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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이명박 정부'에서는 외국인 장관이 등장할 것 같다.

 

"법을 바꿔 외국인도 공무원을 할 수 있도록 제안하려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나라당은 외국인을 고위직 공무원에 외국인을 임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무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나라당이 마련한 공무원법 개정안은 국가안보나 기밀·보안 등 특별한 임무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외국인의 임용을 허용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의 외국인 공무원 임용 필요성에 대해 맞장구를 치고 나선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같은 신문들은 "개방화 시대의 추세나 국가 경쟁력을 위해 외국인의 공무원 기용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또한 "이들 외국인 공무원들이 관료주의에 물든 한국의 공직 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어줄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외국인 공무원의 채용을 통해 공직사회에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외국인 인재 등용 필요하지만 제도 도입은 신중해야


좋은 일이다. 외국의 인재라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갖다 쓸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개방이 세계적 조류이고, 그 취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국가 운영의 기본 틀을 흐트러트릴 수 있는 '원칙'에 관해서는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고, 제도 도입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의 으뜸 되는 덕목은 무엇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할 자세와 태도를 갖췄느냐 하는 점이다. 고위 공무원인 경우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국민과 공익을 위해 봉사할 태도와 자격을 갖추지 않은 공직자라면 공무원으로서는 결격이다. 고위공무원들에게 엄격한 도덕성 등을 요구하는 이유도 다른 데 있지 않을 것이다. 개인의 사사로운 이득을 먼저 생각하거나 챙겨 중도하차한 고위공직자들의 사례는 숱하게 많다.


그런데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또 선진 노하우를 알고 있다고 해서 외국인을 장관과 같은 고위 공무원으로 임용할 경우 이들 외국인 공직자들에게 국가와 국민을 위한 헌신과 봉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이들 외국인 고위공직자들에게 국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최선의 결정을 내려달라고 도대체 어떤 근거로 요구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외국인에게 장관을 비롯한 고위공무원을 임용하겠다는 발상은, 한 마디로 국가 운영의 정체성은 물론 공직자들의 정체성과 윤리기준까지를 허무는 일이라는 점에서도 문제다. 장관 등 고위직 공무원들에게 법적 자격 기준 이외에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공복으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도덕성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 장관을 임명하게 된다면 앞으로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기존의 도덕적 기준은 유명무실하게 될 공산이 크다. 특히 그동안 숱하게 논란이 돼 왔던 이중 국적이나 고위공직자 자녀들의 국적 문제 같은 것은 더 이상 문제 될 게 없을 것이다.

 

하물며 외국인을 장관으로 임명할 수 있게 된 판에 이중국적이나 자녀들의 국적을 문제 삼는 것은 시대착오적 이중 잣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래도 되는 것일까?


참으로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들이다. 한미FTA는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파격적인 개방성이다. 그 어느 나라가 고위공직자 임용에 있어 이처럼 '파격적인 개방성'을 보이고 있는지 의문이다.

 

외국인 장관 들어서면 공직자 자녀 이중국적은 어떻게 판단하나


<조선일보>나 <중앙일보>를 비롯해 외국인의 공무원 임용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나라의 사례를 예로 들기도 한다.

 

하지만 세계화의 첨병 격인 미국 같은 나라도 공무원 임용에 있어서는 국적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미국은 고위직 공무원의 경우에는 미국 국적으로 돼 있다고 하더라도 국적 취득 기한 등에 대해서 까지 제한을 두고 있다. 국적을 취득했다고 하더라도 일정 기한을 지나지 않으면 고위 공직에는 임용될 수 없다.


영국 같은 나라도 고위직 공무원은 물론 일반 공무원직도 자국 국적 없이는 임용이 불가능하다. 대다수의 나라들이 공무원에 대해서는 국적 요건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국가와 국민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한 사회의 공직자로서 일하기 위해서는 국적은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외국의 사례를 거론할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남이 어떻게 하는 것이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외국의 사례는 참조할 수 있겠지만, 어차피 우리의 길은 우리가 선택할 일이다. 우리에게 필요하고, 우리가 잘 할 수 있으면 되는 일이지 굳이 외국의 사례를 반드시 지침으로 삼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고위공무원까지 외국인을 임용하겠다는 발상은 지나친 '과속'이다. 외국인의 노하우와 능력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고위직 공무원의 외국인 임용을 거론한 계기 자체가 지극히 즉흥적이다. 외국인 고위 공직 임용 문제를 이명박 당선인이 처음 거론한 것은 18일 민주당 지도부를 만났을 때였다.

 

금융감독원이 미국인 금융전문가를 부원장급 고문으로 모셨는데 고문이어서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이승희 의원의 이야기를 듣고 한 말이다. 고문으로 영입해 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볼 일이지, 대뜸 외국인의 고위 공직자 임용 폭을 넓히겠다고 나선 것은 앞뒤가 바뀌었다.


<중앙일보>는 22일 한나라당이 외국인 공직 기용을 확대하는 내용의 공무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는 기사(외국인 장·차관 나오나)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조각 과정 등에서도 외국인 기용 문제를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이 당선인 주변에선 '이 당선인이 조각 인선 명단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외국 사람이라도 데려와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을 한 적이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하기도 했다. 
 

마음에 드는 대통령 외국에서 모셔올까


그런 식이라면 국민으로서도 할 말이 많다. 대통령도 국민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으면 외국인을 데려다 쓰면 될까? 어디 대통령뿐일까? 국회의원은? 시·도지사는? 능력 있고, 멋진 외국의 정치인들, 행정가들 많은데 같은 논리라고 한다면 이들을 모시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


너무 과격한 발상인가? 과격한 것은 이런 발상까지 가능하도록 상상력의 한계를 자극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나, 한나라당, 또 이런 고위직 공무원 외국인 임용 확대 발상에 아무런 제동도 걸고 있지 않는 각 정당과 정치인들, 언론들이다.

 

고위 공무원 외국인 임용 허용 방침에 대한 언론의 반응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21일 사설을 통해 외국인 공무원 임용을 적극 지지했다.

 

<조선일보>는 '국가공무원법 외국인 채용 조항 뜯어고쳐라'고 주장했다. "세계화 시대에 한국이 먹고 살 길은 개방형 통상 국가로 국가의 진로를 개척해 세계의 인재·자본·기술을 끌어들이는 데 있다"며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외국인에게 이 분야의 공직 사회 문호를 개방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선진 시장에서 고품질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한 경험이 있는 노하우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역시 '외국인 공무원 임용 폭 확대해야'라는 사설에서 "국가 안보와 직결된 경우가 아니라면 공무원도 외국인에게 폭넓게 개방하는 것이 시대정신에 맞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면 "공직 사회가 우물 안 개구리 수준에서 벗어나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도록 자극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한겨레>는 22일자 기사("외국인도 장·차관 임명"/인수위, 법개정안 제출·조혜정 기자)에서 찬반 양론을 소개했다. "대외협력 전문가들이 들어와 경쟁을 하게 되면 한국인 공무원들도 분발할 수 있다"(김상묵 서울대 교수)거나 "관료주의에 물들지 않은 외국인들이 들어와 공직에 실적·업무 중심의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임승빈 명지대 교수)이라는 찬성론과  "외국인 장·관이 탄생하면 주요한정책 결정을 할 때 국적 문제로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고, 국민정서상 거부감도 커 정책 집행이 어려울 수 있다"(이근주 이화여대 교수)는 반대론을 소개했다.


이근주 교수는 외국인 공무원 임용을 확대하더라도 "(이주노동자 관련 정책 등) 외국 출신 인사들이 일선에서 집행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게 더 합리적인 분야로 한정해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일보>도 22일 '외국인 고위 공직 임용…파란 눈 장관 볼 날 오나'(남혁상·권기석 기자)에서 "외국인 공무원은 꼭 필요한 경우 선택적으로 써야 한다"(임두택 전남대 교수)는 신중한 의견을 소개했다. 임두택 교수는 일제시대 일본에 의한 피지배 경험을 상기시키면서 "지방의 경우 해당 지역 출신이 공직을 맡는 게 능력과 투명성에서 조금 떨어지더라도 스스로 능력을 쌓을 기회를 갖는 점에서 더 낫다"며 에둘러 외국인 고위 공무원 임용에 신중해야 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태그:#외국인 공무원, #이명박 , #공무원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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