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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이익을 위해 95%가 희생할 수는 없다. 이런 논리가 회자되고 진행된다는 것 자체가 재앙이고 공포다."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가칭)의 공동대표인 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의 말이다.

 

김 교수는 31일 서울대 법과대학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한반도 대운하, 무엇이 문제인가'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마친 뒤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교수 모임을 만든 취지와 관련, "한반도 대운하 정책은 왜곡된 논리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법적 절차까지 무시하면서 강행하려 한다니, 그런 위법행위를 보고 입다물고 있다면 학문은 누구를 위해 있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수 모임에 참여하는 인사는 현재까지 80명. 지난 28일부터 4일동안 서명을 한 인사는 150명에 달한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이명박 운하는) 국가적 재앙을 부를 수 있는 중대한 사태"라면서 "이런 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분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부운하는 물길을 잇는 게 아니라 '표'로 전국을 잇는 것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요직에 오를 것이라는 하마평이 나오는 교수를 지칭한 듯 "이런 사람들은 교수사회에서도 자신들의 주장을 설득시키지 못한다"면서 "결국 운하 찬성론자들의 주장은 '엄숙한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논리가 없는 허황된 이야기가 지지를 받는 이유는 이익을 보는 땅 가진 지방토호나 건설업자들 때문"이라면서 "1%의 이익을 위해 95%가 희생할 수는 없다, 이런 논리가 회자되고 진행된다는 것 자체가 재앙이고 공포"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명박 운하는) 전국토를 물길로 잇는 게 아니라 '표'로 잇는 것"이라며 "이런 정치적 목적을 제외하면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강연을 듣고 난 소감을 말해달라고 하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시간 삼십분짜리 속성 과외를 받는 기분이었다.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간다. 아마 찬성론자로 참석한 사람들도 '어이쿠'라고 느꼈을 것이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요약이다. 

 

- 짧은 시간에 많은 교수들의 참여가 이루어졌는데, 그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나?

"특별하게 뭔가가 있는 것은 아니고 굉장히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일이다. 여론조사에서도 절대 다수의 국민이 반대하고 있고 나름대로 이 대운하 문제에 관해 개인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있던 교수들이 자연스럽게 동조를 한 것이다. 저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분들이 참여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교수들이 뜻을 같이 할 것으로 전망하나?

"상당히 많은 분이 참여하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우리가 정치적 목적이 있어서 행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들이 정책에 관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우리의 역할이다."

 

- 이번처럼 많은 서울대 교수들이 모인 예가 드문데, 예전에도 있었나?

"과거 군사독재 시절 이후에 사회정의실천연대모임이라는 것이 있었다.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 교수들이 그저 눈 감고 입 다물고 있으면 되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시작한 건데 그때도 100명 정도의 교수가 참여했다. 그 이후 사회는 많이 바뀌었다. 사실 황우석 사건 때도 서울대 교수들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은 그보다 더한 국가적 재앙이라 생각한다."

 

- 토론회를 본 소감은?

"제가 아는 것은 아주 작은 분야이다. 발제자인 김정욱 교수가 '이 자리에 스파이가 있을 수도 있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는데, 아마 그 스파이들도 '논리적으로 설득이 힘들겠다'는 사실을 알고 갔을 것이다.

 

제 전공은 수질 미생물, 특히 그 중에서도 수돗물의 안전성 등을 다룬다. 그런 연구를 해온 입장에서 대운하 사업은 굉장히 위험하다. 저기 있는 정수기의 물을 봐라. 정수기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물통에 고여있는 수질을 어떻게 깨끗하게 유지하냐이다. 저 통 안의 물도 고여 있으면 며칠 만에 세균이 생기는데 우리나라 4대강의 물을 다 막아두다니. 그러면 반드시 물은 썩기 마련이다. 우리는 식수로 썩은 물을 마셔야 하는 거다. 심각한 문제이다."

 

- 오늘 발제자들의 발표 중 가장 인상이 깊었던 대목은?

"강연한 네 분 모두 자기분야에서 연구를 많이 한 사람이다. 오늘 강연을 준비하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했을 거 같다. 홍종호 교수의 경제성에 관한 비판을 들으면서 찬성론자들의 주장 그 자체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창근 교수가 홍수 문제만은 피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는 데 깊이 동감한다."

 

- 왜 이제서야 교수들이 나섰는가?

"저도 이 점에 대해 시기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게 어떻게 보면 교수들의 한계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전에 움직였다면 오히려 정치적 공방으로 묻히지 않았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지금이라도 학자들이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올바로 봉사해야 한다. 학자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 <오마이뉴스>가 이번 토론회를 생중계했는데, 반응은 좋은 것 같다.

"이런 것이 저희에게 힘이 된다. 버팀목이 된다. 사실 얼마 전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 어떤 젊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명박씨를 지지했다'면서 대운하 이야기를 꺼내니까 '이명박 같은 사람이 설마 그런 황당한 일을 하겠어요?'라고반문했다.

 

메모지 만한 지식으로 환자를 진찰하는 의사는 병을 못 잡아낸다. 그러나 명의는 크게 보고 제대로 아픈 곳을 찾는다. 마찬가지 논리다. 아무리 건설회사 CEO 출신이라지만 엄청난 토목공사 아닌가. 자기가 아는 범위에서 경제를 살리려고 하니 그런 발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이 당선인이 그래도 계속 밀고 나갈 것으로 보이나?

"저는 솔직히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면 납득할 수 없다. 자신의 지지세력을 끌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사업이 바로 이런 대운하 사업이다. 만약 이 사업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민초들이라면 사업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지역의 유지라면 말이 달라진다. 이 땅을 가진 지역유지들을 끌어내는 요인이 땅값을 올려주는 것이고 그것이 전 국토를 운하로 연결한다는 발상으로 연결된다. 물길을 잇는 게 아니라 '표'로 전 국토를 잇는 발상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치적 목적말고는 이런 사업을 강행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


태그:#서울대, #한반도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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