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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여성부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누리꾼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고, 인터넷 게시판마다 여성부 폐지를 반기는 글들로 차고 넘친다. 여성부 폐지를 위한 카페가 만들어지고, 온라인 청원에 수많은 누리꾼들이 서명을 했다. 함께 폐지 대상으로 꼽힌 통일부, 해양수산부 등에 대한 차분한 반응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부의 폐지에 대한 찬성의견이 41.3%, 반대의견이 36.4%로 그다지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성별로 나눠보면 남성의 56.4%가 폐지에 찬성한 반면, 여성은 28.2%만이 폐지에 찬성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인터넷을 뒤덮고 있는 여성부 폐지 여론은 폐지에 찬성하는 남성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반면, 누리꾼들의 험한 댓글을 꺼리는 여성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왜곡된 현상으로 보인다.

남성 누리꾼들은 왜 그리도 여성부 폐지를 원하는 것일까? 블로그를 통해 공개적으로 물어 봤다. '왜 그토록 여성부 폐지를 원하는지'. 블로그에 딸린 댓글만 62개, 쪽지와 메일로 7개, 엮인 글 1개 등 모두 70개의 의견이 모아졌다.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논리적이고 나름의 근거를 제시한 의견이 적지 않았다.

 '여성부 폐지, 이유나 들어보자'라는 글을 올렸던 필자의 블로그. 찬반의견이 70개 가량 올라왔다.(http://blog.ohmynews.com/solneum/)
 '여성부 폐지, 이유나 들어보자'라는 글을 올렸던 필자의 블로그. 찬반의견이 70개 가량 올라왔다.(http://blog.ohmynews.com/solneum/)
ⓒ 이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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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 그 의견들을 다 읽고 난 지금의 내 의견은 여성부는 존속해야 하며 권한과 책임을 확대하는 쪽으로 더 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리꾼들이 내놓은 이유들은 여성부를 폐지할 아무런 근거도 되지 못했다.

우선 누리꾼들이 여성부 폐지의 이유로 든 것들에 대해 하나씩 이야기 해보자.

[폐지주장①- '이대 페미' 위한 부처] 재경부는 '서울대 남성' 위한 부처?

이명박 당선인은 여성부 폐지를 이야기 하며 '여성부가 여성 권력 주장하는 사람들의 부서'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같은 맥락에서 여성부가 이화여대 출신 여성들의 자리 마련을 위한 부서일 뿐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여성 권력'이란 무슨 말인가? 이제껏 모든 권력을 남성의 전유물로 여기던 이들에게는 여성의 중앙부처 진출이 대단한 권력이라도 내준 것처럼 여겨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은 여성 권력이라는 말이 민망할 정도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총리가 탄생한 것이 불과 두 해 전이다. 지금 현재 여성 장관의 수는 단 한 명, 여성부 장관뿐이다. 298명의 국회의원 중 여성 국회의원은 42명으로 13%이며, 이는 세계 81위 수준이다(2007, 세계의원연맹 자료). 또한 전체 공무원의 22.8%가 여성공무원이지만 5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의 비율은 3.0%에 불과하다. (2006, 중앙인사위원회 자료)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매년 발표하는 반부패지수 순위에서 늘 1위를 차지하는 핀란드의 경우 여성국회의원의 비율이 40%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은 반부패지수 43위다. 여성의 권력이 강해질수록 부패지수는 낮아진다. 이명박 당선인의 말대로 여성부가 여성 권력을 위한 부서라면 이는 폐지가 아니라 존속의 이유가 된다.

여성부를 두고 '이대 페미'들의 부서라고 하는 것도 부당하다. 이제까지 여성부 장관은 모두 세명이며, 모두가 이화여대 출신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게 왜 문제인가? 이화여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장관도 하고 권력도 누린다면 문제지만, 여성운동에 큰 역할을 했던 이들 가운데 이화여대 출신이 많은 것이라면 문제될 게 없다.

출신 학교를 가지고 시비를 건다면 지난 10년 간 10명의 수장이 하나같이 서울대 출신으로만 채워진 재정경제부에는 왜 시비 걸지 않는가.

[폐지주장② '군 가산점 폐지한 부처'] 사실관계부터 바로 알라

여성부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의 의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군 가산점 폐지에 대한 것이다. 군 가산점 폐지로 의무적으로 군대를 가야 하는 '남자들'이 손해를 보게 되었으며 이는 여성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는 거다.

하지만 이건 사실관계부터가 다르다. 군가산점 제도가 없어진 것은 1999년 12월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의 결과이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은 여성부가 아니라 7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다가  군가산점제에 의해 탈락된 장애인과 5명의 여성이었다. 군 가산점문제를 여성부 폐지의 이유로 내놓는 것은 잘못이다.

게다가 군가산점은 여성에게만 불리한 제도가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로 군대에 가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불리하다. 장애인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군대에서의 2년은 군 복무 기간 중에 보상 받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그게 현실적으로 어려울 땐 군대를 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지 않는 이들과 구분 될 수 있는 보상이 필요한 것이다.

군대 2년이 사회생활에 얼마나 불리한 조건인 줄 아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여성에게 임신과 출산, 보육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우는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태어난 것 자체가 얼마나 불리한 조건인 줄 아느냐고 되묻고 싶다.

[폐지주장③- 성매매 특별법, 남성을 범죄자 취급] 범죄라는 걸 일깨워줬다

여성부가 추진한 성매매 특별법이 성매매는 줄이지 못하고 도리어 확산되는 결과를 낳았으며, 성매매 하는 남자들이 법적으로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 여성부 폐지의 이유라는 주장도 상당했다. 거기에 여성부의 각종 성매매 금지 홍보 활동이 남성들 입장에서 상당히 불쾌했다는 반응도 많았다.

우선 성매매 특별법이 아니더라도 성매매는 불법이었으며, 단속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단속에 걸리면 성매수자는 범죄자 신분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에도 성매매가 줄지 않은 것은 여성부의 적은 인력으로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강력한 단속이 아니라 의식계몽 뿐이었기 때문이다. 유관기관의 협조를 얻어 단속을 할 수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으리라.

회식 후 성매매를 하지 않으면 돈을 준다는 식의 몇 가지 기술적 실수를 가지고 여성부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너무 과하다. 그렇게 따지면 일기예보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기상청도 폐지하고, 청장이 돈을 받아 구속된 국세청도 폐지하고, 총기 탈취 사고가 발생한 국방부도 폐지해야 마땅하다.

성매매 비용 비싸게 만들었다고, 성매매 하는 남성들 수치심 느끼게 했다고 여성부를 폐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남성들, 얼굴 한 번 보고 싶다. 여성부를 성매매가 범죄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 것 하나만으로도 여성부는 존재가치가 있다.

 22일 오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열린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쟁점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통일부와 여성부 폐지 문제 등 쟁점 분야별로 발제하고 있다.
 22일 오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열린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쟁점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통일부와 여성부 폐지 문제 등 쟁점 분야별로 발제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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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주장④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여성 권익증진은 누가 해주나

여성부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여성부 폐지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예를 들어 여성 취업 문제는 노동부, 보육 문제는 보건복지부, 출산 관련 업무는 행정자치부, 여성 인권 신장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견은 여성문제는 중요하지만 왜 꼭 여성부의 형태를 유지해야 하느냐 하는 질문을 한다. 이명박 당선인 역시 여성부가 존재하면 다른 부처에서 신경을 안 쓰게 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당선인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여성부가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부처가 신경을 안 쓰는 게 아니라, 다른 부처에서 신경을 안 쓰기 때문에 여성부가 더더욱 필요한 것이다. 실제로 여성부의 업무 중에는 다른 행정부처의 협조가 필요한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협조를 구하기 전에 협조를 구할 내용을 정하는 것은 여성부만이 할 수 있다.

여성의 능력 개발, 권익 증진, 양성 평등을 위한 기획을 여성부의 형태가 아니면 어느 부서에서 할 수 있나. 여성부가 보건복지부 소속이 되면 행자부나 노동부에서 여성부가 있을 때 보다 여성문제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협조를 할 거라고 믿는다고는 하지 말자.

여성문제는 여성부가 기획하고 추진하며 유관부서가 협조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구조다. 여성문제에 있어 여성부의 형태를 유지하느냐 아니냐 하는 논란은 군대에서 계급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는 격이다.

그 외에도 많은 지적들이 있었다. 여성부 폐지를 요구하기에는 함량이 떨어지는 의견을 한 번에 모아 답하기로 한다.

[호주제 폐지]
호주제는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폐습으로 많은 여성에게 유무형의 피해를 줬기 때문에 당연히 폐지되어야 마땅한 악습이었다. 여성부의 치적 중 하나다.


[조직에 비해 과다한 예산] 
2007년 기준으로 1조원이 넘는 예산이 많다고 이야기 하지만, 그 중 91%가 보건복지부에서 이관 받은 보육사업에 쓰인다. 나머지 예산으로 양성평등 사업과 기본 인건비를 충당한다. 여성부 예산 전체가 국방부의 이지스함 한 대 값밖에 안 된다.


[남녀의 대립구조를 만든다] 
여성부의 탄생은 곧 남녀 대립구조의 출발이다. 여성의 권익향상을 위한 노력이 때론 이제껏 남성이 누려온 기득권을 요구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남성의 수혜를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실질적 양성평등이 이루어지기 전까진 남녀대립구조는 숙명이다. 사회적 강자인 남성들이 감당해야 마땅하다.

결론 '여성만'을 위한 부서가 아니라 '양성평등'을 위한 부서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후 여성관련 정책 수립은 사회부(현 보건복지부) 소속의 부녀국(1948)을 시작으로 국무총리산하 여성정책심의위원회(1983), 정무 제2장관실(1988), 대통령직속 여성특별위원회(1998) 등을 옮겨 가면서 소극적이고 수혜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던 것이 2001년 여성부의 출범으로 이제껏 당연하게 여겨왔던 여성 차별적 구조에 대해 적극적인 문제제기가 이루어졌다. 호주제 폐지 문제가 그랬고, 성매매 특별법이 그랬듯 여성부의 문제제기는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때마다 여성문제에 대한 관심의 폭도 넓어졌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논란 속에 여성들은 이제까지의 보호와 수혜의 대상에서 이 사회의 책임과 권한을 동등하게 행사할 주체라는 것을 배워 나갈 수 있었다. 여성들에게만 특혜를 주자는 게 아니라, 양성이 평등한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덕분에 남성들에게도 양성평등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설게만 느껴지지는 않게 되었다.

하지만 여성부 출범 7년이 지난 오늘, 여성의 권익 향상과 양성평등 구현 등 실체적인 면에서는 그 성과가 아직 미미하다. 이는 유사 이래 이어 온 여성억압체제가 300명 남짓한 인원의, 그것도 7년이라는 짧은 활동을 해온 여성부에 의해 바뀔 수 있을 만큼 허약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7년이 의식개혁을 위한 기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실체적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할 시기이다.

이 시점에 여성문제의 주관 부처인 여성부를 폐지한다는 건 이제까지 이루어온 자그마한 성과마저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여성문제는 여성의 입장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정책을 수립하고, 사업을 진행할 독립적인 부서에서 다뤄야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다. 여성부 존속 및 강화를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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