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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인 김은나(38)씨와의 짧은 인터뷰가 끝이 나고 이어 학부모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누었다. 인터뷰에 응해준 학부모들은 이복자(38)씨와 정소윤(37)씨. 학부모가 직접 참여하여 운영하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통해 두 사람도 친해져서 가까운 사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두 학부모를 각각 눈사람과 백조라고 부르고 있었다. 이씨와 정씨도 아이들이 지어준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는 것이 더 편안한 듯 보였다. 

 

"부담일 수 있지만 아이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이씨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원장 대신 이사장이 존재하며, 6개 분야에 각각 이사가 있는데 모두 학부모가 맡는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의 운영에 관한 깊은 곳까지 학부모가 관여하고 있었다. 그런데, 맞벌이나 주말부부라서 어린이집에 참여를 하지 못하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학부모들이 인터넷을 통해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대해 찾아보며 이러한 의문을 갖고 있다.


“아이를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입학시킨 학부모는 새 조합원이죠. 물론 어린이집에 참여해야 하지만 획일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참여는 ‘권리’니까요.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게 역할을 담당하는 거예요”라고 이복자 씨는 답했다. “예를 들어 어떤 분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세요. 그래서 어린이집에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사진을 찍어주시죠. 그 외에 일이 많아 바쁘신 분들은 전기를 담당하셔서 저녁에 오셔서 어린이집 안에 전기 설비를 살피고 가세요.”


그녀의 말을 들으니 어린이집에 참여하는 것이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본 기자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어린이집에 참여할 수 있다는 말에 달팽이 어린이집의 홈페이지(http://dalpy.gongdong.or.kr)에서 보았던 글을 떠올렸다. ‘어린이집 내의 안전문 설치’를 자원할 학부모를 찾는 글이었다. 이처럼 어린이집 내 시설을 학부모가 직접 제작하고 관리하는 것일까?


이씨는 마당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앞에 있는 미끄럼틀, 평균대, 각종 교재나 교구를 학부모와 교사가 직접 만들고 준비해요. 만약 긴 끈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면 직접 실을 꼬아 끈을 만드는 경우죠. 커튼을 만들고 염색하고, 여기 담장 허무는 일도 학부모들이 직접 했어요.”


운영에 관해서 관여하는 것까지는 알았지만 작은 교구 하나까지 학부모가 직접 신경 쓸 줄이야. 대개 학부모들은 바쁘기 때문에 아이를 맡길 곳을 찾아 어린이집을 등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활동하는 세세한 부분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참여하는 방식은 상황에 따라 제각각이겠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이러한 참여 방식을 부담스러워 할 것 같은데?
 

 달팽이 어린이집에서 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학부모 정소윤(37) 씨

 
“부담일 수 있죠. 저도 처음에는 후회했었어요. 하지만 아이에 대해 관심을 더 많이 갖게 됐어요. 직장생활하면서 아이에게 신경 쓰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덜 수 있었어요. 그리고 참여하다보니 저도 공동체 의식을 새로 느끼고 배울 수 있었어요. 자원해서 어린이집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보며 따뜻함을 느끼기도 했죠. 아이 뿐만 아니라 저도 성장하는 느낌이에요.”


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정소윤씨가 답했다. 어른도 함께 배우는 어린이집. 대개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어린이집의 통학차에 태우고 준비물 몇 가지만 챙겨주는 정도의 일을 한다. 그런데 달팽이 어린이집은 직접 어린이집에 참여해 이끌면서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고 누구와 어울리며 어디에 소질이 있는지 깊게 관심을 갖게 된다. 참여와 회의, 협동을 통해 공동체 정신도 몸과 마음으로 느낀다. 정씨와 이씨는 이어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대해 아낌없이 칭찬했다.


“어린이집 운영을 학부모들이 회의를 통해 결정하니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참 좋다고 생각해요. 어린이들에게는 생활이 곧 교육이죠. 여기서는 놀이나 다른 생활을 통해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도록 아이들을 배려해요.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교육은 부모가 직접 키우는 것이잖아요. 보통 어린이집보다 부모가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차선이 아닐까 해요.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자신의 내적인 흐름에 따르도록 가르치면서,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인지교육은 피하는 거죠.”  
 
“처음에는 너무 많은 참여가 부담스러웠지만, 여기서 방모임이나 토론을 통해 깊은 교육관을 갖게 됐어요. 아이의 교육에 대해 먼 앞날을 내다보게 되었죠.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다닌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학습태도나 학습능력 등 학습을 흡수하는 바탕이 뛰어나다는 걸 느껴요. 사실 한글이나 수의 개념과 같은 표면적인 인지보다는 아이의 내적인 부분이 더 중요하잖아요. 여기서도 7세가 되면 수와 한글의 개념은 가르쳐주고요. 무엇보다 초등학교 입학 후에도 아이가 자발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이해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다른 어린이집과 분명히 다른 것 같아요.”  

 

 사진촬영을 위해 동행한 박지현(청소년 문화센터 미디어 동아리 취재 사진부, 15)양이 책을 읽어주자 모여든 아이들

 

대부분 어린이집들은 폐쇄적인 건물 안에서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외국인 강사를 들여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어린이집도 등장했다. 그러나 이제 3~7살에 이르는 아이들에게 영어, 한글과 셈을 더 일찍 가르친다고 해서 아이가 똑똑해 지는 것은 아니다. 살아가면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영리함’보다는 ‘현명함’이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입학시키고자 하는 학부모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는지 묻자 정소윤씨가 답했다.


“모든 부모는 아이를 키우며 아이가 행복해지기를 바라죠. 대부분 행복하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말해요. 그러나 그런 욕구를 더 깊이 파고들다보면 결론은 ‘사람 사이의 정에 관한 욕구’죠.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통해서 저와 아이 모두 사람 사이의 정을 배우고 있어요. 내 아이가 ‘어떻게’ 자라기를 바라는지 깊이 고민하고서 어린이집을 선택하셨으면 좋겠어요.”
  

 기자와 박지현 양에게 "꿀배와 달님"이라고 새 이름을 지어준 달팽이 어린이집 아이들.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을 마친 박지현양과 달팽이 어린이집을 나서자 귀여운 단발머리의 꼬마아이가 “꿀배랑 달님! 잘 가~”라며 어린이집 울타리 밖까지 나와 연신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 ‘꿀배’와 ‘달님’이 우리 이름이냐고 물으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요즘 어린아이에게서 찾기 어려운 밝고 천진난만한 모습이었다. 어른들 앞에서 유창한 영어를 뽐내는 여느 아이들보다 훨씬 귀엽고 예쁘다.  

덧붙이는 글 |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달팽이 어린이집(전화번호 : 031- 251 - 3210/ 홈페이지 : http://dalpy.gongdong.or.kr)

이기사는 수원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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