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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를 찾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고즈넉한 분위기를 들 수 있다. 번잡한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삶의 위안을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부딪히다 보면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우선순위가 혼란을 일으키게 되고 가닥을 잡기가 어려워진다. 그럴 때 산사를 찾게 되면 마음을 차분하게 안정시킬 수 있다.

오묘한
▲ 단청 오묘한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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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산사의 분위기도 좋지만 나의 마음을 잡는 것이 있다. 바로 단청이다. 건물의 외부를 화려하게 색칠한 모습이 우뚝하다. 다섯 가지 색깔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단청의 모습을 보게 되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잃어버리고 있던 많은 것들이 되살아나 힘을 얻게 된다. 활기를 얻을 수 있게 되어 좋다.

단청의 색깔은 오행 사상의 표현이다. 오행은 사계절의 색이다. 봄은 생명의 기운이 넘치고 있으니, 나무다. 여름은 열기가 넘쳐나는 계절이니 불이다. 겨울은 오곡이 황금빛으로 넘쳐나고 있으니 금이다. 겨울은 아래로 흐르는 물이다. 이 모든 것들이 땅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니 그 가운데 토가 들어가는 것이다.

대웅전
▲ 처마 대웅전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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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과 화 그리고 금과 수 사이의 토로 이루어져 만물이 생성하고 성장하며 노쇠하여 죽는 순환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런 흐름을 우리는 오행이라 하였다. 오행을 나타내는 색깔로 이루어진 것이 바로 단청이다. 그러니 단청의 색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어지고 힘을 느끼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단청의 색깔을 바라보고 있으면 삶을 반추하게 된다. 나 자신을 포함하여 주변을 둘러보면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어려움을 겪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 종류와 강도는 다르지만, 모두가 다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것이다. 힘들고 어려울 때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돌보아주는 사람의 손길이다.

마음의
▲ 여유 마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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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사람을 간호해주는 사람을 간병인이라고 한다. 그들의 노고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런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환자를 돌보는 것은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모두가 환자다. 위로의 손길을 원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간병인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살펴보고 배려해주는 마음이 필요하다.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은 보듬어주고 어루만져주게 되면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좌절과 체념에서 벗어나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작은 손길이 큰 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힘들어하는 사람과 함께 힘을 모으게 되면 활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영혼
▲ 미학 영혼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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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처마의 단청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더 많은 사람을 위하여 봉사하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탐진치로 얼룩져 있는 마음을 씻어낼 수 있어 좋다. 비록 그 것이 오래 가지 못하더라도 위안이 된다. 처마의 단청을 바라보는 순간만이라도 정화가 되고 깨끗해지는 것 같아 개운하다.

산사의 노스님을 뵙고 좋은 법문을 듣는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행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처마의 단청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산사를 찾아서 바라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언제라도 찾아오기만 하면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으니,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영혼
▲ 곡선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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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가 힘들고 지칠 때마다 산사를 찾는다. 오늘(27일)은 전남 장성군에 위치하고 있는 백양사를 찾았다. 대웅전의 부처님의 미소가 마음에 와 닿는다. 부처님 음성이 들리는 것 같은데, 풍경 소리가 울린다. 영혼에 공명되어지는 맑은 울림이 그렇게 단아할 수가 없다. 아 ! 얼마나 좋은 소리인가?

대웅전 처마의 단청을 바라보면서 깊은 삼매에 젖어본다. 살아온 날들의 무거운 짐은 잠시 내려놓고 텅 비어 있는 나를 찾아본다. 잡힐 듯 말 듯한, 내 모습을 붙잡지 못해 안타깝기는 하다. 그렇지만 참 좋다. 2%가 부족하지만 가벼워서 좋다. 모든 것을 털어버리니,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다. 단청의 색깔에 쏙 빠져버렸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남 백양사에서



태그:#처마, #미학, #영혼, #울림, #삼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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