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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프로그램과 글쓰기 센터를 모범적으로 운영한다고 소문난 미국  UMASS대학교 교정.
▲ "UMASS대학교 교정" 글쓰기 프로그램과 글쓰기 센터를 모범적으로 운영한다고 소문난 미국 UMASS대학교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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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앰허스트에 위치한 UMASS대학교(University of Massachusetts at Amherst)는 체계적인 글쓰기교육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버드대학교나 프린스턴대학교, 예일대학교, MIT대학교처럼 세계적인 명문대에 속하지는 않지만 글쓰기교육의 수준은 최상급이라는 것이다.

UMASS대학교는 학년별 글쓰기 프로그램을 훌륭하게 만들어 지도하고 있고, 글쓰기센터도 모범적으로 운영한다고 한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글쓰기센터에서 재교육 받을 수 있는 과정을 준비해 놓았다. 수사학과 작문에 관한 대학원 박사과정에도 전 미국에서 인재가 몰려들고 있다.

UMASS대학교가 글쓰기교육으로 명성을 날리는 데 공을 세운 교수는 교육학자 찰스 모란이다. 그는 26년 전에 신입생 필수과목으로 글쓰기 프로그램을 만들어 발전시킨 주인공이다. 그는 다른 학교와는 달리 학부 1학년 외에 학부 3학년에게도 글쓰기 프로그램을 엄격하게 이수하도록 했다. 단순한 글쓰기 프로그램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학문을 하거나 일상생활에 필요한 실용적인 글쓰기 교육을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학생들이 자기 글의 문제점을 발견하여 고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호평을 받았다. 이를테면 학생들이 큰 소리로 자기 글을 읽으면서 스스로 잘못된 곳을 찾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UMASS대학교 글쓰기센터의 패트리샤 주코우스키 소장에게 UMASS의 글쓰기 프로그램에 대해 들어봤다. 작문 과목을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우리나라 일부 대학에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주코우스키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

미국 UMASS대학교의 패트리샤 주코우스키 글쓰기센터 소장은 "UMASS대학교에선 글쓰기센터와는 별도로 학부 1학년과 3학년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 "UMASS대학교 글쓰기 프로그램이 최고!" 미국 UMASS대학교의 패트리샤 주코우스키 글쓰기센터 소장은 "UMASS대학교에선 글쓰기센터와는 별도로 학부 1학년과 3학년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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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센터와는 별도로, 학부 1학년과 3학년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프로그램을 왜 만들었나.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우리 학교의 글쓰기 프로그램은 무척 많은 성과를 냈다. 그 프로그램 덕분에 우리 학교가 유명해졌다. 예전에는 영어영문학부에서 글쓰기를 2학기 동안 가르쳤다. 학생들은 글쓰기를 배우기 위해 문학과 문예비평을 공부했다. 하지만 실제로 글을 그다지 많이 쓰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우리 학교에서는 신입생들부터 대학 수준에 맞는 논리적이고 세련한 글쓰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26년 전 교육학자 찰스 모란(Charles Moran) 교수가 처음으로 신입생 필수과목으로 글쓰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모란 교수는 이러한 교육과정의 나머지 절반을 3학년들에게 적용했다. 학년이 올라가도 계속 글을 쓰게 하고 글쓰는 방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 모란 교수가 획기적인 역할을 했는가.
“학부생을 위한 글쓰기 프로그램을 연구 개발한 모란 교수는 이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국가적으로도 인정 받았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에게 글쓰기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그는 학생들에게 기존 작가들의 글을 따라 쓰게 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색깔을 찾을 수 있게 노력하도록 이끌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글쓰기 도우미의 지도뿐만 아니라 다른 연습 방법들도 발전하게 했다. 예를 들면 학생들이 자신의 글을 읽고 스스로 논평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한 것이다.

- 모란 교수는 또 어떤 성과를 냈는가.
“모란 교수는 글쓰기를 배우는 과정도 실용적으로 개편했다.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영역의 글쓰기를 하도록 안내한 것이다. 그는 학생들이 자기 전공에 필요한 형식의 글쓰기를 배울 수 있게 했다. 모란 교수의 가장 큰 업적 중에 하나는 다른 대학교에서 글쓰기 전문가들을 교수로 영입했다는 점이다. 그는 1학년이나 3학년이나 다양한 글쓰기 과목을 활용하여 글쓰기 교육을 받도록 제도화했다. 글쓰기 과목을 문예비평 과목에 포함시키지 않고 별도의 과목으로 분리했다. 수시로 글쓰기 워크숍도 개최했다.”

UMASS대학교 글쓰기센터의 글쓰기 도우미들이 학생 글을 컴퓨터 화면에 띄워놓고 평가를 하고 있다.
▲ "이 표현도 상당히 좋은데" UMASS대학교 글쓰기센터의 글쓰기 도우미들이 학생 글을 컴퓨터 화면에 띄워놓고 평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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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년 별로 글쓰기 프로그램에 차이가 있는가.
“학부 1학년과 3학년 글쓰기 프로그램은 차이가 있다. 1학년 프로그램에서는 글쓰기의  토대를 다져주고 제시문의 논점 파악 방법을 주로 지도한다. 3학년 때는 전공 공부의 특성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글쓰기 방법론을 가르친다. 이것을 흔히 ‘학제 간 글쓰기 과정(Writing Across the Curriculum Program)’이라고 부른다.

3학년 학생들은 1학년들과는 달리 자기 전공에 필요한 글쓰기 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는 급우들의 글을 평가하여 다시 고쳐쓴다. 그런데 글쓰기에서 지도하는 방법론의 필요한 부분을 모두 활용해서 진행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전공에 따라 글의 종류는 다르다고 하더라도 글쓰기 교수법은 일관성 있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학교의 3학년 글쓰기 프로그램은, 다른 학교에는 없는, 정말로 창의적인 프로그램이다.”

- UMASS대학교의 학부에 글쓰기학과(작문학과)가 있나.
“불행하게도 학부에는 글쓰기 학과가 없다. 개인적으로 글쓰기 학과 있었으면 한다. 다만,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글쓰기를 연구하는 학부 전공은 없지만 학부생들의 글쓰기 지도를 위한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UMASS대학교 글쓰기센터 입구에 게시한 글쓰기센터 이용법 안내문.
▲ "글쓰기센터 이용법 안내문" UMASS대학교 글쓰기센터 입구에 게시한 글쓰기센터 이용법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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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원에는 글쓰기를 전공하는 학위 과정이 있나.
“수사학과 작문을 세분화하여 연구하는 과정이 있다. 여기서 수사학과 작문의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 글을 잘 쓰기 위한 비결은 무엇인가. 개인적인 비법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첫째, 글쓰기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마라. 일단 글을 그냥 시작해라. 가급적 많은 분량의  글을 써 봐라. 글에서 전하려는 내용을 완벽하게 써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버려라. 일단 불완전하게라도 초벌 쓰기를 하면서 좋은 생각을 얻을 수 있다.

둘째, 그 다음에 정확한 문장을 만들고, 문장들을 모아 단락 구성에 들어가라. 내가 누구를 위해 글을 쓰고, 그들의 관심을 어떻게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을지 연구하면서 작성하면 된다. 내 생각이 독자에게 관심있게 전달되도록 배합하라는 말이다.

셋째, 글을 쓰면서 큰 소리로 읽어 보는 것이 좋다. 이 방법은 정말로 훌륭하다. 이렇게 자가점검하면 중심내용이 잘 전달되는 글로 다듬을 수 있다. 문법이 잘못된 곳도 찾을 수 있다. 특히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은 이 방법이 효과적이다. 글을 쓰고 큰 소리로 읽어가면서 손질하는 게 글쓰기의 비법이란 말이다.”

- 글을 구성하는 하위 요소인 단락이 글쓰기에서 중요하다고 보는가.
“각 단락은 중요한 기능을 한다. 그러나 모든 단락을 기계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많은 사람이 믿는 단락 전개의 원리를 강조하고 싶지는 않다. 단락 이론에 맞춰 글을 쓰는 게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창의적인) 응용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미국 UMASS대학교의 한 중국계 학생(왼쪽)이 글쓰기센터의 글쓰기도우미에게 자신이 쓴 글을 보여 주기 위해 컴퓨터 문서작성기를 열고 있다.
▲ "제 글 좀 봐 주세요." 미국 UMASS대학교의 한 중국계 학생(왼쪽)이 글쓰기센터의 글쓰기도우미에게 자신이 쓴 글을 보여 주기 위해 컴퓨터 문서작성기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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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솜씨를 키우려면 꾸준하게 써야 할텐데.
“학생들이 글을 쓰지 않으면 학습 의지가 사라진다. 대학에서 글쓰기 수업을 들었다면 글을 잘 쓸 수 있다. 졸업 때 문장력이 좋았던 사람이라도 사회 진출 후 2년 정도 글을 쓰지 않으면 글솜씨가 나빠질 것이다. 이것은 마치 피아노나 바이올린 교습을 받는 것과 유사하다. 연습을 안 하면 연주를 잘할 수 없다.”

- 글쓰기를 무엇에 비유할 수 있나.
“글쓰기는 황금을 찾는 과정과 같다. 남의 글을 꼼꼼하게 살피고 자신이 직접 글을 쓰면서 금 조각 같은 생각을 찾아내서 구체화하는 게 바로 글쓰기 아닌가.”

- 글쓰기 교육이 중요한 이유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글쓰기 교육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생각과 성장 환경을 이해하고 의사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UMASS대학교 글쓰기센터의 글쓰기도우미가 컴퓨터 문서작성기에 띄워 놓은 어느 학생의 글. 글쓰기센터에서는 학생 글이 좀더 좋은 글이 되도록 1대1로 지도해 주고 있다.
▲ "어떻게 손질해 줄까요." UMASS대학교 글쓰기센터의 글쓰기도우미가 컴퓨터 문서작성기에 띄워 놓은 어느 학생의 글. 글쓰기센터에서는 학생 글이 좀더 좋은 글이 되도록 1대1로 지도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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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글쓰기, #교육, #글쓰기센터, #작문, #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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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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