄다.

처음에는 사체가 젖어 있어서 불이 잘 타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장작을 많이 쌓은 곳은 불길이 잘 타오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돈을 많이 준비하여 장작을 많이 쌓으려고 한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을 태우다 꺼놓은 장작을 쓰기도 한다. 반쯤 타버린 장작 위에 몇 개의 새 장작만 사서 쌓아 놓고 화장을 한다. 그런 경우 불이 타다가 꺼지기도 한다. 그러면 집행관이 다시 장작을 쌓아 불을 일으키기도 한다.

장작불이 거의 다 타면 사체도 다 타버린다. 그러면 상주는 항아리에 강가강의 물을 떠온다. 그리고 타버린 장작 주위를 세 바퀴 돈다. 그리고 멈추어 서서 꺼져가는 장작을 뒤로 하고 서서 머리 위로 항아리를 들어 불에 던진다. 가족들도 손으로 강가강에서 물을 떠와서 불을 끈다.

다 타버린 재를 강가강에 뿌리고, 상주는 강가강 하류로 가서 그 물에 목욕을 하면 화장하는 의식이 마무리된다. 이곳에서 화장해 재를 강가에 뿌리면 극락왕생하여 신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타버린 재를 화장 집행자들이 일정한 곳에 모아서 쌓아 두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에 화장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그 재를 강가강에 뿌려 흘려보내고 있었다. 화장을 집행하는 사람들은 대를 이어서 이 일을 계속한다고 한다. 

화장하다 불이 꺼지면 집행자가 다시 지핀다.
 화장하다 불이 꺼지면 집행자가 다시 지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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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더미가 다 타면 상주는 강가강 물을 항아리에 담아와 뒤로 던져 불을 끈다.
 장작더미가 다 타면 상주는 강가강 물을 항아리에 담아와 뒤로 던져 불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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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죄가 없어 화장하지 않아

사람이 죽으면 화장을 하는데, 화장을 하지 않고 그대로 성스러운 강가강에 그대로 수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도인들은 수행자, 어린이, 거지, 처녀, 임산부 등 다섯 부류의 사람들은 죄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들은 죄가 없기 때문에 화장을 할 필요가 없고 그대로 성스러운 강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한 번은 어떤 아버지가 조그마한 사체를 메고 왔다. 화장을 집행하는 사람이 그 어린 사체를 하얀 천으로 감싸서 평평하고 그의 키만큼 길쭉한 돌에 묶었다. 그 줄은 바로 코코넛 껍질을 벗겨 꼰 줄이란다. 그 코코넛 줄은 물속에서도 1년 넘게 썩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기에 가까이 가 보았다. 어린아이는 앙증스러운 발 두 개가 나란히 붙어 있었다. 그리고 머리를 내놓고 있었다. 집행자와 그 아버지는 강가강의 물을 떠서 아이에게 붓는다. 그리고 간단한 의식을 취하고, 어린 아이를 들고 물가로 갔다. 아버지와 함께, 그 아이를 들어서 물에 던졌다. 그 아이 아버지의 눈에는 많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이는 죄가 없어서 화장하지 않고 그냥 성스러운 강가강에 던져 넣는다.
 아이는 죄가 없어서 화장하지 않고 그냥 성스러운 강가강에 던져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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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에도 붉은 천이나 다른 색으로 싸지 않은 사체를 안고 오는 사람이 종종 있었다. 키가 크고 배가 불룩한 사체도 있었다. 아마 임산부인 것 같다. 한참 후에 화장 집행자에 의하여 하얀 천을 싼 사체가 길쭉한 돌에 묶이고, 강물에 그대로 던져졌다. 

삶과 죽음이 성스러운 강가강에서 갈라지고 있었다. 충격적이라고 많이 들었던 강가강의 화장하는 광경은 그렇게 담담한 삶과 죽음의 경계로 다가서고 있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시신을 태우는 사람들, 슬픔을 억누르고 조용히 보내는 가족들 그리고 타들어 가는 시신들을 신기한 듯 지켜보는 관광객들, 나도 그들과 같이 되었는지 담담하게 죽음을 보고 있었다.

아침 강가강 너머에 눈부신 태양이 떠오른다. 강가에는 떠오르는 태양을 항하여 절하며 기도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 성스러운 강에 몸을 씻고, 죄를 씻고, 성스럽게 떠오르는 태양을 향하여 기도하는 것이다. 이들은 강가강에서 몸을 씻고 기도하여 모든 죄를 용서 받고 그리고 그 주검마저 이곳에서 태워져 재로 이 성스러운 강에 뿌려지고 있다. 인도인들은 그 자체를 행복하게 여긴다.


태그:#갠지스강 화장, #인도, #바라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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