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소설가 이문열씨.
 소설가 이문열씨.
ⓒ 오마이뉴스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정치·문학 양쪽 모두에서 한국의 대표적 보수인사 중 한 명으로 지칭되는 소설가 이문열(59)씨가 이번 대선 결과에 관해 입을 열었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다.

'이문열'이란 이름이 지닌 상징성과 무게를 감안한 듯 <중앙>은 24일자 5면 전체를 할애해 이씨가 토로한 '2007년 12월'에 대한 감회와 그가 내놓은 '17대 대통령선거 해석'을 실었다. 이씨는 지난 2005년 말 출국해 현재 2년째 미국에 머물고 있다.

이씨의 첫 마디는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고맙고, 기쁘다"는 것. 고맙다? 다소 의아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다. 이에 관해 이씨는 "고맙다는 말에는 특별한 뜻이 있다"고 부연했다.

"내가 주제넘는 연민이나 불필요한 걱정 같은 것으로 보수 논객을 자처하거나 혹은, 우파의 후원자를 자원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홀가분한 맘으로 원래 내 자리(문인)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고맙게 느껴진다."

이는 이른바 '우향우'한 대선 표심이 이씨 자신을 '보수성향의 정치작가'에서 '순수한 문인'으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씨는 "민심은 언제든 이번처럼 돌아설 수 있는 것"임을 또한 알고 있었고, "다음에 다시 민심이 돌아서게 만든다면 단순히 한 정권의 몰락이 아니라, 대한민국 운명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명박 후보에게 "고맙다"라고까지 말한 이문열씨지만, 마냥 듣기 좋은 소리만 전한 것은 아니다. 특히 이명박 후보의 자녀 위장 취업 문제는 일종의 "도덕적 마비"라고 질책하며, "이번에는 용케 용서받았고, 국민이 왜 용서해 줬는지 이해는 안 가지만, 반복되면 끝이다"라고 조언했다.

"나는 사실 BBK 같은 것은 걱정 안 했다. 하지만, 자녀 위장 취업 문제가 나왔을 때는 큰일이라고 생각했다. (자녀 위장 취업은) 요즘은 중소기업 사장도 안 하는 일이다. 그걸 대통령 후보가 2006년까지 하고 있었다니… 참 천민자본주의적 (도덕)둔감인데…."

실리와 실익을 추구하는 세력들이 진보진영 선택 안해

이와 함께 이씨는 이명박 후보가 천명한 '실용 보수'에 관해서는 "실용주의의 대척점은 이념이나 이상일 것이다… 실용주의는 이상(또는, 이념)이 아름답더라도 현실적으로 불리하다면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더불어 이문열씨는 '진보 진영의 대선 패배' 요인도 실용주의, 실리주의 세력들의 선택 탓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2002년 대선에서 다수를 몰아줬던 진보도 전부 진성 진보가 아닌 거다. 우리 사회에 실용주의 혹은, 실리주의라 할 세력이 있다. 이들이 2002년엔 진보에 기대를 걸었고, 이번엔 보수 쪽에 건 것이다. '흑묘건 백묘든 괜찮다'(구호나 이념보다는 실질과 실익에 가치를 둔다)는 그런 세력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문열씨는 향후 '이명박 정권'이 추진할 문화(문학) 관련 정책에 대한 자신의 바람도 전했다. 그 핵심은 "문화 방면에 대한 권력의 제어력이 커진 것을 조정했으면 한다"는 것.

이씨는 현재 문화판을 "정치력이 문화를 장악해 버렸다"고 진단하며, 노무현 정부 들어 그 규모가 커진 문화관련 정부지원 정책이 "좋게 보면 문화에 대한 지원이겠지만 나쁘게 보면 그 분야에 대한 (정부의) 장악력을 키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화가 정치권력 혹은, 사회권력 쪽에 예속된 지금의 형태는 아주 진지하고 시급하게 검토돼야 한다"는 나름의 해결책까지 내놓은 이씨는 "지원은 많은데 문학의 힘은 약해졌다"며 번역 소설과 실용서에 밀려 고사상태에 놓인 '한국 문학'의 현실을 개탄하기도 했다. 

한국 현실에서 자의건 타의건 떠나있었던 미국 체류기간이 작품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관해선 "낭비는 안 될 것이다. 미국사회에 대한 어떤 전반적 느낌도 생기는 것 같다"는 감회를 전한 이씨는 마지막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아래와 같은 신년 인사를 전했다.

"오는 날에 대해 낙관을 갖자는 것보다 서로에게 격려가 될 만한 말이 있겠나. 어제보다 훨씬 나은 내일이 있다고 믿기를 권할밖에."


태그:#이문열, #이명박, #진보, #보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