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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은 16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지난 2000년 10월 17일 광운대 최고경영자과정 특강에서 'BBK를 본인이 직접 설립했다'고 밝히는 내용이 담긴 2시간 분량(CD 2장)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16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지난 2000년 10월 17일 광운대 최고경영자과정 특강에서 'BBK를 본인이 직접 설립했다'고 밝히는 내용이 담긴 2시간 분량(CD 2장)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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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공개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BBK 특강' CD는 BBK와의 관계를 줄곧 부인했던 이 후보의 입장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이날 새벽 확인한 '이명박 CD'에 따르면, 이 후보는 2000년 10월 17일 광운대 최고경영자과정 특강에서 "올해(2000년) 1월에 BBK를 내가 설립했고, 증권회사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증권회사를 만들기 위해서 금감원에 신청서를 냈고, 6개월 만에 허가가 나왔다"고 말했다.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 내용과도 일치

지금은 부인하지만, 광운대 특강 발언은 이 후보가 당시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과도 일치한다.

이 후보는 같은 해 10월 1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16일자 게재)에서 "올초 이미 새로운 금융상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LKe뱅크와 자산관리회사인 BBK를 창업한 바 있다"고 밝혔고, 11월 12일자 <일요신문> 인터뷰에서는 "1년 전 BBK란 투자자문사를 세웠는데 투자자문사에게 증권사(EBK증권중개 - 필자 주)는 꼭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되어있다.

이 후보가 광운대 강연에서 "1월에 설립한 BBK 회사가 9월말 28.8%의 수익률을 냈다"고 말한 대목도 강연 전날 <동아일보>에 실린 인터뷰 내용("김경준 사장이 지난해 BBK 설립 이후 한국 증시의 주가가 60% 빠질 때 아비트리지 거래로 28.8%의 수익률을 냈다")과 일치한다.

이 후보가 2000년 광운대 강연에서 밝힌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로 인한 정치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이 후보가 2000년 강연 발언과 정반대의 얘기를 해왔기 때문에 설령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해도 5년 임기 내내 "대선 과정에서 거짓말로 국민을 속였다"는 도덕성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5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대통령이 되더라도 BBK와 관련된 문제가 있다면 대통령 직을 걸고 책임 지겠다.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바 있다.

"BBK와 무관하다"는 이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검찰도 편파수사·부실수사 시비에 휘말리는 등 공신력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 후보는 BBK가 대선 쟁점으로 떠오르자 지난 6월 7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BBK건에 관해 나는 그 회사의 주식을 한 주도 가져본 일이 없다"고 단언했고, 이 같은 입장을 계속 고수했다.

당선되더라도 도덕성 논란 휘말릴 가능성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답변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답변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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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은 "2000년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BBK를 실소유했다는 이 후보의 '자백'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후보는 11월 19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언론 인터뷰들을 다음과 같이 부인했다.

"김경준이 앞으로 인터넷금융을 어떻게 해나가겠다는 홍보 차원에서 (내가 언론들과) 인터뷰를 한 일이 있다. 그때 아마 새로운 비즈니스를 제 자신도 잘 이해 못했지만,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됐던 것 같다."

이 후보와 신당의 입장이 팽팽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BBK 수사팀을 지휘한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5일 "이 후보가 (BBK와) 무관하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에 인터뷰나 'BBK 명함'은 더 이상 수사할 필요를 느끼지 않아 확인 안 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광운대 특강에서 참석자들에게 BBK에 투자하라고 권유했다는 대목도 논란이 될 만하다.

이 후보는 7월19일 한나라당 후보검증 청문회에서는 "내가 감사로 있던 장신대 장학재단에 (BBK) 투자 소개를 했지만, 삼성이나 다른 회사의 투자는 나와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고, 검찰도 "이 후보가 BBK에 투자를 유치한 돈은 장신대 등의 7억원밖에 없다"고 이 후보를 뒷받침했다.

그런데 광운대 강연 전에 이 후보의 큰형과 처남이 대주주로 있는 다스가 BBK에 50억원을 송금했고(2000년 10월 10일), 그로부터 사흘 뒤 BBK는 전세호 심텍 사장(이 후보의 대학후배)으로부터 5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상태였다. '김백준 BBK투자자문(주) 부회장' 명의의 축하화환이 교보생명에 보내진 것도 그해 10월 11일이었는데, 김백준씨는 당시 이 후보의 사업관계를 소상히 아는 핵심측근이다.

이를 종합하면, 지인들의 돈이 BBK로 한창 몰리는 시기에 이 후보가 대학특강에서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까지 BBK 투자를 설파하고 다닌 셈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김경준씨가 이듬해 12월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다스 돈 140억원을 제외한 BBK 투자금을 전부 돌려준 이유에 대한 궁금증도 풀리게 된다. 김씨는 "이 후보가 BBK 투자금 유치를 주도했고, 투자금을 돌려준 것도 이 후보의 지시였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새로운 증거'로 채택할까

그러나 이 후보에 이미 '면죄부'를 준 검찰이 광운대 특강 CD를 이 후보와 BBK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로 인정할 지는 불투명하다.

이 후보의 '위증교사' 의혹을 수사했던 검찰이 수사 결과를 뒤집는 '새 증거'를 채택하지 않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8월 10일 의혹을 제기한 김유찬씨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했는데, 그로부터 5일 뒤 <경향신문>은 이 후보의 과거측근 권영옥씨가 4월경 사건 관련자들에게 한 말이 담긴 녹취록을 보도했다.

서울중앙지검 김홍일 3차장 검사가 지난 5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6층 브리핑실에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던 도중 손수건으로 입을 닦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김홍일 3차장 검사가 지난 5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6층 브리핑실에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던 도중 손수건으로 입을 닦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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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에서 권씨는 "사실 위증교사는 내가 했다. 김유찬이 검찰에 신용을 잃었지만, 따져보면 그 XX(김유찬) 말이 더 맞다", "나 거짓말 잘 해. 이번 거짓말은 내가 승리했다. 옛날 것은 김유찬 말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신종대 2차장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녹취록의 존재를 알았지만 과거 수사 결과와 판결문 등을 종합해 결론을 내렸다. 녹취록은 수사 결과에 영향을 줄 만한 내용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과거의 녹취 내용이 현재 주장과 다르면 법정에서도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다"는 게 당시 검찰이 내린 결론이었는데, 검찰이 2000년 강연 CD에 대해서도 동일한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통합민주신당이 16일 오전 9시 CD 공개를 예고한 가운데 한나라당은 CD가 대선정국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가 당시 여러 대학에 특강을 하고 다녔으니 광운대에서도 강연을 했을 수 있지만, 특별한 얘기를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며 "지금은 확인된 사실만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BBK 수사의 '허점'을 보여주는 CD가 발견된 상황에서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명박 특검'을 처리하려는 반(反)한나라당 진영 공세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태그:#김경준, #이명박, #B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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