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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RA가 만든 동물보호 전문잡지 <숨>의 제호입니다.
 KARA가 만든 동물보호 전문잡지 <숨>의 제호입니다.
ⓒ 더불어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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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이 시작되던 해에 존 로빈슨이 쓴 <음식혁명>을 읽고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더 이상 동물의 시체를 먹으며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였으며, 일주일간 첫 번째 단식을 하면서 담배를 끊고 짐승의 시신을 먹는 식습관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소, 돼지, 닭을 비롯 육식으로 인한 환경파괴 실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항생제와 성장촉진제로 살찌워진 오염된 시신을 먹지 않는 것이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면서 동물을 먹지 않는 식사습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많은 염려와 달리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졌습니다.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는 데는 더욱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자연의학과 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이 저절로 높아졌고, 자연과 사물을 바라보는 세계관도 바뀌기 시작하였습니다. 내 몸에 관하여도 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적게 소유하는 것, 적게 그리고 천천히 먹는 것, 천천히 살아가는 것, 때에 맞춰 배우고 가르치는 것과 같은 새로운 삶의 방식이 조금씩 몸에 배기 시작하였습니다. 심지어 어떤 후배는 성격도 많이 좋아졌다고 하더군요. 주변 사람들 중 제가 하는 단식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도 있고, 제가 읽고 공부하는 삶의 방식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습니다.

함께 책도 읽고, 단식도 해보고, 자연과 교감하는 활동에도 함께 참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살다 보니 세상에 저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참 많다는 것을 여러 곳을 통해서 알게 됩니다. 귀농운동 하시는 분들, 녹색평론을 함께 읽는 분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만난 분들 중에도 '실용'적이지 않은 삶의 방식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동물보호 전문잡지 <숨>

최근에 나온 <숨>이라는 잡지를 통해서 또 '실용'을 거부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동물보호 전문잡지라고 소개받았기 때문에 '동물보호'에 관한 이야기 정도라고 생각하였으나 막상 책을 읽어보고는 '내공'이 그보다 훨씬 높다는 것에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숨>은 동물보호 시민단체인 KARA에서 만들었습니다. 환경론자나 생태주의자들에게도 외면당할 정도로 동물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은 우리나라에서 '인권'의 개념을 넘어 '생명권'으로 확장하려는 기치를 들고 만들어진 잡지라고 합니다.

마크 롤랜즈는 <동물의 역습>에서 "전 세계를 뒤흔든 구제역, 광우병, 조류독감, 파동은 동물을 상품으로 취급한 결과 일어난 당연한 현상"이라고 하였답니다. 인간의 동물착취는 심각한 환경파괴와 맞물려 있고, 오염된 먹을거리로 되돌아오기 때문에 단순히 동물의 권리문제를 '동물권'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생명권'으로 나아가 '자연권'으로 인식의 확장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숨> 창간호에는 '인권을 넘어 생명권으로'라는 제목의 창간특집 안에서, '인간중심주의에 갇힌 생명과 생태개념'(편집부), ‘생명이란 무엇인가’(우희종 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각 영역에서 사람들이 동물들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 실려 있습니다.

"피조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서 항상 볼 수 있듯이 모든 인간은 나치에 다름 아니다. 인간이 인간 종이 아닌 다른 종들을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만함이 '인종주의'와 '힘'이 곧 정의라고 생각되는 원칙들을 대변한다." (본문 중에서)

'FTA와 동물보호'라는 주제의 기획기사는 특히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두 꼭지의 기획 기사 중에서 한 꼭지는 한미FTA저지교수학술공대위 일원으로 미국의 축산 농장을 다녀온 서해성 한신대 교수와의 인터뷰입니다.

그동안 <잘 먹고 잘사는 법>을 비롯한 여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나 제레미 레프킨의 <육식의 종말>, 제인 구달이 쓴 <희망의 밥상>과 같은 책에서 고발하고 있는 '공장식 사육장'에 비하여 훨씬 더 처참한 미국 '축산공장'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위생이란 건 없다. 우사조차 없다. 그렇다고 방목도 아니다. 소 8만 5천 마리가 한꺼번에 있는데, 철조망으로 구획된 곳에 빽빽하게 갇혀 있었다. 배설물이 그대로 방치되어 소들이 달리 피할 곳이 없다. 그런 현장을 보고도 맘 편히 쇠고기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미국의 공장식 축산업 목장의 위생상태를 묻는 질문에 대한 서해성 교수의 답입니다. 사료와 배설물 처리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사료가 20미터 정도 쌓여 있는데, 불도저가 와서 하루 한 번 정도 사료 더미를 이리 저리로 밀어서 옮겨 놓는다. 물은 수로를 따라 흐르게 되어 있다. (배설물은) 처리를 안 한다. 그냥 산처럼 쌓여 있고 소가 거기서 산다. 그러니 냄새가 얼마나 나겠는가?" (본문 중에서)

육질이 좋은 소고기를 생산하기 위하여 꼼짝할 수 없는 우리에 갇혀서 지낸다는 이야기, 배설물로 뒤덮인 비위생적인 사육환경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엄청난 지구상의 기아문제를 해결하고도 남을 만한 엄청난 양의 콩과 옥수수가 사료로 사용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여러 곳에서 들었지만 우사도 없는 철조망 우리에서 한꺼번에 8만 5천 마리를 사육한다는 이야기는 처음입니다.

미국 공장식 축산업 실태 고발

이런 공장식 축산 목장은 자동차로 세 시간 이상을 달려야 하는 사막 한가운데 있다고 합니다. '들어오면 발포함'이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고, 광막한 사막 위에 커다란 철조망 속에 8만 5천 마리의 소와 언덕처럼 쌓인 사료 그리고 산더미 소의 배설물이 한 곳에 있다고 합니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거나 혹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분들은 <숨>에 실린 서해성 교수가 찍어온 사진을 보시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서해성 교수 인터뷰에는 한 시간에 400마리, 10초당 한 마리꼴로 처리하는 미국 도축장의 잔인하고 비위생적인 문제, 사료에 포함되는 합성항균제와 성장호르몬 문제, 그리고 도축장에서 나온 부산물을 사용하는 사료와 비료로 인한 문제를 고발하고 있습니다. 서 교수는 미국의 공장식 축산 실태를 '아우슈비츠'와 다름없다고 합니다.

 <숨> 창간호 겉표지 입니다.
 <숨> 창간호 겉표지 입니다.
ⓒ 더불어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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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기획기사 '미국 소와 우리 소는 막상막하'에서는 국내 쇠고기 사육실태를 미국, 유럽, 일본과 비교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동물성 사료를 먹는다거나 호르몬, 항생제 투여와 광우병 검사 실태와 같은 비교항목에서 '미국 소와 우리 소는 막상막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연간 26명의 광우병 의심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일본에서 450만 마리 소를 전부 검사해서 33마리의 광우병 소를 찾아내었다고 합니다. 즉, 광우병의 위험이 굉장히 가까이에 다가와 있다고 경고합니다

'개식용 FAQ 9' 기사도 눈에 띕니다. 수년 전 육식을 하는 동안에 개고기를 즐겨 먹을 때 내가 가졌던 개식용 찬성 논리에 대하여 조목, 조목 그리고 설득력 있는 반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주로 개식용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제기하는 기호의 문제, 우리 전통 식생활, 서양 사대주의, 문화적 상대주의라는 주장들에 대하여 공감할 만한 반론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숨>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많습니다.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이 쓴 '고부가가치의 부자과학 생명공학'이라는 기사는 '황우석박사 소동'으로 일반인들에게도 제법 알려진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비윤리적인 측면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배아줄기세포연구는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여성의 몸에 2주 동안 수차례 주사를 놓아 각종 호르몬을 과다 투여하여 10 ~ 30개의 난자를 강제로 배양하고, 전신마취를 시킨 후 굵고 긴 주사바늘로 10 ~ 30번 찔러 질벽과 난소에 볼펜 심만한 구멍을 10 ~ 30개 남기는 난자강제배양추출 수술은 배아줄기세포연구의 1단계입니다." (본문 중에서)

박병상 소장은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여성에 대한 생체실험이나 다름없다고 합니다. 약사이신 전진경님이 쓴 '무익하고 해롭기까지 한 관행 동물실험'이라는 기사도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합니다. 예컨대 "동물을 통한 독성실험의 결과가 인간에게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경우는 5∼25%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전진경님은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는 동물실험 때문에 정작 필요한 약품 출시 후 모니터링, 역학연구, 사람 조직세포를 이용한 연구,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세밀한 임상연구에 상대적으로 적게 지원되는 문제를 낳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만 매년 동물실험을 통해 검증된 의약품으로 인해 10만 명 이상의 사람이 목숨을 잃고, 연간 수백만 건의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이는 교통사고나 AIDS로 인한 사망을 능가하는 수치이며, 동물 시험의 효용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할 중요한 사례라 할 것이다."(본문 중에서)

그는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는 동물실험이 동물 학대문제뿐만 아니라 의학발전을 위해서도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생명공학과 동물의학실험에 대한 진실

이밖에도 '좌절감과 우울감에 빠진 동물들을 구경하는 곳 동물원', '한국의 곰사육 정책을 말하다', '피비린내와 탐욕에 절은 사치품 모피 옷'과 같은 기사들 역시 특별한 고민 없이 대하던 동물원 우리에 갇힌 동물들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는 '고민'을 안겨줍니다.

<숨>이 온통 무거운 이야기로만 가득하지는 않습니다. 가수 정치찬을 인터뷰한 기사는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는 소박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채식주의자들은 정말 생선, 우유, 계란을 비롯한 하다못해 멸치 국물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육식도 거부하는 '완전채식주의자'에서부터 여러 단계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한국 상황에 맞추어서 채식을 한다는 정치찬의 '비덩주의'는 적절한 타협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덩어리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을 '비덩주의'라고 이야기한다. 부득이하게 외식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고기가 포함되지 않는 식사를 선택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것은 채식하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일입니다.

책 한 권을 읽고, 동물권에 대한 KARA의 주장에 모두 공감이 되지는 않습니다. 말하자면, 저는 동물권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상당히 공감되지만, 여전히 사람과 동물을 온전하게 똑같이 존귀하게 바라볼 만한 내공이 되지는 않는 듯합니다.

동물은 가장 동물답게 살아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이 살아가는 동안 굉장히 비동물적인 학대를 당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동물이 사람으로부터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동물권이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렇지만, 온 생명의 관점에서 사람과 자연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을 새롭게 바라보아야 한다는 <숨>의 주장에는 여러모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창간호 <숨>은 동물보호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을 교과서처럼 담고 있어 여러모로 유익한 책입니다.

아울러, 굉장히 척박한 여건에서 여러 사람들의 수고를 담아 어렵게 만들어진 잡지라고 합니다. <숨>이 생명사랑의 소중한 가치에 공감하는 많은 독자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숨>은 배송비 없이 5000원에 구입할 수 있지만, 기증을 위한 후원금을 덧붙여 구입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숨 카페 : http://cafe.naver.com/mzsoom

*숨 구매하기 :
인터넷 - http://db.blueweb.co.kr/formmail/Newformmail.html?dataname=petitpipi0
전화 - 더불어 숨 (02) 3482-0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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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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