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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등 여성계 인사들이 3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여성가족부 개편논의에 대한 여성계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여성계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위원장 이경숙·이하 인수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인수위가 이달 중순께 정부조직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여성가족부가 통폐합 1순위에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부' 형태로 존속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관련 기능을 다른 부처로 흡수시킬 가능성이 높다.

 

여성단체들은 3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 라운지에서 인수위의 여가부 통·폐합 추진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초 정례적으로 열던 기자간담회를 생략하고, 인수위를 견제하고자 공식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기자회견에 앞선 인사말에서 "여성계가 기자간담회를 여는데, 그 이전에 대응할 일이 생겨서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며 "이번주 반드시 여성계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기자회견 배경을 밝혔다.
 
여성계의 이같은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매번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될 때마다 여성가족부는 개편 1순위에 꼽혔고, 새롭게 출범할 '이명박 정부' 또한 부처 효율성을 내세워 여성·아동·가족 등의 업무를 보건복지부 등으로 폐합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가족부 통·폐합에 대해 여성계는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향후 가정과 일의 양립, 가족친화적 노동환경, 여성의 사회진출이 가능한 지속가능한 미래 사회를 위해 여성과 가족 정책에서 보다 섬세한 전략과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며 여성가족부의 기능 강화를 내세웠다.  

 

여성이 노동에서의 차별과 가사의 '이중고'를 벗어나기 위해 이를 보완해줄 정부 부처는 통·폐합될 것이 아니라 되레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 여성계의 입장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8개 여성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여성가족부가 개편된지 만 3년도 되지 않은 지금, 이제 막 자리를 잡기 시작한 여성가족부가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으로 '여성'은 국가 경영에서 핵심대상"이라며 "성평등 가치가 뿌리 내리고 여성과 가족 정책에 대한 차질없는 집행을 위해서는 여성정책 전담부서가 유지·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여성가족부'를 '가정복지부', '사회복지부' 등으로 재편하는 것에 대해 "여러 부처에 산발된 여성·아동·가족 관련 정책들을 성인지적 관점에서 통합해 체계적으로 집행해야 한다"면서도 "부처 명칭에서 '여성'을 삭제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남윤 대표는 "('여성가족부'를 대신할) 대안들을 보면 가족과 아동에 대한 기능 등에 관한 통합적인 내용만 있고 여성정책을 전담하는 역할에 대한 언급은 없다"고 지적했다.

 

남윤 대표는 "가족에 관한 업무를 복지 분야로 통합시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성인지적 차원에서 여성과 결부된 정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복지부로 통합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성평등'을 실현시킬 부서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또한 "한국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여전히 낮은 상태"라며 "유엔개발계획(UNDP)의 여성권한 척도(GEM) 조사에서 한국은 전체 93개국 중 64위로 하위권"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세계 평균보다 낮은 여성의원 비율, 남녀소득비가 평균(0.53)에 비해 낮은 0.46에 그치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오유석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는 "앞으로 각 부처의 성인지적 예산 집행에 대한 감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도 관련 업무를 수행할 행정부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여성가족부의 기능 강화를 주장했다.

 

"이명박 당선인, 대선 한 달 전 약속 반드시 지켜라"

 

여성계는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발언과 다른 행보를 하고 있는 것도 꼬집었다.

 

이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30일 80여개 여성단체 주최로 열렸던 '대선후보초청 여성정책 토론회'에서 여성가족부 개편 움직임에 대해 "(그에 관해서는)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관련 논의를 일축한 바 있다.

 

"'작은 정부, 큰 시장'을 만들자는 것은 역대 선거 때마다 나왔지만 시행이 안 됐다. 약속한 것은 지키려고 한다. 산업시대에 만든 정부가 21세기에도 그대로라 많은 기능이 부서마다 나눠져 있다. 비효율적이다. 같은 일을 하는데 여러 부처를 다녀야 하고, 산업은 융합되는데 정부는 나눠져 있어서 기능을 모으자는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해야 할 일들이 다른 곳에 흩어져 있다면 모아주겠다는 것으로 해석해달라. 여성가족부는 뚜렷한 기능이 있고, 아마 여성가족부 생각에 총리실이나 이런 저런 부처에 있는 부서의 업무가 이리로 합쳐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다."(2007. 11. 30. 대선후보초청 여성정책 토론회 중)

 

이에 앞서 같은달 21일 이 후보는 "성평등정책 추진기구 강화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답한 바 있다.

 

다만 "구체적인 방법에서는 정부의 기구 변화에 따라 조율이 필요하다"고 전제를 달았지만, 여성가족부, 여성정책조정회의, 여성정책담당관, 여성정책책임관 등 성평등정책 추진기구 및 제도 강화에 대해서는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 후보는 또한 "사회변동뿐 아니라 향후 변화를 예측할 성평등정책 실현이 필요하다"며 "여성의 경제적 활동 참여를 위한 여건의 마련을 위해 가족돌봄을 사회적으로 지원하고, 여성에 대한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양성평등에 대한 전담 부서의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성단체들은 이 당선인의 '엇갈린' 행보에 대해 "대선을 앞두고 불과 한 달 전에 여성유권자들과 한 약속을 뒤집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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