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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날 때면 항상 즐거움을 반감시키는 게 있다. 서둘러야 하는 마음이다. 남해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려 사천으로 향한다. 그리 높지 않은 산과 함께 고찰을 즐길 수 있는 봉명산(鳳鳴山) 다솔사로 향했다. 오전 시간은 지나가고 목적지 입구에 도착하니 1시에 들어서고 있다. 오는 동안 큰애가 닭백숙이 먹고 싶다고 한다.

곤양IC를 벗어나니 '다솔사 6km'를 안내하고 있다. 식당을 찾았다. 음식을 시켜놓고 기다리는 동안 닭다리를 누가 먹느냐 가지고 한창 논쟁이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압력솥의 끓는 소리가 멈추더니 가스가 떨어졌단다. 한참을 기다려도 닭 익는 소리는 나지 않는다. 시간은 벌써 2시를 가리키고 있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가스배달이 늦어진다고 한다. 아주머니는 식당을 인수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다고 미안해 한다.

난감하다. 시간은 그렇게 계속 지나가는데…. 점심시간을 훌쩍 넘어가고 애들은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이다. 오랜 시간을 기다리다 음식이 나왔다. 늦게 나온 만큼 아주 맛있게 먹었다. 3시가 되어서야 식당을 나왔다. 그렇게 두 시간 동안 점심을 먹고 나오니 해는 산에 가까워지려고 하고 있다.

봉명산 등산로로 들어서면서 본 다솔사 풍경
▲ 봉명산 등산로로 들어서면서 본 다솔사 풍경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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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명산 소나무 쭉쭉 뻗어오른 소나무가 마음을 뚫고 지나간다.
▲ 봉명산 소나무 쭉쭉 뻗어오른 소나무가 마음을 뚫고 지나간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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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솔사(多率寺) 들어가는 길은 키 큰 소나무가 호위하고 있는 듯 시원시원하게 하늘로 뻗어 있다. 다솔사라는 절 이름이 소나무가 많다는 것보다는 군사가 많다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일주문 대신 하늘 높게 늘어선 소나무들이 여기는 절 입구이니 마음을 가다듬고 가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조금 시간 여유가 있다면 걸어가면서 마음껏 즐기고 싶은데, 더 늦으면 산에 올라가기 힘들어질 것 같다.

절 옆으로 봉명산군립공원이라는 팻말을 하늘에 걸어 놓았다. 걸어가는 길은 보편적인 시골 뒷산을 올라가는 기분이다. 쉼터를 지나고 정상으로 향하면서 왜 군립공원으로 지정해서 관리하는지 이유를 찾았다. 온 산을 덮고 있는 소나무. 그리고 오랜 연륜을 자랑하듯 비늘을 벗겨내며 붉은색을 돋우려는 소나무들의 열정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해는 따사로움을 잃은 채 쉬러 가려는 오후 늦은 시간,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바람과 소나무 간에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노련한 소나무들은 한창 매서워진 겨울 바람을 다시 편곡하고 있다. 차갑고 매섭게 밀어붙이는 바람을 청량감 있고 시원한 솔바람소리로 만들어 내고 있다.

전망대 키 큰 소나무가 손에 잡힐 듯 바로 지척이다.
▲ 전망대 키 큰 소나무가 손에 잡힐 듯 바로 지척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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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솔숲이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색다르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솔숲이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색다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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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소나무가 연주하는 겨울환상곡을 들으면서 정상(408m)에 올라섰다. 높은 망루가 있다. 올라서니 가까운 소나무는 손에 닿을 듯 친근하게 다가오고, 아래로는 솔숲이 융단처럼 펼쳐진다. 큰 소나무만큼 높은 전망대를 설치해서 소나무를 가까이 볼 수 있도록 배려를 해 놓았다. 보통 산정상은 조망을 확보하려고 주변 나무를 정리하는데…. 춥다. 세찬바람에 전망대가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올라오는 길은 경사가 심해 반대편으로 길을 잡고 내려섰다. 10여분 정도 내려가니 쉼터가 나온다. 보안암 가는 길과 다솔사로 돌아가는 길이 만나는 삼거리다. 보안암에는 석굴이 있다는데 시간이 너무 늦었다. 점심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겨 계획했던 시간 배정이 뒤엉키니 못내 서운하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돌아섰다. 다솔사로 돌아가는 길은 산길이지만 산책로로 봐야겠다. 차 한 대가 다닐 정도의 넓은 길이다. 땅이 잘 다져져서 촉촉함이 배어 나온다. 맨발로 걸어가고픈 충동이 일어난다.

다솔사 풍경 적멸보궁이 높은 기단위에 당당하게 버티고 섰다.
▲ 다솔사 풍경 적멸보궁이 높은 기단위에 당당하게 버티고 섰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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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다솔사 입구에서 약수를 한 모금 축인다. 물맛이 달다. 겨울 늦은 시간이라 절집은 한적하다. 다솔사는 신라 지증왕때 연기조사가 영악사(靈嶽寺)로 개창되었다가 다솔사로 개칭된 1500년 된 절이다. 자연석 기단 위에 서 있는 중건비에는 조선국 경상우도 곤양군 북지리산 영악사라고 표기되어 있다. 임진왜란 때 불탔는데, 숙종 때 재건되었다가 1914년에 다시 불탔다고 한다. 대양루(大陽樓)를 제외하고는 최근에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대양루를 지나 마당으로 올라서니 큰 건물이 눈을 꽉 채운다. 현판에 많이 보던 큰 대(大)자가 보이지 않는다. 글자수가 넉자니 대적광전(大寂光殿)일 거라고 추측한 예상은 크게 빗나가고 적멸보궁(寂滅寶宮)이라는 현판이 걸렸다. 문을 열어보니 부처님이 누워 있고 벽면을 유리로 만들어 건물 밖에 있는 사리탑이 보이게 만들었다. 사리탑을 보면서 기도를 드리라는 배려다.

적멸보궁 내부 뒤로 창은 내어 놓은 특이한 구조다.
▲ 적멸보궁 내부 뒤로 창은 내어 놓은 특이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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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탑과 차밭 뒤로는 차밭이 감싸안고 있다.
▲ 사리탑과 차밭 뒤로는 차밭이 감싸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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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돌아가니 적멸보궁 안에서 보던 커다란 사리탑이 자리하고 있다. 1978년 2월 대웅전 삼존불상 개금불사 때 후불탱화 속에서 108과의 사리가 발견되었다. 적멸보궁 사리탑을 건립하고 불사리를 봉안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시는 적멸보궁은 몇 군데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사리탑 위로 차밭이 고즈넉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차밭이 언제부터 조성되었는지는 몰라도 효당 최범술(曉堂 崔凡述) 스님이 조성하고 가꾸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곳에서 나는 차는 반야차(般若茶)로 유명하다고 한다.

처와 애들은 사리탑을 돈다. 합장을 하면서 우측으로 세 바퀴 돌면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다. 작은애가 내려오면서,

“아빠 나도 소원 빌었는데, 소원이 뭔지 알지요?”
“너가 말 안 하면 어떻게 알겠냐.”

사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체 한다. 그건 부처님이 들어달라고 소원을 빈 게 아니라 아빠에게 부처님의 힘을 빌어서 압력을 행사하려는 작은 놈의 꾀가 보이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 내내 소나무 숲길이 어른거린다. 구불거리는 듯 반듯하게 서 있는 푸른 소나무. 겨울 찬바람을 이겨가면서 만들어 내는 솔바람소리가 내 마음을 맴돌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가는 길 : 남해고속도로 - 곤양IC - 다솔사
산에 갔다오는 시간 넉넉하게 2시간 남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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