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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오동도에 들르다

 

겨울비가 그야말로 쏟아지는 미로 같은 길을 향해 달리고 달려 도착한 그 곳은 바로 여수. 처음 방문하는 곳이어서 더욱 설레고 긴장되었습니다. 새벽부터 달려서 온 탓에 일행은 피곤함을 외면할 수 없어 우선 ‘2012 여수세계박람회 홍보관’ 옆에 숙소를 정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습니다.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한 뒤, 가까운 오동도로 향했습니다. 

 

오동도는 천혜의 미항, 여수시 수정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토끼 모양의 작은 섬이었으나 현재는 긴 방파제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어 요즘은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오동도에 대한 유래는 멀리서 보면 지형의 생김새가 오동잎처럼 보이고 옛날에는 오동나무가 빽빽이 있어 오동도라 불리었다고 합니다.

 

한때는 이 충무공이 이 섬에 대나무를 심게 한 후 대나무가 번성하자 죽도(竹島)라 불렀다고도 하는데 아무튼 오동나무에 동백꽃, 계절을 잊는 동백꽃이 아름답게 피어있어 찾는 이마다 감탄사가 절로 났습니다.

 

오동도, 오동도하면 동백꽃이 연상될 정도로 동백꽃이 유명한 섬입니다. 일행이 찾은 날도 추운 겨울바람과 차디찬 기온 탓에 말하기조차 힘겨웠지만 산책로를 따라 오르는 계단마다 활짝 피어 있는 동백꽃은 물론 떨어진 꽃잎마저도 그 붉은 자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매표소와 오동도 사이에는 동백열차가 운행되기도 하고, 섬 내는 동백나무, 시누대 등 200여 종의 각종 상록수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했습니다. 또한 넓은 잔디광장 안에는 70여 종의 야생화가 심어진 화단과 기념식수동산 등이 있어 어린이들의 자연학습장으로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섬 전체를 덮고 있는 많은 동백나무는 이르면 10월부터 한 두 송이씩 꽃이 피기 시작하기 때문에 한겨울에도 붉은 꽃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정말 추운 겨울날씨에도 불구하고 동백꽃은 만발하여 아름다웠지요. 그리고 이 동백꽃은 어느 정도 개화되다가 3월 중순경에 절정을 이루어 더욱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섬 전체에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탐방로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높습니다. 방파제길 오동도 입구에서 섬 안으로 들어가는 도중 눈에 띈 것은 방파제 벽화였습니다. 오동도 방파제 벽화는 바다 속 풍경, 물고기, 사실화, 돌산대교 외 거북선 슈퍼그래픽 등이 잘 조화되어 그려져 있었습니다. 

 

오동도를 찾는 관광객이나 시민들 중에는 ‘맨발 건강 지압로’라 불리는 맨발공원을 산책로로 찾는 이도 많다고 했는데 자갈과 호박돌, 해미석 등 다양한 돌과 목재를 이용한 맨발공원은 주변 야생화를 식재하여 새로운 볼거리 제공과 환경체험형 관광지로 또한 각광받고 있었습니다.

쭉 이어진 수목 사이를 걷다보면 용굴이 나오는데 용이 나왔다는 전설이 있어 오동도를 찾는 이들에게 또 다른 호기심을 불러주고 꼭 들르게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용굴을 보고 다시 내려오면 넓은 야간조명시설이 보이고 모형 거북선도 볼 수 있습니다.

 

야간조명시설은 오동도 입구 방파제와 동방파제 그리고 산책로, 암절벽 부분에 야간경관조명시설을 설치하여 관광명소로서의 새로움을 더해줍니다. 모형거북선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여수 선소에서 거북선을 만들어 왜적을 물리친 그 거북선을 실물크기의 4분의 1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이곳은 아이들을 위한 역사학습장으로 많은 호응을 받고 있었습니다. 섬 안에서의 관광이 신기한 듯 딸아이는 즐거워했습니다.

 

쌀쌀한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오동도를 찾은 듯했습니다. 오동도를 나오면서 일행은 동백열차를 타기로 했습니다. 바다를 가로질러 오동도 다리를 오가는 동백열차의 승차감은 한려해상 국립공원 오동도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이었습니다.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동백열차를 탄 사람들은 바다를 가르며 달리고 달리는 열차의 신기함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상의 행복열차가 없을 것 같은 행복함에 젖어들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환상적인 오동도였습니다.


해를 머금고 있는 향일암(向日庵), 그 절경에 빠지다

 

향일암은 ‘해를 바라본다’고 해서 붙은 사찰 이름입니다. 해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해를 머금고 있는 사찰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부처의 가피가 서려있는 곳으로 유명한 사찰입니다. 그래서인가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습니다.

 

일행은 오동도를 나와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바닷가 근처라 그런지 회부터 해삼물이 많았습니다. 안내 책자를 따라 도착한 곳은 수산시장과 가까운 어느 식당. 푸짐하게 차려진 맛있는 점심을 먹은 후 곧바로 향일암으로 향했습니다.

 

향일암으로 가는 길은 그 유명한 돌산대교를 지나 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습니다. 마음 같아선 수산시장이며, 여수의 명물을 사고 싶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지요. 돌산대교를 지나 향일암으로 향하는데 섬을 한 바퀴 도는 기분이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하루를 보내는 기분이 좀 남달랐던 딸아이는 모든 것이 신기한 듯 말을 잊고 창밖만을 주시했습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신기한 것은 가는 곳곳마다 집 근처와 밭과 논 등에 위치한 묘였습니다. 물론 지방마다 지역마다 특색이 있기 때문에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오랫동안 보아온 묘는 산 중턱이나 공동묘지 아니면 납골당과 같은 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경남지방의 묘와는 사뭇 달라 놀랄만 했습니다.

 

한참을 가는 도중 해양수산박물관과 북한잠수함전시관이 있었습니다. 일행은 북한잠수함전시관에 들렀습니다. 늘 책에서만 보아오던 문화 유적이나 문화재를 직접 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믿기지 않은지 딸아이는 가는 곳마다 이것저것 묻기에 바빴습니다. 북한잠수함전시관은 처음 개관과는 달리 관리가 소홀하고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충분한 역사자료로 남을 만한 자료는 없었지만 그나마 볼 수 있도록 배려해 놓은 것에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폐허처럼 변해버린 전시관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향일암으로 발길을 재촉했습니다.

 

어둑해져서야 도착한 향일암 가는 입구. 이미 많은 사람들은 입구 휴게소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절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특정한 시간이 따로 있는 듯 안내하는 사람은 출입 가능한 시간을 일러주었습니다. 다행히 많은 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그렇다 해도 한 200m정도 가서 차는 다시 세워두고 걸어서 올라야했습니다.

 

추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사람들은 말이 없었습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서 멀리 여수 앞바다의 넓게 펼쳐진 광경에 황홀함을 만끽하는 듯했습니다. 향일암 입구에 쭉 들어선 ‘돌산갓김치’ 가게며, 해산물 가게들은 손님을 맞기 위해 분주해 보였습니다. 여수엔 어디서나 어딜 가나 갓김치를 만납니다. 돌아가기 전에 꼭 들러 갓김치를 사가야겠습니다.

우겨진 숲, 펼쳐진 바다를 가슴으로 안고 드디어 도착한 곳은 향일암! 들어서는 절 입구는 마치 미로 같았습니다. 바위와 바위 사이의 좁은 틈으로 들어서야 했지요. 내려오는 사람은 올라가는 사람을 위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올라가는 사람은 역시 내려가는 사람을 위해 잠시 땀을 닦으며 휴식을 취합니다.

 

그런 이어진 틈과 틈으로 계단을 올라 비집고 들어서면 환하게 드러나는 절 안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대웅전을 가운데로 둘러져 있는 절 풍경이 아름다웠습니다. 대웅전 옆에 조그만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향일암 곳곳을 둘러보았습니다. 참으로 말이 필요 없었습니다.

향일암에서 바라본 바다의 절경 또한 그 무엇으로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넓은 바다를 가르며 다니는 작은 배들의 행렬이 아름다웠습니다. 사람들은 연신 그 절경에 넋을 잃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향일암은 말을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그 절경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은 아담하고 고풍스런 그리고 인위적으로 담장을 쌓아둔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단지 기왓장으로 겹겹이 쌓아 만든 모양의 담장이었습니다.

 

향일암은 화엄사 말사인 금오산 자락에 위치한 남해 제일의 관음기도 도량이라고 했습니다. 마음은 어느새 차분해지고 뭔가로 인해 넉넉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아마도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겠지요. 향일암의 아름다운 절경에 빠져들고 있을 무렵, 해는 지고 없었습니다. 일행은 그 절경의 아름다움과 무심 속 가득함을 채우며 산사를 내려왔습니다. 마음이 넉넉했습니다.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아마도 이런 이유에서 사람들은 향일암을 오르나봅니다.

여수를 생각하면 이제 더 많은 추억과 기억이 남을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이런 행복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감사해하며 지낼 것 같아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더 많은 시간과 여건이 된다면 더 좋은 곳들을 가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내일을 위한 오늘이 있기에 다음을 기약해 봅니다. 모처럼의 여행, 딸아이와 아무쪼록 가슴 속에, 추억 속에 남길 사진 한 장을 남길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고마운 분들과 함께여서 더 뜻 깊었던 것 같습니다.

 

여수! 그 곳엔 분명 뭔가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태그:#오동도, #향일암, #여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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