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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전 BBK대표가 수갑과 포승줄에 묶인 채 지난해 12월 19일 0시 15분경 서초동 서울중잉지검을 나와 서울구치로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김경준 전 BBK대표가 수갑과 포승줄에 묶인 채 지난해 12월 19일 0시 15분경 서초동 서울중잉지검을 나와 서울구치로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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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6살 때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자랐습니다. 부모님은 제게 항상 성실하게 살아라. 도와주며 살아라. 하나님을 믿고 살아라고 가르쳐주셨습니다. 부모님 말씀대로 저는 힘든 과정에서도 노력하며 살았습니다. (중략) 하지만 저는 지금 한국의 검사들에게 실망하고 있습니다. 검사들은 많은 원칙들과 헌법을 구겨버리고 있습니다."

옵셔널벤처스의 주가조작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경준(42)씨는 14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검사들은 분명히 나를 회유·협박했다"며 "검사들은 내가 이와 관련해 그런 일이 없다고 인정하고, 변호사를 해임했다는 허위 사실을 기자들에게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검찰이 제시한 ▲ 여권 및 법인설립인가서 등 사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 ▲ 옵셔널벤처스 코리아 자금 319억원 횡령 혐의 ▲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주가 조작 및 신고 의무 위반 등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사들이 회유 협박한 것은 사실이다"

'BBK 주가조작 및 횡령 의혹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김홍일 3차장 검사가 5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6층 브리핑실에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고 있다.
 'BBK 주가조작 및 횡령 의혹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김홍일 3차장 검사가 5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6층 브리핑실에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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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검사들이 조사 중에 '재판은 괜히 하는 것이라며 판사는 검사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고, 저의 처와 누나는 공범이 될 수 없도록 처리하겠다고 회유했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가족들이랑 서신교환까지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는 유죄가 확정된 사람이 아닌데 변호인선택권과 접견권, 비밀유지권 등을 보장받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검찰은 지금 특검이 시작하기 전 회유 협박 건을 조사하겠다고 지금 저와 변호사를 소환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저의 헌법 권리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또 "특검이 시작되면 피고인 신분이 될 검사들이 이것을 조사한다는 것은 자기 혐의를 자기가 조사해 덮겠다는 속 보이는 일"이라며 "검사들은 자신들의 혐의에 대한 방어와 일부 언론에 제기한 민사소송을 위한 준비를 국민들의 세금을 이용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면계약서 원본도 검사들은 구두로 여러 차례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은 돌려주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며 "서신이 제한된 상태에서 미국의 증거들과 이면계약서를 못 받아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고 나의 혐의를 방어할 수도 없다"며 보석신청을 허가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기동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부장 검사는 "서신제한은 서울구치소에서 한 것인데 변호인 측의 오해가 있는 것 같고 이면계약서는 '압수' 상태이니 정식으로 서류를 작성해 절차를 밟으면 돌려줄 수 있다"며 반박했다.

"검찰의 공소사실 중 일부는 공소시효 만료된 것도 있어"

김경준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홍선식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16일 마포경찰서를 찾아 김경준과 에리카 김의 전화 통화가 담긴 파일을 공개했다.
 김경준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홍선식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16일 마포경찰서를 찾아 김경준과 에리카 김의 전화 통화가 담긴 파일을 공개했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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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동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 변호인 측은 박찬종 변호사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법률 특보를 맡았던 김종술, 홍선식 변호사가 참석했다. 이들은 오늘 출석한 김기동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부장 검사 외 4명의 검사들의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종술 변호사는 "검찰의 공소사실 중 위조사문서 행사, 허위 보고서 제출, 신고 의무 위반 등은 김씨가 출국 이후에 발생한 것이고 사실상 공소시효가 만료된 것도 있다"며 검찰의 일부 공소사실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또 "김씨가 이모씨를 통해 여권 등을 위조하라고 지시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상당한 오해가 있다"며 "김씨는 사문서 위조를 지시한 적이 없고, 이모씨의 경우 자신의 사업을 위해 사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옵셔널벤처스코리아로부터 청구소송을 당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김 변호사는 "김씨는 옵셔널벤처스코리아를 인수하기 위해 주식을 매집했고 이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식을 처분하지 않았다"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주식을 매집하면 주가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 주가조작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검찰의 공소를 반박했다.

"또 검찰은 단지 매수 · 매도 주문이 동시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가장매매'를 했다고 보고 있지만 이는 프로그램 매매의 구조에 대한 몰이해의 결과이다. 또 김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허수매매·가장매매를 한 적이 없다."

"이명박씨 '직접조사'했어야... 형평성 잃은 미완된 수사 비난한다"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긴급의원총회에서 정성호 의원이 김경준 전 BBK 대표를 접견한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긴급의원총회에서 정성호 의원이 김경준 전 BBK 대표를 접견한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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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변호사들도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검찰의 수사가 형평성을 잃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선식 변호사는 "실질적으로 김씨는 명의상 도구일 뿐 횡령 건에 관련해 제3의 인물이 있다"며 "검찰은 미국 법정에서 이미 이명박 측 변호인에 대해 협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오유선, 이진영씨의 진술을 토대로 김씨의 횡령 혐의를 결정지었다"고 검찰의 공소를 반박했다.

박찬종 변호사도 "검찰이 제시한 김씨의 회사자금 용처를 봐도 횡령 혐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영득의 의사'가 없음이 분명해 보인다"며 "검찰은 이와 관련해 공모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의 진술은 완전히 믿고 김씨의 진술은 믿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면조사의 공모여부를 묻는 핵심질문에 이명박씨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김씨와 대질심문을 하든지, 직접심문을 해야했는데 검찰은 그러지 않았다. 결국 이 수사는 형평성을 잃어버렸고, 미완된 미진한 수사이다. 이런 수사를 한 검찰을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태그:#김경준, #B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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