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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4일 오후 2시 15분]

 

올 미국 대통령 선거 경쟁의 첫 막을 알리는 미 민주당과 공화당 당원대회에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각각 승리했다.

 

흑인인 오바마 상원의원은 이번 승리로 기선을 잡게 됐으나 '풍부한 국정경험'과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지원을 입고 '대세론'을 내세우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3위에 그치는 수모를 당했다.

 

3일(현지 시각) 미 아이오와 주에서 실시된 민주당 당원대회에서 오바마 후보는 38%를 얻어, 30%를 득표한 존 에드워즈 후보(전 상원의원)과 29%에 그친 힐러리 후보를 제쳤다.

 

같은 주에서 치러진 공화당 당원대회에서는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승리했다.

 

지난 30년간 아이오와주는 규모 자체는 작지만 첫번째 경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큰 정치적 의미를 부여받아왔다. 이 때문에 오바마와 에드워즈, 클린턴은 각각 2000만달러에 이르는 광고비를 쏟아붓는 등 총력을 기울여 왔다.

 

이번 경선 결과는 일단 흑인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는 역사적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살짝'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이오와는 전체 인구의 94%가 백인이다. 오바마는 이번 승리로 미국의 소수계 인종이 과연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에 어느 정도 답을 내놓았다.

 

[오바마] 소수 인종이 걸은 소수의 길, 결국 빛났다

 

오바마는 1961년 아프리카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와 캔자스 주 출신 백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그의 출생지는 아시아계가 많은 하와이다. 두살 때 부모가 이혼하면서 백인 외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또 그의 어머니가 인도네시아계 남자와 재혼하면서 몇년간 인도네시아에서 살기도 했다.

 

오바마의 다인종 경험은 미국 사회를 조화시키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동시에 부족한 국정 경험은 치명적 약점으로 지목되었다.

 

그러나 오바마는 지난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때 뛰어난 연설 솜씨로 순식간에 주목을 받았으며 '희망의 대담함'등 2권의 자서전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전국적 인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풍부한 국정 경험을 내세운 힐러리에 대항해 "워싱턴 정치를 바꾸겠다"며 변화를 강조해 이번에 승리했다.

 

특히 이라크 전쟁에 일관되게 반대했던 것은 큰 도움이 됐다.

 

2003년 초 이라크 전쟁이 막 시작됐을 때 사담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로 보였으며 미국은 애국적 분위기로 충만했다. 힐러리 클린턴을 비롯한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들도 전쟁에 찬성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해 소수 인종 출신 의원이 소수의 길을 걸었다. 결국 이라크 전쟁이 거의 실패로 끝나면서 그의 일관성과 선견지명은 더욱 빛나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 당원대회 참석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그들은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이라크 전쟁을 꼽았고 다음은 경제 문제와 의료 개혁이었다"며 "인터뷰에 응한 당원들의 절반 이상이 변화를 가져올 후보를 뽑겠다고 답했고, 경험많은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답은 20%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가 승리하고 힐러리가 고전한 이유가 여기에서도 드러난다.

 

[힐러리] '똑똑해, 그런데 약았어'... 전국 여론조사 1위

 

힐러리는 이라크 전쟁에 적극 찬성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이 수렁에 빠져들자 조기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똑똑하지만 약아빠졌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또 한번 추가됐다.

 

힐러리는 미국에서 소득 순위 100위 안에 드는 유능한 변호사였다. 남편 빌 클린턴이 대통령을 만든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그는 퍼스트 레이디 시절 백악관 서관에 따로 집무실을 마련해 의료 개혁을 지휘하는 등 부통령이나 다름없이 행동했다. 이 때문에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여성"이라는 평가와 함께 "백악관 안주인이 너무 설쳐댄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힐러리를 지지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2만개 정도나 되지만 "대통령 선거에서 절대 그를 찍지 않겠다"고 응답도 절반에 이르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미국 유권자들은 부시 행정부의 지난 8년을 심판할 태세다. 힐러리가 누렸던 그동안의 대세론은 '적극적인 지지'라기보다는 대안 부재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힐러리의 최대 원군은 남편인 빌 클린턴이다. 빌 클린턴은 여전히 민주당원들에게 인기가 많고 특히 흑인표를 모으는 데는 발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힐러리는 자금 모금액도 1위고 전국적인 여론조사에서도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다.

 

따라서 힐러리는 오는 8일로 예정된 뉴햄프셔에서 역전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남편 클린은 지난 1992년 아이오와 당원대회 때 3%의 득표에 그쳤지만 결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됐다.

 

공화당 허커비는 독실한 크리스천들로부터 큰 지지 받아

 

물론 힐러리가 뉴햄프셔에서도 승리하지 못한다면 그의 대세론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한편 공화당 당원대회에서는 86%의 개표가 진행된 상황에서 허커비 후보는 34%를 득표해, 25%를 얻은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스 주지사를 크게 앞섰다. 득표율 차이가 커서 허커비 후보의 승리가 확실하다.

 

허커비는 남침례교 목사 출신으로 "예수님은 나의 러닝 메이트"라는 발언 등으로 특히 보수 기독교인들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공화당의 또 다른 유력 후보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아이오와 당원대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플로리다주 당원대회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에 따르면 공화당 당원대회 참석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절반 이상이 침례교도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허커비가 아이오와에서 승리한 것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


태그:#미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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