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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건강하고 깨끗한 혈액을 공급하는 고등학생들, 문제는 이들이 방학에 들어가면 혈액공급에 비상등이 켜진다.
 가장 건강하고 깨끗한 혈액을 공급하는 고등학생들, 문제는 이들이 방학에 들어가면 혈액공급에 비상등이 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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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하고 있는 여학생. 이 학교 여학생들은 헌혈에 적극 동참했다.
 헌혈하고 있는 여학생. 이 학교 여학생들은 헌혈에 적극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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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헌혈하는 학생 그리고, 학생들의 헌혈을 돕는 간호사가 기도하는 심정으로 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친구와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헌혈하는 학생 그리고, 학생들의 헌혈을 돕는 간호사가 기도하는 심정으로 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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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면 헌혈률이 뚝 떨어진다. 추위로 인한 가두 헌혈이 줄어든 데다 대학생과 고등학생들이 방학에 들어가면서 헌혈 공급에 비상 상황이 발생한다. 연말연시의 어수선한 틈을 타 위급한 환자들의 생명에 빨간 불이 커지는 것이다. 2006년 10대와 20대 헌혈은 전체 헌혈의 83.5%를 차지했다.

경기도 안산 성안고등학교(교장 이수을)가 크리스마스이브에 헌혈 나눔을 실천했다. 이 학교는 24일 '한마음혈액원'(원장 김춘원)과 함께 헌혈 행사를 연 가운데 386명의 학생이 헌혈에 동참했다. 이 학교는 매년 2차례에 걸친 헌혈행사를 통해 생명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이날 크리스마스이브 헌혈에는 고3 학생들이 많이 동참했다. 첫 번째 헌혈 테이프를 고3 학생이 끊었다. 오늘로 네 번째 헌혈이라고 밝힌 장지은(19)양은 "처음 헌혈을 할 때는 무서움이 있었는데 막상 하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면서 "내 피를 수혈 받은 분이 건강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즘 고3 학생들은 대학입시 문제로 인해 희비가 엇갈린다. 최윤철(19)군은 2학기 수시 모집에서 국제관계학부에 합격해 여유만만이다. 하지만 친구 박용호(19)군은 정시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함께 헌혈에 동참한 두 친구는 "수능과 대학입시로 스트레스가 컸던 것은 사실"이라며 "크리스마스이브에 헌혈하게 돼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다. 헌혈하게 해준 분들께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김여진(18 성안고 2)양은 세 번째 헌혈이다. O형인 여진양은 "남아도는 피를 헌혈하는 것은 자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헌혈도 하고 영화표 선물도 받아서 기분이 굿"이라며 앞으로도 헌혈에 계속 동참 하겠다며 즐거워했다.

난생처음 헌혈을 했다는 허미(18 성안고)양은 "내 피가 혈관을 타고 헌혈 봉지에 담기는 것이 이상했지만 내 피가 아픈 사람을 살리는데 사용된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뿌듯했다"면서 "예수께서 태어나기 전날인 오늘, 생명을 나누는 일에 동참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헌혈 나눔의 성안고... "명문대 진학보다 중요한 것은 이웃사랑"

문진표를 작성하는 학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자리가 부족하자 일부 학생들은 친구의 등에다 대고 문진표를 작성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 대학 입시원서를 쓰는 게 아니랍니다! 문진표를 작성하는 학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자리가 부족하자 일부 학생들은 친구의 등에다 대고 문진표를 작성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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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헌혈에는 386명의 학생이 동참했다. 학생들의 건강한 혈액이 생명 살리는 일에 크게 쓰일 것이다.
 이날 헌혈에는 386명의 학생이 동참했다. 학생들의 건강한 혈액이 생명 살리는 일에 크게 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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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공학인 성안고등학교는 매년 2차례에 걸친 헌혈 행사를 아름다운 전통으로 이어가고 있다. 99년 개교한 이 학교는 당시 간암 판정을 받은 이효상 학생 부친을 돕기 위한 헌혈행사와 모금운동을 펼쳤다. 또한 재생불량성 악성 빈혈에 걸린 학우를 돕기 위한 헌혈 등의 사랑 나눔을 펼쳐왔다.

학생들 뿐 아니라 교사들도 헌혈에 앞장서고 있다. 김기섭(44) 체육교사의 헌혈 목표는 100번이다. 현재 20번 헌혈한 김 교사는 "헌혈 회원으로 가입해 매년 3-4회 정도 헌혈하고 있다"면서 "혈액이 바닥났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을 때마다 우리나라 5천만 국민들이 조금만 더 헌혈대열에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된다"고 답답함을 털어놨다.

이수을 교장은 명문대 진학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웃사랑을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교장은 "학생들에게 남을 돕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당부하는데 고맙게도 잘 따라주고 있다"면서 "우리 학생들은 (명문고나 특성화고교 학생들보다) 성적이 우수하지 않지만 봉사와 이웃사랑만큼은 다른 학교 학생들보다 앞선다"고 강조했다.

김춘원(68) 한마음혈액원 원장은 "헌혈은 생명을 살리는 매우 아름다운 기부행위"라면서 "오늘 헌혈한 학생들은 생명이 위급한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가장 소중한 크리스마스 선물은 준 것"이라고 칭찬했다.

한편, 크리스마스이브 헌혈 행사에는 '사랑의 찐빵봉사대'가 동참해 학생들에게 4500개의 찐빵을 나누는 등 훈훈한 하루를 보냈다. 찐빵 만들기에는 이 학교 학생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했다.

곽광희(62) 목사는 "오늘은 교회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정도로 바쁜 날인데 생명을 살리는 중요한 행사여서 시간을 뺐다"면서 "학생들이 찐빵을 나눠 먹으면서 이웃을 돌보고 사랑의 교제를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사랑의 찐방을 만들고 있는 여학생들.
 사랑의 찐방을 만들고 있는 여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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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쪄낸 찐빵을 골라내고 있는 남학생들.
 막 쪄낸 찐빵을 골라내고 있는 남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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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헌혈, #고등학생, #수급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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