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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코리아'를 운영하는 '미디어유'의 이지선 대표.
 '블로그코리아'를 운영하는 '미디어유'의 이지선 대표.
ⓒ 홍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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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의 미래요? 앞으로는 하나의 미디어로 갈 겁니다. 권위를 그 힘의 기반으로 삼았던 전통적 미디어를 대신할 '사회적 미디어'가 되겠죠.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친밀하게 전해주는 정보와 지식을 받아들이고, 동시에 스스로 생산한 컨텐츠를 나누는."

블로그(blog). 세상 사람들에게 그 이름을 알린 지 겨우 10년 남짓하지만, 이 '뜨거운 조어'는 이미 세계를 지배하는 주요한 키워드 중의 하나다.

웹(web) 로그(log)의 줄임말로, 11년 전 미국에서 단순한 '인터넷 일기'의 형식으로 처음 등장한 이래 진화를 거듭한 블로그는 이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인터넷 시대의 맹아다.

개별 사용자의 관심사를 서술하거나, 그와 관련된 사진·그림을 붙이고, 하이퍼링크를 통해 이미 정의된 명제를 다시금 알리기도 하는 이 새로운 '정보·지식 전달 매체'는 과거와 21세기를 구별 짓는 수단으로까지 자리매김했다.

특정 블로거가 쓴 특정 이슈에 관한 글 하나가 1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시대. 이를 단순히 수치로만 이야기하자면 1970~80년대 정치·사회적 담론을 생산하고 유통했던 사회과학 잡지의 발행 부수보다 5~6배가 많은 것이고, 어지간한 시사 주간지의 2~3배에 육박한다. 이른바 '파워 블로거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끊임없이 확장돼 왔으며, 앞으로도 넓어질 것이 명약관화한 '블로그와 블로거의 영역'. '올블로그'와 함께 한국의 '양대 메타블로그 사이트'로 이야기되는 '블로그코리아'는 지금의 상황과 추후 전개될 '블로그의 시대'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블로그코리아'를 운영하는 '미디어유'의 이지선 대표를 만나 비단 '블로그'만이 아니라, '블로거' '블로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었다. 조잡한 질문은 쳐내고 이 대표가 들려준 '핵심'만을 아래 옮긴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그리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블로그의 미래'를 지켜보고 고민하고 있는 이의 목소리를 통해 아직은 우리에게 생경한 '블로그의 A부터 Z'까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기업들의 블로그 참여 절실... "블로거는 기자와 다른 역할 할 것"

"2003년 10월에 시작된 한국 최초의 메타블로그 사이트였죠. 시작은 학생들이 했고요. 시민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이 탄생시킨 것으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블로그스피어의 성장을 위해 기업 참여를 유도했지만 쉽지 않았어요. 지향했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던 것들의 실현을 위해 미디어유가 메타서비스를 시작한 게 2007년 7월이죠. 일종의 부활인 셈인데…. 성장의 극점에 올랐다가 하강하기 시작한 사이트를 살리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느낍니다. 하지만, 초기 사용자들의 향수도 있고, 추후 발생될 사용자들의 관심도 그것들을 기반으로 활로를 모색해야겠죠."

"저희 사이트엔 4만7천여 개의 블로그가 있어요. 하루에만도 적게는 1만 건, 많게는 1만5천 건의 글들이 올라오죠. 이런 블로거들의 관심과 참여가 우리의 힘입니다."

"올블로그가 IT 관련 글에 초점을 두고 그게 중심이라면, 블로그코리아는 새로운 이슈가 서비스의 중심입니다. 채널 카테고리를 만든 것도 이런 것을 양성화시키기 위한 수단이지요. 집단이 아닌 개인의 관심영역도 중요한 것이고, 실제로 인터넷 사용자들은 이런 부분 때문에 블로그코리아에 매료당하는 측면이 없지 않아요. 자신이 직접 블로그를 개설해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 이런 매력이 올블로그와 구분되는 블로그코리아의 장점이지요."

"앞으론 기업의 참여가 절실합니다. 단순히 개인의 취미와 기록 남기기의 영역을 넘어 생산자와 소비자간 소통을 가능케 하는 수단으로서의 블로그가 필요한 단계가 됐어요. 기업이 블로그 활동에 참여한다는 건 단순한 제품 광고와 홍보의 수단을 넘어 소비자와 직접적이고 내밀한 소통을 지향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걸 의미하는 거죠. 블로그만큼 개인의 선호도와 취향을 파악하기 적절한 수단이 어디 있겠어요."

'블로그코리아' 홈페이지.
 '블로그코리아' 홈페이지.

"인기 있는 블로그요? 시사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들이 방문자수가 많은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블로그=생활미디어'라는 공식도 강위력하죠. 개개인의 다양한 취향이 담긴 영화평과 요리에 관해 쓰는 블로거들이 높은 인기를 누리는 건 이를 반영한 것이겠죠."

"절대적인 비교는 힘들겠지만, 기자는 아무래도 시스템 아래서 움직이는 존재 아니겠어요.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죠. 하지만, 블로거는 개인적 지향을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드러낼 수 있죠. 기사가 세계와 사물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형식이라면, 블로그는 주관을 바탕으로 '아래에서 위로 거침없이 올라가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븐을 이용해 만드는 각종 요리에 관해 맛깔스런 글을 쓰는 파워 블로거가 있어요. 그 사람이 한참 인기를 모았을 때는 그의 블로그에 사진으로 찍혀 올라온 오븐의 매출이 급작스레 3~4배 상승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는 블로그와 블로거의 힘을 보여주는 실질적인 사례겠지요."

"한국의 블로그 파워는 아직 성장단계"... 사회적 고민 필요

"앞으로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블로그 컨설팅'에 더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블로그의 필요성을 알리고, 그것을 만드는 단계까지를 대행하는 거죠. 현재는 'CJ나눔재단' '동부화재 다이렉트보험' '풀무원' 등의 블로그를 블로그코리아가 도와주고 있죠. 기업과 소비자간 쌍방향 소통에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주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블로그의 미래라? 어려운 질문이네요. 개인적으론 하나의 미디어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귄위를 그 동력으로 하는 전통적 미디어가 아닌 주변인이 주변의 이야기를 전하고, 거기에서 정보와 지식을 발견하게 되는 친근한 사회적 미디어로 자리매김하지 않겠어요. 이미 그런 전조는 여러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죠."

"블로그는 일종의 '중독'입니다. 일기장처럼 시작했다가, 사회적 관심을 만나게 되고, 그 관심에 대한 발언이 공공의 재산처럼 차곡차곡 쌓이는. 너무나도 다양한 현대사회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그에 관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이 되는 거죠. 중독의 이유요? 댓글과 트랙백이 크지 않겠어요?"

"블로그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삶의 컨텐츠에 대한 기록'이 아닐까요. 순간순간을 기록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흐지부지 넘길 것인가의 문제인 거죠. 블로거는 '그냥 넘기자'가 아닌 '기록하자'는 것에 방점을 찍은 이들이고, 그 기록들이 언젠가는 우리가 넘겨보며 울고 웃는 어린 시절의 앨범 같은 것이 되겠죠."

"하는 일 때문인지 몰라도 미국 쪽 블로그를 많이 봅니다. 거기엔 전문직 블로거들이 많아요. 자신의 분야에서 겪은 체험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이들은 블로그만이 아니라 책을 쓰는 경우도 많고요. 아직은 '싸이월드'식의 감상적 글쓰기가 적지 않은 한국의 블로그와 차별되는 지점이죠."

"블로그 파워라? 인터넷을 통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의 문제겠죠. 일본은 가정주부가 자신만의 독특한 글쓰기로 파워 블로거가 되기도 합니다. 기업들 역시 블로그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죠.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한국의 블로거 파워가 아직은 성장단계에 있다고 보는 게 맞겠죠."

"블로그가 한때 반짝하는 인터넷 인기 키워드는 아니라는 게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무조건적인 주입이 아닌 커뮤니케이션 통로로서의 블로그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시기가 됐습니다. 이 고민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유효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태그:#블로그코리아, #이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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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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