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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인촌 "장관·경선출마 못할 것 없다" 28일 오후 탤런트 유인촌씨(전 서울문화재단 대표)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 김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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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유인촌(57·전 서울문화재단 대표)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언론엔 연일 '차기 정부 초대 문화부장관'으로 하마평이 오르내린다. 정작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는 어떤 언질도 없지만.

 

장관이 아니라 해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입문에 대한 압박이 적지 않다. 스스로도 "이미 정치권 한복판에 서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주변에선 "찾아가서 담판을 지어라" "왜, 네 밥그릇을 안 찾아 먹냐"라고 아우성이지만, 모르고 하는 소리다. 다른 일은 '불도저'이면서 인사만큼은 '거북이'인 이명박 당선인의 스타일을 누구보다 그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벌써 20년 넘은 인연도 인연이지만, 지난번 서울시에서 3년간 이 당선인과 함께 일하며 직접 확인한 것이다.

 

"장관 하라면 굳이 안 할 이유 없다"

 

그는 "(장관직에) 이미 마음을 비웠다"면서도 "만약 '네가 (장관) 맡아서 해봐라' 하면 굳이 안할 이유는 없다"며 적극적인 입장이다. "그동안은 먹고 사는 문제를 위해서 열심히 뛰어왔다면 이제부터는 정신적인 것, 격이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초석을 다져야 한다"며 나름의 문화부장관 '업무관'도 세워놨다.

 

장관에 기용이 안 될 경우, 국회의원 등 현실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할 생각"이라고 강한 애착을 보였다. 만약 정치를 한다면 "중앙대학교 교수직도 사표를 내고 극단이나 극장 등 이제까지 해왔던 일도 완전히 손을 뗄 것"이라고 배수진까지 쳤다.

 

그래서 더욱 혼란스럽다고 했다. 평생을 보내왔던 무대에 한동안 오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민이 깊어지면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나름대로 믿음을 갖고 있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 됐으면 충분히 기분 좋은 것 아닌가. 이 정도로 하고 도망을 갈까. 보따리를 쌀까? 풀까?"

 

그가 그동안에 수없이 했던 고민이다.

 

그러면서 그는 5년 전 자신의 전철을 밟았을 법한 배우 문성근·명계남을 떠올렸다. 그들이 노무현의 '남자'라면 그는 이명박의 '남자'다. 

 

그는 "우리는 정치가가 아니라 현장에 있던 전문가"라며 "분명히 그 친구(문성근)도 자기의 일과 이런 정치적인 선택에서 굉장히 많이 혼란스러워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인촌씨는 현재 대통령직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 상근자문위원이면서 최근에는 대통령취임식 준비위원회 공동부위원장을 맡았다. 문화부장관으로는 그와 함께 대통령 취임준비위원장인 박범훈 중앙대 총장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유인촌씨와의 인터뷰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약 1시간 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요지.

 

"장관 맡는다면 교수직도 극장·극단도 손뗄 것"

 

- 이명박 당선인과는 처음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
"옛날 드라마 할 때, 87년도인가, <전원일기>도 하고 <야망의 세월> 할 때…. 그 전부터 이미 서로 알고는 있었고, 또 제가 <야망의 세월>에서 그(이명박 당선인) 역할을 하게 됐다. 이 당선인과 인연이 굉장히 깊다. 그래서 제가 마음이 편하기도 하다. 그러다가 이번에 서울시 일(서울문화재단)을 하면서 사실적인 것을 많이 보고 느꼈다. 서울시장 선거 때도 같이 했고, 선거 끝나고 인수위 활동도 참여했다."

 

- 이명박 당선인을 지지한 것은 인연 때문인가, 아니면 이 당선인의 철학에 동의해서인가.
"물론 인연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서울문화재단을 맡았을 때, 3년간 이 당선인이 서울시에서 일하는 과정을 가까이서 많이 봤다. 많은 분들이 (이 당선인에 대해) '불도저다, 막 밀어붙인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같이 일해본 느낌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특히 문화예술 분야는 거의 (저에게) 맡겨뒀다."

 

- 이명박 서울시장 재직 시절, 유인촌 전 대표가 서울문화재단을 맡을 때 인선 배경을 두고 논란이 있었는데.

"문화연대나 민예총에서 항의했지만, 같이 토론을 하는 등 여러 과정을 겪으면서 오히려 그 분들이 저를 많이 도와줬다. 사실 그 분들은 당시 실세였고, 저는 야당 지자체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문화예술계가 참여정부 하에서 가장 어려움 겪었고,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양극화다. 거기에 코드, 편파적인 지원 등이 더해졌다. 그것이 '맞다, 아니다'를 떠나서 전체적인 큰 흐름이 그렇게 흘러왔다.

 

처음 서울문화재단이 생길 때 반대했던 이유는 '이명박 시장의 대선 준비용'이라든가 '예산을 쓰기 위해서 마련한 창구'라는 식이었지만, 그것과 관계없이 순수하게 문화예술계에 대한 지원에 초점을 맞춰서 바르게 했다. 너나 할 것 없이 확실하게 지원 기준에 맞게 했고, 그 내용은 언제든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했다. 참여정부 하에서도 책임자들이 편가르지 않고 정확하게 그런 일을 해줬으면 지금 결과가 어땠을까?"

 

- 이 당선인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한승수 기후변화특사를 지명했다. 옆에서 지켜본 이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은 어떤가?
"굉장히 심사숙고하는 편이다. 서울시장 때도 인사하는 것을 보면 장고를 오래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다른 일은 정말 빠르다. 결정이 나면 번개같이 빠른데, 결정하기까지를 고심하더라. 여러 가지로 많이 볼 것이다. 그 분을 결정한 것은 충분히 파트너로서 여러가지를 생각했을 것이다. 굉장히 심사숙고하고 함부로 결정하지 않는다. 일단 기용하면 굉장히 믿는 편이다.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나 막 썼다가 사고 나면 안 되지."

 

"우리는 정치가 아닌 현장 전문가, 과연 어디로 가나"

 

- 현재 언론 등에서 유력한 문화부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당선인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제안을 받은 적이 없었나?
"아마 (이 당선인과)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저 밖에 없으니까, 매번 '0순위'라고 하는데, 이미 1년 전부터 그런 보도가 나왔다. 신문에 하마평 나는 것에는 별로 감흥이 없다. 그리고 분명히 이건 안 되는 일이다. 될 사람은 쥐도 새도 모르게 조용히 있다가 되지, 이렇게 1년전부터 '된다, 된다' 떠들고 있으니, 누가 딴지를 걸어도 걸지 않겠나. 저는 그런 부분에 대해 이미 마음을 비웠다.

 

또 어차피 제가 일하는 기반을 바꿔서 '내 인생을 새롭게 설계하고 정치적으로 뭐 어떻게 해보자'는 개념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서울문화재단도 제가 겪은 어려움을 어떻게든 좋게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다. 지금도 그런 의지에는 큰 변화가 없다. 그런데 만약 '네가 (장관) 맡아서 해봐라' 하면 굳이 안 할 이유는 없다. 그것 자체도 또 한 번의 큰 일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순리에 맡기고 있다."

 

- 이와 관련 초기엔 "정체성의 혼란도 생기고 두렵다"고 말했다가, 최근에는 "기회가 되면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주로 하고 있는데.
"처음부터도 그런 생각은 있었다. 하도 주위에서 '네가 한다, 한다' 하니까, '정말 내가 이것을 할 수 있나. 아무리 내가 서울문화재단을 해본 경험이 있다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일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굉장히 많은 개인적인 고민, 혼란스러움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내가 나름대로 믿음을 갖고 있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 됐으면 충분히 기분 좋은 것 아닌가. 이 정도로 하고 도망을 갈까. 보따리를 쌀까? 풀까?'를 그동안에 수없이 많이 고민했다.

 

누구에게나 그런 과정이 있는 것 같다. 5년 전에 (친노 인사인) 문성근·명계남도 그런 고민을 했을 것이다. 지금은 정부가 출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출범할 때까지는 인수위에서 제가 필요한 일들을 하려고 한다. 저의 거취는 철저하게 저의 의지와는 관계없다. 어차피 인사권을 가진 분이 결정하는 문제다. 과정 중에 한 것이지, 그런 것을 얻기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정이 나면 그때 다시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 5년 전의 문성근씨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것인가?
"선거를 할 때는 정말 열기 속에 있지 않나. 아무 생각이 없다. '이겨야 한다, 어떻게든 당선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숨가쁘게 살다가, 선거가 딱 끝나고, 이제 정리를 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어떤 자리로 찾아가고, 누구는 어디로 가고, 그렇게 신문에 하마평이 나오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정치가가 아니다. 우리는 현장에 있던 전문가 아닌가. 과연 이 쪽으로 가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 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인지…. 그러나 사람들은 그렇게 안 본다. 그런 갈등이 있다. 내가 그 친구를 이해한다는 건, 그 당시 분명히 그 친구도 자기의 일과 이런 정치적인 선택에서 굉장히 많이 혼란스러워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국회의원도 한다, 그런데 두렵다"

 

 

- '노무현에게 문성근이 있다면, 이명박에게 유인촌이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어떤가?
"거기에 대해서는 크게…. 관계가 개인적으로 가깝다면 문제 없지 않나. 별로 감흥은 없다. 다 그러려니…."

 

- 만약 문화부 장관이 된다면 잘할 자신이 있나?
"'맡겨주면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잘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겠다. 물론 저의 분야는 잘할 수 있다. 이미 상당히 많은 부분을 공부했다. 그러나 지금 문화부는 문화예술만 있는 게 아니다. 체육·관광·방송·홍보 등 여러 분야가 있기 때문에, 공부도 필요하고, 전체적인 상황파악도 필요하다. 문화부가 어떤 목표를 두고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크게 나라의 위상도 달라지고, 일하는 스타일도 달라질 것 같다. 그런 것이 제시되지 못하고 지금 해온 것처럼 반복적인, 습관적인 일을 그냥 한다면 큰 의미가 없다.

 

더구나 올해가 건국 60주년 아닌가. 이제는 환갑 나이니까, 그동안에는 먹고 사는 문제를 위해서 열심히 뛰어왔다면 이제부터는 정신적인 것, 격이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초석을 지금부터 다져야 한다. 건국 100년쯤에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문화 대한민국, 먹고 사는 것도 잘하고, 그러면서도 품위가 있는 나라…. 지금부터 만들어야 앞으로 40~50년 뒤에 그런 소리를 듣지 않겠나."

 

- 만약 장관에 기용이 안 될 경우, 향후 국회의원 등으로 현실정치에 직접 참여할 생각도 있나?
"거기까지는 생각 안 해봤다. 좀 생각해봐야겠지. 그런데 필요하다면 할 생각이다. 왜냐하면 이미 제가 거의 (정치) 한복판에 다 들어와있기 때문이다. 지금와서 제가 '아니다, 맞다' 이럴 필요도 없는 것이고…. 그 대신 (정치를) 하면 제 일은 완전히 정리할 것이다. 적당히 양다리 걸쳐서 '내가 이것 한 번 하고 나중에 돌아가서 뭐하겠다'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런(정치) 일을 하게 되면 중앙대학교 교수직도 사표낼 것이다. 지금처럼 휴직계 내고 있다가 나중에 끝나면 돌아간다는 개념으로 일하기 싫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극단이나 극장, 기타 제가 이제까지 해왔던 일은 다 후배들이나 단원들이 할 수 있도록 물려주고, 저는 완전히 손을 뗄 것이다. 이쪽(정치) 일을 하게 되면 확실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더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좀 두렵다. '이 선택이 과연 옳은가, 나쁜가' 이런 판단이 왔다, 갔다 한다."

 

- 주변이나, 집에서의 반응은?
"주변에서는 제 얘기에 대해 찬성하지만 집사람(그 아내 강혜정씨는 성악가이다)은 정치하는 것에 반대한다. 자기는 그런 데 쫓아다니면서 할 수 없다고 하더라."

 

- 이 당선인이 유인촌 전 대표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글쎄. 그것은 모르겠다. 제가 크게 흔들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 대신 말도 많이 안 한다. 지금 신문에선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기자들은 '언질 안 받았냐'고 물어보고, '안 받았다'고 하면 이상해하고, 그래도 제가 별로 조급해하지 않는다. 주변에선 '찾아가서 얘기해야 한다, 담판을 지어라'고 얘기 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왜, 네 밥 그릇을 안 찾아 먹으려고 그러냐. 왜, 뒤에 빠져 있냐'고 하는데, 모르는 분들이 하는 얘기고, 오히려 저는 차라리 조금 복잡하면 뒤로 피해주는 게 좋겠다는 개념을 갖고 있다.

 

오히려 잘할 수 있는 여건이 있는데도, 저와 관계가 오래됐고, 선거를 도와줬기 때문에 부담이 되는데도 어떤 자리를 주는 식이라면, 그런 자리는 안 간다. 그것이 이 당선인을 위해서도 좋고, 저를 위해서도 좋다. 저는 제 한계를 벗어나는 일은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갖고 있다."

 

 

 

"내 생각은 돈키호테, 하는 짓은 햄릿"

 

- 연극 <햄릿>에서 햄릿 역할을 연기했다. 스스로 자신은 어떤 유형의 인간이라고 생각하나? 햄릿 형인가? 돈키호테 형인가?
"생각은 돈키호테 스타일이 맞다고 보는데, 하는 짓은 햄릿 쪽이 맞다고 생각한다. 돈키호테 정신을 굉장히 좋아한다. 현대인들에게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무모함도 있지만 꿈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생각은 돈키호테같이 많이 한다. 실제 움직이는 것은 햄릿인데, 햄릿은 워낙 복잡한 인간이다. 셰익스피어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넣어왔다. 그래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람이 달라진다."

 

- 곁에서 지켜본 이명박 당선인은 어떤 유형이라고 생각하나?
"이명박 당선인은 좀 복잡하다. 여러가지 사고나 하는 행동은 오히려 돈키호테 같은 발상도 많이 한다.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것 같다. 대기업 CEO로서 오랫동안 큰 조직을 이끌고 나름대로 복잡한 과정을 극복해가는 것들이 학습을 통해서 이뤄졌다기보다는 몸에 배어 있다. 동물적인 감각이다. 청계천이나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한 것은 정말 하기 힘든 일이었지만 고비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면서 깜짝 놀랄 정도였다."


태그:#유인촌, #이명박 당선인, #문화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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