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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가난한 자들에게 기적을 행할 수 있을까?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의 한 회원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랑의 교회' 앞에서 예수 분장을 하고 '네 이웃인 비정규직을 사랑하라'는 문구가 적힌 십자가를 짊어지고 있다.
▲ 예수님은 가난한 자들에게 기적을 행할 수 있을까?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의 한 회원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랑의 교회' 앞에서 예수 분장을 하고 '네 이웃인 비정규직을 사랑하라'는 문구가 적힌 십자가를 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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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예수님이 나타났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십자가를 짊어졌다. 영하의 날씨, 예수님은 추위에 부르르 떨었다. 예수님은 기적을 행할 수 있을까?

예수님이 십자가 끈 곳은 27일 오후 1시, 서울 서초동 '사랑의 교회' 앞. 박성수 이랜드 그룹 회장이 장로로 있었던 곳이다.

현재 이랜드 노조는 "박성수 회장이 사태 해결에 직접 나설 것"을 요구하며 교회 앞에서 1달 넘게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가 '가난한 이들'이라면, 예수님은 누굴까? 지난 26일 출범한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이다.

이 단체의 해운대 모임 회원 10여명이 팬티만 입고 교회 앞으로 나선 것이다. 한 회원이 머리에 가시 면류관을 쓰고 십자가를 만들어 짊어졌다.

진보 신당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을까? 이날 행사는 그들의 첫 행사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네 이웃인 비정규직을 사랑하라"

 '새로운 진보신당 운동' 회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랑의 교회' 앞에서 팬티만 입은 채 "네 이웃인 비정규직을 사랑하라'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진보신당 운동' 회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랑의 교회' 앞에서 팬티만 입은 채 "네 이웃인 비정규직을 사랑하라'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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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진보정당 운동' 회원들은 차가운 거리에서 30여 분간 제자리를 지켰다. 그 시간은 마침 사랑의 교회가 예배를 마친 교인들을 거리에 쏟아내고 있던 때였다. 교회 앞 거리는 매우 혼잡했다.

이들은 일렬로 늘어서 '네 이웃의 비정규직을 사랑하라'의 한 글자씩을 자신의 몸에 붙였다. '예수님'이 짊어진 십자가에도 같은 문구가 적혔다. 이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마태복음의 한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이날 퍼포먼스를 주도한 화덕헌(43)씨와 참가자들은 박성수 회장에게 "예수님이 당신에게 친절하신 것처럼, 비정규직의 아픔에도 조금만 귀를 기울여 달라"고 외쳤다. 이들의 호소는 계속됐다. 눈물까지 흘렸다.

"예수님, 비정규직을 사랑해주세요, 일하고 싶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도 당신의 자녀임을 믿습니다. 이들의 외침을 외면하지 말아주십시오. 하나님, 왜 저희가 고난을 받아야 합니까. 당신은 박성수 회장을 사랑하시면서, 왜 저희는 버려두십니까."

벌거벗은 예수님의 등장에 교인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교회 직원들은 교인들에게 "신경 쓰지 말라", "쳐다보지 말라"고 했다. 한 교인은 "왜 남의 교회 앞에서 이런 짓이냐, 말도 안 된다"고 했다.

결국 교회는 경찰을 불렀다. 경찰은 이들에게 "공공장소에서 팬티만 입고 있으면 처벌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퍼포먼스는 단 30여 분만에 끝을 맺었다.

"진보신당의 첫 번째 행사... 민생 문제에 다가갈 것"

 조승수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 공동대표와 홍세화 지도위원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랑의 교회' 앞에서 '예수 천당, 이랜드 지옥'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조승수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 공동대표와 홍세화 지도위원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랑의 교회' 앞에서 '예수 천당, 이랜드 지옥'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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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 한쪽엔 '예수 천당, 이랜드 지옥'이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이를 들고 있던 사람은 조승수 전 민주노동당 의원과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이었다. 이들은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 출범식이 있었던 지난 26일 각각 공동대표, 지도위원이라는 새로운 직함을 갖게 됐다.

두 사람은 "오늘 행사는 해운대 모임에서 자발적으로 기획한 것"이라면서도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의 첫 행사라는 정치적인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승수 대표는 행사가 끝난 후, 기자와 만나 "(이날 퍼포먼스는) 민주노동당에서 탈당한 해운대 지역 당원 중심으로 기획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보 신당의 첫 번째 행사라는 정치적인 의미가 있다"며 "비정규직 문제를 더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 대기업 정규직 노조를 대변했다"면서 "진보신당은 비정규직, 중소기업 노동자 등 고통 받는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녹색의제 등 새로운 진보적 의제에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세화 지도위원도 말을 보탰다. 그는 이날 행사에 대해 "(진보 신당이) 민생문제에 다가간다는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인열 코스콤 비정규직노조 부지부장이 '희망이 있다기보다는 옳기 때문에 싸운다'고 했는데, 그게 정답"이라며 "<오마이뉴스> 독자들도 사회구조적 문제에 연대하고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운대 신당 모임은 지금까지 투쟁 기금도 내고 부산에서도 퍼포먼스를 해왔다"면서 "구호를 남발할 게 아니라 이들처럼 구체적인 연대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가 이문열씨의 책 장례식을 이끌어 <오마이뉴스> '2001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한 화덕헌씨는 "상충부의 조직 노동단체보다는 밑바닥의 비정규직 노동자와 결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수님은 가난한 이들에게 기적을 행할 수 있을까?

이날 교회 앞에선 이랜드 노동자들도 피켓 시위를 했다. 이들은 사랑의 교회와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교회 쪽은 아직까지 이를 거절하고 있다.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은 이 교회의 오정현 목사를 향해 "설교할 때 대통령 선거, 대운하 사업에 대해선 열심히 얘기하면서, 비정규직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라고 폄하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외쳤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진행되던 12월 18~20일, 이랜드 그룹이 이랜드, 뉴코아 노조 집행부 33명을 해고한 이후, 이랜드 노사 간의 교섭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홍윤경 이랜드 일반노조 사무국장은 "현재에도 노조원 10명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상태이고, 이들 중 7명이 해고될 것 같다"며 "회사는 교섭 의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랜드 노조는 교섭이 어려운 상황에서 설을 앞두고 민주노총과 매장 타격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수님은 가난한 이들에게 기적을 행할 수 있을까? 진보 신당의 탄생이 이랜드 노조 등 비정규직 싸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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