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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미래영겁의 환영이다. - '플라톤'

 
대연동 '문화공원'에 오면 '맹모삼천지교'란 말이 절로 생각난다. 돌계단에서 아이들이 '가위 바위 보' 놀이를 한다. 부산에 좋은 곳이 많지만, 내가 좋아하는 공간은 이런 아이들이 항상 보이는 부산시립 박물관 곁의 '문화공원'이다.
 
여기 오면 '부산문화회관'이 바로 코 앞이다. 이 공원은 시민의 공간이지만, 나만이 고적한 시간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 준다.
 

  

부산은 고궁이 없는 도시. 이 고궁이 없는 고장에서 오래된 시간의 향기를 맡게 해 주는 곳은 '부산시립박물관'. 굳이 박물관과 문화회관에 입장 하지 않아도 여기서는 역사의 유물이며, 각종 연주회와 연극, 무용 등의 문화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직접 관람을 하지 않아도 '문화공원'의 벤치에 앉아 있으면, 나도 문화인이 된 듯하다. 마치 향긋한 향을 싼 종이에 배인 고운 향이 나는 것처럼, 여기 찾아오면 오래된 시간의 향기, 문화의 향기까지 느낄 수 있다.

 

 

 

사람들 대부분 정해진 정문보다는 작은 옆문을 좋아하지 않을까. 대로보다는 아기자기한 돌계단에서 아이들처럼 '가위 바위 보' 하는 것을 좋아하듯이…. 문화공원에 오면 굳이 부산시립박물관의 정문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더구나 문화공원의 오솔길의 정자로 통하면, 문턱이 없는 것처럼, 부산시립 박물관의 비석들과 유물과 기념물들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   

 

박물관의 유리관 속에 박제된 유물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낙엽과 나무들이 숲을 이룬 정원에 놓인 석등과 절구, 연자 방아 등을 구경하는 멋이란, 정해진 관람 코스에서 느낄 수 없는 느긋한 시간의 산책이 된다. 어둠이 내리는 저물녘이나 간간히 비가 내리면, 비에 젖고 어둠에 물들은 오래된 유물들은 숲 속의 전령처럼 특별한 전언을 들려 준다.

 

 
'시간이, 과거, 현재, 미래의 세 가지 시간이 있다고 하는 것은 타당치 못하다. 과거의 것의 현재, 현재의 것의 현재, 미래의 것의 현재라는 세 가지 시간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정신에는 이 세가지의 시간이 존재하며, 다른 어떤 곳에서도 나는 그것을 보지 못하는 까닭이다'라고,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에서 적고 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시간, 그러나 여기오면 눈으로 보여주는 시간을 만나게 된다. 역사의 유물들이 늘어서 있는, 이 오래된 정원의 시간은, 현재의 것의 현재, 미래의 것이 현재, 과거의 현재, 그리고 우리의 모두의 시간의 통로이다.

 

 
시간에 쫓겨서, 시간이 없다고 하지만, 그 많은 시간 속에 자신만을 위해 쓰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여기 오면 행복한 사람처럼 시계를 보지 않는다. 조선시대, 고려시대, 부산시승격기념비 등 서로 시간이 다른 유물들이 한 공간 속에 모여 있다. 그래서 내 시간이란 것은 무한히 넓어지고 큰 시간이 된다.
 

태그:#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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