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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사 지역의 날카로운 철조망 사이로도 화해의 무지개빛 해무리가 함께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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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리는 편서풍의 영향을 받는 때 대기중의 수중기가 굴절돼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무리나 달무리가 생기면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해무리는 대기 중에 떠도는 구름들이 따뜻한 기온 상승으로 인해 수증기로 증발하여 전면에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므로, 날씨가 흐려져 비가 올 것이라는 징조라고 어렸을 적 아버지께 들은 기억이 난다. 해무리는 대기가 습할 때 생긴다.
해가 빛나는 주위에 물방울이 맺혀서 해무리가 생긴다. 해무리 이후에는 대체로 비가 왔던 기억이 난다. 해무리가 나타난 뒤에 비가 올 확률은 60-70% 가량 된다. 그래서 해무리가 있었던 날 할머니께서는 기압골 영향 탓인지 언제나 허리가 아프고 무릎이 쑤신다고 하셨다.
나는 고사리 손으로 할머니 무릎을 주물러 드렸던 기억이 난다. 철이 들고 해무리를 만났을 때는 생각지 않았던 횡재를 만난 듯 그 모습이 아름다워 영원히 하늘에 머물러 있기를 바라던 적도 있었다.
지난 13일 일요일은 아름다운 해무리가 하루 동안 내가 움직이는 모든 곳으로 따라다녔다. 온종일 해무리를 구경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예감에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한강 상류 주변에 있는 겨울철새를 만나기 위해 자유로를 달릴 때도 함께 했고, 겨울 철새들의 한가로운 먹이 사냥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작품을 담을 때도 함께했고, 꽁꽁 언 얼음을 깨고 낚시하는 사람들의 머리 위에서도 해무리는 함께 했다.
하늘을 날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채워주는 행글라이더 위에서도 해무리는 아름다운 무지개를 그렸으며, 세차게 부는 바람에 연을 날리는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 위에서도 해무리는 함께 하며 꿈을 심어 주었다.
흔히 비온 뒤에 생기는 무지개를 상상하겠지만 비가 오기 전 공기 중에 수증기가 많으면 해무리를 만드는데 무지개빛으로 하늘을 아름답게 만드는 광경을 보면서 생각지 않은 곳에서 행복이 찾아오듯 저절로 생긴 불로소득에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군사 지역의 철조망 너머에서도 해무리는 분단된 아픔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듯 빛을 발했으며 희망을 싫고 떠나는 비행기와도 함께 했고 단란한 보금자리에서 행복을 나누는 아파트 단지 위에서도 빛을 비추며 무지개를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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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낚시를 하는 모습이 외로워 보인다. 고독한 가운데 해무리를 감상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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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삥 둘러싼 해무리는 달리는 차 속에서도 탄성을 지르며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창문을 활짝 열고 감상하게 했다. 자유로를 지나 파주 출판단지 사이에 있는 논에서 떨어진 이삭을 쪼아 먹는 겨울 철새들과 함께 즐겁게 보낸 13일 일요일 오후에는 해무리의 아름다운 장관을 볼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