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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선거에 나왔던 허경영 후보가 자신이 지닌 초능력을 공개했다.
 '엠군'과 인터뷰 하며 자신이 지닌 초능력을 털어놓는 허경영 후보.
ⓒ 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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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한다.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함 용지를 붙들고 3초 고민했다. 13번은 없고, 아무데나 찍으면 '무효표'고, 차라리 이 콩떡 같은 선거에 대한 반항의 표시로 '팔자 펴게 해 준다'는 8번 허경영을 확 찍어버릴까? 하늘과 통하며, 결혼 때 1억 주고 줄줄이 돈 준대서? 그보다 실은 대통령 되면 만날 싸움질만 하고 당최 일이라곤 쥐뿔도 안 하고 여기저기 빌붙어서, 평생 놀고먹을 국회의원이나 계속 해볼까 기웃대는 국회의원을 100명으로 팍 줄여버릴 뿐만 아니라 몽땅 무보수로 돌린다니?

미안하다. 솔깃했다. 온 몸으로 솔깃하고, 냉동 칸에 넣어 살짝 차게 한 사이다 댓 병 원샷으로 냅다 들이킨 듯이 싸하게 시원했다.

이름만 국회의원이지 지들 딴 짓 다 하고(회사원이면 당장 잘렸다), 술 먹다 여자나 주무르고, 쌈박질에 만날 우르르 몰려다니며 거짓말에 욕설만 해대는데 이들 월급이 얼마? 거기다 아무리 눈치를 살펴도 돌려받을 가망이 없어 보여, 월급 받을 때마다 '이젠 정부한테까지 삥 뜯기는구나' 싶어 처연함과 열 받음을 '따블'로 주는 국민연금은 또 어떻고? 그런데 대통령이 되시자마자 그 국민연금을 만든 공무원을 몽땅 처벌하신다니, 듣기만 해도 마음이 벌렁벌렁,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상쾌도 하다" 버전으로 징글벨 징글벨을 울리며 루돌프 마차에 올라 하늘을 날고 있었다. 

거기다 당최 우리가 이러려고 지방자치제를 했나 싶게 역시 세금만 따박따박 월급으로 받아먹고, 선거비까지 세금 내게 만들며 하는 일은 쥐꼬리가 아니라 바퀴벌레 세수하는 수준으로 일만 해대다 그게 힘들다고 해외 시찰을 빙자한 관광 나가느라 바쁜 지자체를 보자니 억장이 꼬이는데, 지자체 단체장 선거 폐지라니? "정말이신가요?"를 넘어, "믿어도 되나요?"를 넘어, 현실 가능성은 둘째 치고 듣기만 해도 '므흣므흣'함이 경부운하에 들이부울 물처럼 지 멋대로 흘렀다. 물론 더럽게.

어떤 신문에서 어떤 심리전문가는 이런 서민들 맘을 "실현 가능성을 떠나 믿고 싶어 믿는다"고 했던데, 웃기지 마시라. 실현 가능성을 떠나, 웃기니까 웃는 거다. 남의 다리 긁으며 잘났다 떠드는 뭇 정치인들과 달리, 어쨌든 제대로 된 다리 콕 찔러주니까 관심 갖는 거다.
그에게 '마데카솔'이 없으며, 그저 잠시 긁어주는 것인 줄 알지만, 그래도 당장 간지러운 마당에 시원하게 긁어주니 너무 시원하고 너무 웃겨서 웃는 거다.

실현 가능성도 안 따지고 사람들이 (멍청하게?) 무조건 믿는다고 믿는 그대야말로 어째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몽땅 '머저리'로 아는 누군가와 닮았다. 게다가 허경영 아니 '허본좌'만큼 아이큐 430도 안 되는 마당에 똑똑한 체를 하셔서 쓰나.

 네티즌이 만든 허경영 후보 패러디
 네티즌이 만든 허경영 후보 패러디.
ⓒ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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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허경영 후보가 내세운 공약들, 결혼하면 1억 주고, 애 낳으면 3천만 원 주고, 유엔본부를 판문점으로 옮기고 등등, 이게 과연 실현 가능할까? 물론 가능성 무지 낮다. 거의 없다. 말도 안 된다. 황당무계하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나도 안다. 그도 안다. 당신도 알 걸?

그런데 웃기다. 재미있어 웃기고, 실소를 금할 수 없어 웃기다. 실소도 웃는 건 웃는 거다. 짜증보다 낫다. 짜증은 얼굴을 찌푸리게 하지만, 실소는 얼굴을 춤추게 한다.

그래서다. 이번 대선 보며 '정말 짜증난다' 생각 한 번 안 해본 사람 있을까?  얼토당토않은 거짓말 릴레이 놀음에 짜증나고, 독실한 믿음으로 그분 말을 믿더라도, 그분이 아니라는데 자꾸 물고 늘어지는 누구들보며 짜증났다.

문어와 오렌지와 창문처럼 척 봐도 전혀 유전자가 다른데 서로 유전자 합체가 안 된다고 투덜대는 걸 봐도 짜증났다. 딱히 한 쪽에 쏠리거나 하지 않은 이들도 당최 누구를 찍어야할지, 딱 감이 오고 마음이 가는 후보가 없어 짜증났다. 진흙탕에서 진흙 고르기 같달까?

스스로 진보라 생각했던 이들도, 진보라 외치는 이들이 진부하기 이를 데 없는 행각에 진보가 아니라 진드기로 보여 짜증냈다. 스스로 보수라 생각했던 이들은 얼치기 보수가 '보수'색깔 흐린다며 짜증냈다.

한 마디로 이번 대선은 '짜증랜드'였다. '짜증랜드'에 '짜증나' 왕을 뽑는 것이, 마치 '짜장면' 면발 뽑기 같은 선거였다. 뭐, 당신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내 주변에 그런 사람 많았다. 미안하다. '짜증'이 많은 인간들과 사귀어서.

여하튼 그들은 혹은 나는 (살짝) 왜 허경영에 솔깃했을까? 하는 말마다 털조끼 옆구리 솔기 터지는 소리만 해대는데 왜 솔깃했을까? 뇌 솔기가 터져서? 하는 말마다 그가 세상 모든 김밥을 금밥으로 만들어 국민들에게 뿌려주겠다고 들리는데 왜 솔깃했을까? 오죽 금밥이 궁해서? 오죽하면 황당무계 9단 후보가, 정치 9단 이인제를 이길 뻔 했을까?

허경영을 찍은 약 10만 명더러 '정신병원 갈 인간 많다'고 생각하고 있을 그대, 미안하지만, 그런 거 잘 안 할 테지만, 그래서 미안하지만, 한 번 생각해 보라.

오죽하면 자기가 우주와 통한다며, 아이큐 430이라고 천연덕스레 말하는 인물에게 누군가가 표를 던졌을까? 오죽하면 자기가 쳐다보기만 해도 사람들 만병을 고친다는 초능력자라 말하는 인물에게 누리꾼들이 열광할까? 그런 이가 장난이 아니라 진짜 대선 후보로 나왔는데, 사람들은 어쩌다 정신 제대로 나간 종교인이나 '또라이'라 손가락질하는 대신 열광하고, 누군가는 진짜 그에게 투표권을 던졌을까? 투표용지를 바닥에 패대기치는 것과 같다는 걸 알면서?

차라리 니들보다 낫다요, 니들이 쟤보다도 못 하다요, 이렇게 해서라도 울고 싶은 마음을 웃기는 짓거리로 돌려보고 싶단 맘을, 니들은 알까? 정치인인척 하는 개그맨보다 진짜 개그맨에 열광하는 현실을 만들어줘 고맙다. 잘난 대한민국 정치인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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