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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새 정부는 어떻게 할까? 스타일은 구기겠지만, <조선일보> 말처럼 내놓았던 핵심 경제공약들을 '그게 아닌가벼'라며 거둬들일 수 있을까? 그렇게 한다면 그 때 국민들에게 무어라고 변명할 것인가? <편집자주>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19일 저녁 여의도 당사를 찾아 선대위 관계자들과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어지럽다. 교육부를 해체할 것이라고 한다. 초중등 교육정책과 감독권한은 시도교육청으로 넘길 것이라고 한다. 대입시나 대학정책은 대교협 등 대학과 자율기구에 맡길 방침이라고 한다. 궁극적으로 대입시는 자율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소식을 전하던 한 택시 기사분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교육부를 없앤데요…." 역시 "이명박답다"는 반응이었다. 무언가 확실하게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 보였다. 좋은 일이다. 새 대통령 당선자에게 변화와 혁신의 기대를 가질 수 있음은.

 

그런데 헷갈린다. 교육부 해체론이 나온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조금씩 다른 소리들이 들린다. 교육부는 없애는 것이 아니고, 과학기술부와 통합해 과기교육부로 개편한다는 이야기다. 교육부와 과기부의 통합 이야기는 사실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그리 새로울 것은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교육부의 초중등 정책 및 규제 권한을 대폭 시도교육청으로 넘기겠다는 구상은 보통 일은 아니다. 논란은 있겠지만, 초중등교육이라도 전면적인 지방교육자치 쪽으로 가자는 구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동안 교육계의 의도적인 외면 속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던 본격적인 교육자치를 들고 나왔다는 점에서 새롭고 획기적인 정책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마저 분명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최근 잇달아 나오고 있는 여러 가지 새 정부 정책 구상 보도를 보면 너무 중구난방이다.

 

당선자 새 바람에 찬물 끼얹는 <조선일보>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해 부동산 세금을 손볼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뜨거웠다. 하지만 이명박 당선자의 정책 브레인은 이런 언론 보도에 손사래를 친다. 일단 부동산 가격 안정이 먼저고, 부동산 세금을 손보는 것은 그 다음이라는 것이다. 취득세나 등록세 등 거래세도 내년 하반기에 가서나 검토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류세 등 다른 세금 관계도 마찬가지다.

 

대북 정책은 물론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 등도 다시 논의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도 눈에 띈다. 한 보수 신문의 지적처럼 '좌에서 우로' 권력의 추가 이동하면서 많은 정책들이 재검토되고 그 방향이 새롭게 모색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됐고, 더구나 그 당선자와 집권당이 기존 집권세력과는 확연하게 다른 정책 방향을 제시해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고 한다면 많은 정책들이 바뀌는 게 당연하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한나라당이 약속했던 공약을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이명박 당선자에게 공약타당성 재검토 기구를 제안한 24일자 <조선일보> 사설.

 

그러나, 지금처럼 시작부터 중구난방식이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처음부터 부산만 떨다가 정작 그 어떤 것이나 시작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언론들이 너무 앞서나간 측면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새 권력의 풍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언론들이 앞다퉈 바람을 잡다 보니까, 너무 앞서 나간 대목이 있을 수 있다. 어디 언론뿐일까. 새 대통령이 취임하기도 전부터 출자총액제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바꿔 출자총액제의 폐지 검토에 들어갔다는 공정거래위원회 소식은 한국 관료집단의 천박성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중구난방식 언론 보도나 대통령 당선자 측 행보에는 나름대로 '진실'이 담겨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나 한나라당측이 공언해 왔던 공약과 정책들이 사실은 실현이 곤란한 것일 수 있다는 '징후'들도 일부 포착된다.

 

기업투자 안한 거, 노무현 탓이 아니었어?

 

그러한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보수언론 쪽이 더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조선일보> 같은 경우는 24일자 사설에서 아예 '당선자 공약 타당성 재검토 기구'를 둘 것을 제안하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에서 내세운 공약 92개의 절반 이상이 '경제 공약'이고 "그 많은 경제 공약들이 실제 정책으로 옮겨도 될 정도로 잘 다듬어졌다고 하기 어렵다"면서 "공약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버릴 것, 정리할 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정리할 것"을 주문했다.

 

<조선일보>는 재조정하거나 버릴 대표적 공약으로 10년동안 평균 7% 성장에 10년내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이라는, 이른바 '747공약'과 한반도 대운하 공약, 720만 신용불량자 대사면, 서민 주요 생활비 30% 공약, 12조원 감세 공약 등을 들었다. 한 마디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내놓았던 경제공약의 핵심 알맹이 공약은 다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내내 이룰 수도 없는 경제 공약으로 국민들을 기만했다는 이야기인가?

 

 당선자가 약속을 잊은 척 해도 된다고 주장한 22일자 <조선일보> 경제초점.

<조선일보> 박정훈 경제부장은 이미 22일자 칼럼 '이 당선자가 해도 될 선의의 위약'에서 이들 경제 공약들은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면서 "국민들도 그런 '선의의 배신'은 눈감아 줄 용의가 있다"고 쓰기도 했다. "선거가 급했던 이 당선자로선 이것저것 가릴 여력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한 마디로 표를 얻기 위한 '무리한 공약'이었다는 것이다.

 

박정훈 경제부장은 "기업들이 투자를 꺼린 데는 노무현 정부의 '불확실성 리스크' 탓이 컸"지만 "그러나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했다. "환경 탓도 있겠지만, 기업이 투자할 아이템을 못 찾았다."

 

황당하다. 그 진짜 이유가. 이명박 당선자 측 인사들과 일부 언론은 앞다퉈 새로운 세상이 올 것이라고 바람을 잡고 있는데, 정작 <조선일보>가 거꾸로 가고 있는 것도 황당하다. 새로운 세상의 장밋빛 전망을 앞장서서 바람 잡아야 할 <조선일보> 같은 신문이 새 세상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하자며, 시작도 하기 전에 김부터 빼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이명박 당선자가 가장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공약들부터 버리고 정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왜? 처음부터 실현 가능한 공약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일보> 같은 신문은 처음부터 안 될 공약을 이명박 후보가 표 때문에 내놓은 줄 뻔히 알면서도 아무 소리도 안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놓고, 이제 와선 '선의의 위약'은 국민들도 이해할 것이니 괘념치 말고 안 켜도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기가 막히게 '편리한' 논리이고 태도다.

 

'747', '한반도대운하', '감세'... 후보 시절엔 검증 않더니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새 정부는 어떻게 할까? 스타일은 구기겠지만, <조선일보> 말처럼 내놓았던 핵심 경제공약들을 '그게 아닌가벼'라며 거둬들일 수 있을까? 그렇게 한다면 그 때 국민들에게 무어라고 변명할 것인가?

 

새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야심찬 기획을 실행에 옮기기도 전에 이런 것부터 묻는 것은 실례일 수 있다.

 

하지만 권력의 풍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책없는 바람잡이에 나선 일부 언론의 들뜬 보도나, 빛과 같은 속도의 민첩한 변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관료들의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내놓았던 핵심 경제 공약들을 처음부터 아예 없던 일로 하자는 <조선일보>의 너무나 편리한 처신이 그런 실례되는 질문들을 벌써부터 던지게 한다.

 

 지난 8월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마지막 대선예비후보 합동연설회가 끝난뒤 이명박 후보 지지 대학생들이 `취직 좀 시켜주면 안되겠니' 플래카드를 내걸고 '이명박'을 연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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