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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Korea Animal Rights Advocates)에서 비정기간행 잡지 <숨>이 나왔다. 잡지를 만들기로 한 지가 꽤 오래 된 것으로 아는데 이렇게 출간이 늦은 것을 보면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에 비해서 인류보편적인 인권이 이제 겨우 정착하고 동물보호나 생명․평화운동이 뒤처져 있어 매우 안타까웠는데 이제는 인권이라는 관심범위를 뭍 생명체로 까지 넓어지는 것이 <숨>을 만든 사람들의 바람이다.

<숨>에는 우리나라의 사람들의 낮은 동물보호의식을 감안해서 매우 조심스럽게 문제를 다루고 있다. 동물보호나 개고기 식용 반대 문제 등에 대해 비웃거나 무시하는 의견들을 하나하나 검토하고 있다.

78쪽에서 89쪽에 걸쳐 담겨 있는 <숨>의 견해는 참 정성스럽고 친절하다. 개고기를 먹는 것은 ‘음식기호의 문제’가 아니냐는 견해도 있고, 외국의 놀라 자지러질 만한 식 재료들과 비교하면 ‘문화 상대주의’라고 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견해가 있음을 소개하면서 하나하나 반박하고 있다. 기려야 할 고유문화와 극복해야 할 폐습을 가리자는 것이다.

미국 산 쇠고기 수입 반대에 대한 논리도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사실, 한미자유무역협정 타결로 미국 쇠고기가 이미 우리 밥상에 오르고 있는 때에 유럽에는 미국 쇠고기가 아예 접근을 못한다는 것과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른바 동물복지 규정을 충족하지 못해서 그렇다.

우리는 지금 광우병이 있니 없니 하면서 살코기에 뼈가 묻어 있으면 되니 안 되니 하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전혀 다른 기준, 즉 동물복지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의 축산업자들은 소를 키우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동물복지를 고려하지 않고 동물학대 수준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미국 소가 어떻게 키워지고 있는지 끔찍한 현장 잠입 취재기가 시사 주간지 <한겨레21>에 이미 실린 적이 있는데 <숨> 창간호에서는 그 기사를 썼던 작가 전해성씨 인터뷰가 실려 있다.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다시 보게 되니 사람이 저런 패악을 저질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환경에서 자라느냐 하는 것은 사람 뿐 아니라 동물이나 식물 나아가 돌멩이 하나에 깃든 기운이 다를 수밖에 없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우리 농산물, 다시 말해서 한우를 먹자고 한다. 그러나 <숨>의 견해는 다르다. 미국 소만 축산과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의 소도 거의 다 공장형 축산으로 키우기 때문이다.

공장형 축산이 등장하여 소나 돼지의 태어남과 성장 과정이 자연의 법칙에서 너무도 동떨어져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고기를 먹는 것은 <숨>의 주장처럼 동물에 대한 학대를 그쳐야 하는 문제를 넘어서서 ‘살림’보다는 ‘죽음’의 기운을 이 세상에 조장한다는 면에서 사람의 삶을 위협한다고 할 수 있다.

차례 귀한 글들이 실려 있다.
▲ 차례 귀한 글들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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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익산지역에서 조류독감이 만연되어 수 백 만 마리의 닭들이 살육 당할 때(언론과 당국에서는 고상하게 이를 ‘살처분’이라 부른다.) 나는 닭을 치는 한 농부의 눈물을 농민신문에서 본 적이 있다. “샛노란 병아리를 입식(닭장에 넣는다는 일본식 표현. 글쓴이 주)하여 자식처럼 키웠는데...”하며 탄식 하는 것이었다.

‘자식처럼 키웠다’는 말을 듣고 나는 참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갓 깨어난 병아리가 제대로 큰 닭이 되려면 3-4달이 걸리는데 각종 호르몬과 항생제를 써서 꼭 40여 일 만에 성장을 완료시켜 팔아치우는 오로지 돈벌이가 목적인 야만적인 양계를 하면서 의식하지도 못한 채 ‘자식처럼 키운다’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경기도 화성의 야마기시 실현지에서 생태축산이라 할 야마기시 양계를 해 봤기 때문에 일반 양계농가의 실정을 잘 안다.

오죽하면 생수 값 보다 닭고기 값이 더 쌀까. 닭고기 1킬로그램에 640원 정도니 어떻게 키웠기에 그 가격에 파는지 알 만하다.

이천시의 돼지 살육 돼지를 죽이는 시위
▲ 이천시의 돼지 살육 돼지를 죽이는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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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동물원이나 의료목적의 동물실험에 우리가 빠뜨리고 있는 생명의 문제가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으며 ‘수컷다움을 요구하는 사회가 낳은 강박 - 보양식’에 대해서도 비판적 검토를 하고 있다.

특히 자운영님이 쓴 ‘전통에서 밝은 미래를 본다’라는 글과 주요섭님의 글 ‘자유시장에 대한 단상’은 이 책의 노른자위라 할 만하다. 단순한 동물보호 차원이 아니라 그 뿌리에 무엇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글이다.

우리의 잠자는 의식을 일깨워 주는 보석 같은 글들이 <숨>을 읽는 사람들에게 큰 감동으로 닥아 갈 것임을 믿는다.

다음호부터 개선되었으면 하는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천도제 이천시 시위에서 희생된 돼지에 대한 천도제
▲ 천도제 이천시 시위에서 희생된 돼지에 대한 천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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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이는 고급 종이를 쓴 것이 눈에 거슬린다. 그만큼 나무를 베어 넘기는 것이기 때문이고 보는 사람의 시력에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동물을 죽이는 끔찍한 천연색 사진들도 그렇다. 그 사진들은 읽는 이를 동물을 보호하는 마음을 갖게 하기보다 끔찍한 죽임의 기운을 가지게 할 것이다.(임상심리학의 진단이 그렇다)

함부로 쓰는 영어는 제일 안타깝다. 이 단체의 이름은 아예 우리말은 없다. 공식 명칭이 'KARA'다.

자유무역협정을 ‘에프티에이(FTA)'라고 쓰지 않는 것은 물론 아예 ‘FTA’라고 쓰고 있고 차례도 ‘차례’가 아니라 ‘CONTENTS'다.

‘FOCUS', 'FAQ', 'AI 방역’, ‘EU', 등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영어가 범벅이 되어 있다. 지식인들은 ’엘피지‘라는 우리말보다 ’LPG'라는 영어 표기가 더 쉬운 의사소통일 수 있다.부끄러운 일이다.

이 책은 영어를 모르는 사람은 아예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곳이 수두룩하다.

누리집에도 가보면 대표자 소개 난에 버젓이 학력이 적혀 있다. 동물보호운동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경력들이 있다. 학벌을 없애고, 우리말을 살려 말살이 글살이는 물론 삶의 모든 영역에서 참 생명스러움이 일관되게 스며나는 <숨>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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