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운동장 철거 반대한다." 나진균 선수협 사무총장(가운데)이 14일 서울시청 앞 기자회견에서 시위자 대표로 나서고 있다.

▲ "동대문운동장 철거 반대한다." 나진균 선수협 사무총장(가운데)이 14일 서울시청 앞 기자회견에서 시위자 대표로 나서고 있다. ⓒ 이호영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은 최근 민감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선수협은 야구계를 대표해 동대문운동장 보존에 힘쓰고 있으며 외국인 선수 제한과 현대 유니콘스 야구단 매각과 연관되어 상당한 고민을 갖고 있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가 맞이한 문제점과 그에 따른 선수협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선수협 사무실에서 나진균 선수협 사무총장을 만나봤다.

[동대문운동장 보전] 야구계는 선수협 혼자라도 나선다

- 동대문운동장 철거에 야구계가 찬성했으나 정작 선수협은 반대하고 있다.
"(한참을 고민하더니) 사실 요즘 이런저런 문제로 머리가 아프다. 특히 동대문운동장 철거에 대해서는 현장을 찾기도 했는데 답답한 심정이다. 그리고 '야구계의 찬성'이라는 말을 바꿔 달라. 일부 야구단체의 행정 업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찬성한 것이 맞다. 야구계는 야구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망라하는 것이다. 사실 현장의 야구 지도자들이 동대문운동장 철거에 찬성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 소신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인데.
"동대문운동장이 헐리는 것이 우리 야구계의 어려운 현실을 그대로 비추고 있다. 만약 동대문운동장이 철거된다면 야구인들은 모두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한 심정으로 선수협이라도 동대문운동장 보존에 참여하지 않으면 관련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야구계가 손가락질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아서 나서고 있다. 그리고 뜻이 있어도 개인적으로 섣불리 나서기도 힘든 것이 바로 우리 체육계의 현실이다.

앞으로는 선수협에서 박찬호(LA 다저스),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 송진우(한화 이글스)와 같은 선수들에게 동대문운동장 철거 반대 1인 시위를 부탁하겠다. 이들은 미국, 일본, 한국 프로야구를 빛내고 있는 선수들인 만큼 시위는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본다."

[현대 야구단 매각 문제] 구단들 이기주의 극복해야

- 현대 유니콘스 야구단이 해체 될 수도 있는데.
"보통 기업은 적자 내는 것을 감춘다. 하지만 야구단만큼은 마치 적자를 홍보하는 것 같다. 이러다보니 야구단 인수는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일단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힘을 쓰고 있으니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 야구단 구매자가 없는 문제는 좀 심각하지 않나?
"구매자가 왜 없었나. 일전에 농협과 STX가 현대 야구단을 인수하려고 했던 것만 봐도 야구단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분명히 있다고 본다. 다만 농협과 STX는 외부적인 요인(각각 조합원들의 반대, 기업 기밀 유출)때문에 인수가 무산된 것일 뿐이다.

또한 프로야구가 과연 적자 산업일지는 의문이다. 사실 이 문제로 추후 공개 토론회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광고 전문가, 경제 전문가를 모셔놓고 프로야구가 정말 적자 산업인지 따져볼 것이다. 적자가 만연한 구단을 20년 이상 끌고 간다는 것도 상식과는 어긋나는 것 아닌가.

아울러 현대 야구단 문제에 대해서는 서울 연고 구단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양보가 아쉽다. 사실 현대 야구단을 서울로 불러들여 당장 올해 목동구장에서 경기를 했다면 새로운 구매자를 얻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구단들이 과연 동업자 정신은 있는지 의심스럽다. 모두들 기득권을 주장하면 어떻게 야구가 발전하겠나."

[도핑테스트] 금지 약물? 우리는 떳떳하다

"금지약물? 저희는 떳떳합니다." 나진균 선수협 사무총장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금지약물 파동에 대해 앞으로 한국 프로야구에서 금지약물 논란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 "금지약물? 저희는 떳떳합니다." 나진균 선수협 사무총장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금지약물 파동에 대해 앞으로 한국 프로야구에서 금지약물 논란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 이호영

-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가 금지약물 보고서인 <미첼 리포트>로 시끄럽다.
"도핑테스트에 관해서는 선수협이 관여하는 것이 전혀 없다. 도핑테스트와 관련한 모든 일들은 한국야구위원회(KBO) 반도핑위원회에 위임했다.

물론 반도핑위원회에 이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를 섭외한 적은 있다. KBO 반도핑위원 김상범, 이종하 교수를 비롯한 분들은 도핑테스트에 정통했을 뿐 아니라 불법적인 영향력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개인적인 자부심이 대단하다."

- 도핑테스트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있나?
"조심스럽지만 과거에는 선수들이 금지약물을 사용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재는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은 떳떳하다고 말할 수 있다. 도핑테스트를 앞두고 선수들은 꾸준히 교육을 받고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10월초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도 8개 구단 24명 전원이 음성판정을 받았다. 앞으로 도핑테스트가 강화되더라도 적발되는 사례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 선수협은 모든 외국인 선수들의 도핑테스트를 의무화하는 등의 제안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금지약물은 프로야구에 외국인 선수들이 가세하면서 문제로 부각된 것이 아닌가. 외국인 선수 도입 이전 프로야구가 약물 의혹에 휩싸인 적은 없었다."

[외국인 선수] 보유 확대? 말도 안 된다

- 최근 각 구단 단장들에 의해 외국인 선수 보유 확대(2명에서 3명으로) 논의가 있다.
"한 마디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2004년은 병역 비리로 선수들이 줄어들어서 외국인 선수를 늘려야 한다고 하더니 그 선수들 복귀하고 나니 이제 선수들의 몸값을 들먹이고 있다. 구단들은 FA 등으로 국내 선수들의 몸값이 올라서 외국인 선수를 늘려야 한다고 하는데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 선수들의 몸값을 턱없이 올린 주체가 누군가. 바로 구단들이다. 또 알고 보면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도 결코 만만치 않다."

"외국인 선수 확대, 당연히 반대죠." 나진균 선수협 사무총장은 외국인 선수 확대가 한국 야구 발전에 기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소신을 당당하게 밝혔다. 이어 각 구단들의 편의주의적 발상을 지적하기도 했다.

▲ "외국인 선수 확대, 당연히 반대죠." 나진균 선수협 사무총장은 외국인 선수 확대가 한국 야구 발전에 기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소신을 당당하게 밝혔다. 이어 각 구단들의 편의주의적 발상을 지적하기도 했다. ⓒ 이호영


-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에 문제라도 있나.
"올해 심정수(삼성 라이온즈)는 7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아 프로야구 최고 연봉 선수가 됐다. 하지만 심정수보다 더 많은 돈을 받고 뛰는 프로야구 선수도 있다. 바로 외국인 선수들이 그 대상이다. 외부에 공개된 외국인 선수들의 연봉은 30만 달러(약 2억8000만원)선이지만 야구계에서는 이 금액을 순수한 몸값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뒷돈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 뒷돈 문제라면 보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달라.
"최근 KIA 타이거즈는 현역 메이저리거인 내야수 윌슨 발데스(LA 다저스)를 영입 물망에 올려놓고 있다고 들었다. 발데스가 한국에 올 경우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인 30만 달러를 받고 온다는 얘기인데 메이저리그 꿈도 접고 그곳 최소연봉인 39만 달러(약 3억6000만원)를 포기한 채 굳이 낯선 땅에 온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외국인 선수 뒷돈 문제는 더 복잡한 일들을 불러올 수 있어서 선수협에서 공식적으로 제기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 외국인 선수 도입이 야구 발전에 기여한다는 의견도 있다.
"꼭 그렇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한국 프로야구가 외국인 선수를 2명 보유하면서 매년 적잖은 한국 선수들은 설자리를 잃고 유니폼을 벗어야 한다. 또한 야구 유망주들은 취업이 형편없는 현실에 놓여 있는데 이마저도 외국인 선수의 자리가 넓어진다면 한국 야구의 발전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올해 프로야구 지명은 810명 참가, 62명 지명으로 7.7%선에 불과했다).

대신 이런 제안은 할 수 있다. 바로 외국인 선수 몸값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현재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인 30만 달러를 100만 달러(약 9억3000만원)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고 경쟁력을 도모한다면 찬성한다. 물론 외국인 선수 보유 확대까지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 한국 선수들의 입지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인가?
"그렇다. 현재 많지도 않은 프로 구단이 하나 줄어들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까지 늘린다면 한국 선수들이 설자리는 과연 얼마 만큼이며 누가 야구를 하려고 하겠나. 입지가 확고한 고액연봉 선수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현재 프로야구는 생계를 꾸려나가기도 빠듯한 선수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 선수 보유를 확대한다는 것은 이 선수들의 설자리를 빼앗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외국인 선수 확대가 한국 야구 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은 구단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에 대해 언제든지 쉽게 정리할 수 있다는 사실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데려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너무 편의주의적인 발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덧붙이는 글 아래의 주소로 야구관련 제보 받습니다.
http://aprealist.tistory.com
toberealist@nate.com
선수협 나진균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동대문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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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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