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작가들, 운하를 비웃다'

 

작가들이 23일 자신들의 경부운하 예정지 답사 르포 출정식을 이렇게 이름 붙였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한반도 대운하는 허깨비"라며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반도 운하 예정지를 답사하며 운하 건설로 훼손될 주변의 문화와 자연을 시와 산문으로 표현해 국민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글은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참세상> 등에 게재될 예정이다.

 

답사는 이미 22일 한강하구 조강에서 시작됐다. 다음 달 13일까지 한강에서부터 낙동강하구까지 경부운하 예정지에 작가들의 발길이 닿는다. 현실주의 작가 네트워크인 '리얼리스트 100' 소속의 김하돈 작가가 대표 집필가로 나서고, 한국작가회의, 문화연대 소속 작가들도 각 지역에서 김 작가와 결합한다.

 

출정식이 열린 23일 오전 11시 문화연대 강당에선 이들의 출사표가 던져졌다. 이들의 각오를 들어보자.

 

"터를 잡지도 않았는데, 설계도가 난무, 추상적 담론만 무성"

 

먼저 김하돈 작가가 "백두대간 현장 전문가로서 본다면 경부운하는 허상, 허깨비"라고 은을 뗐다. 그는 "1년 전 경부운하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터를 잡지도 않았는데, 설계도가 난무하고, 추상적인 담론만 무성하게 전개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들(경부운하 추진세력)도 마땅한 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경북 등지의 주민들은 굉장히 고무돼 있다"면서 "경부운하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태에서 끌려서 하게 되면 끔찍한 일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또한 "단기적인 돈벌이의 가치 때문에 어머니가 어머니의 기능을 포기하면 그곳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자명하다"고 밝혔다. "강의 100가지 기능 중 1%의 운하 기능을 위해 나머지 기능을 포기할 만큼 절박한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말은 받은 이명원 한국작가회의 대변인은 "경부운하 프로젝트는 생태평형 상태가 파국으로 가는 것을 가속시킨다"며 "한국사회 전반, 지구 생태계 교란의 주범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답사 르포는 이에 브레이크 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태어나지 않은 세대를 향한 윤리도 중요하다"며 "(경부운하 추진세력은) 환경 문제를 비용으로 처리하면서 태어나지 않은 세대가 짊어져야 하는 고통에 대해선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시인 박일환씨는 "21세기 우리는 공존과 상생을 지향해야 하고, 여기에 삶의 미래가 있다"며 "경부운하는 이런 가치와는 정반대"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운하가 착공되면 자연은 생명을 잃고 신음하게 된다"며 "작가로서 고통의 찬 신음을 대변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소설가 윤동수씨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는 "서해안 기름 유출 재앙에서 보이듯, 우리 사회는 사람과 생명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느냐"며 "이러한 야만사회를 상징하는 경부운하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작가들에 이어 음악가, 사진가, 화가 등도 경부운하의 폐해를 자신들의 작품을 통해 알릴 예정이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강을 주제로 한 음악이 곧 발표될 예정이며, 화가, 사진가들도 물을 담아내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경부운하, #경부운하저지국민행동, #한국작가회의, #리얼리스트 100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