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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혁규 의원의 사퇴서가 지난 12일 수리되었다.

"참여정부가 이룬 성과를 실패로 규정하는 세력과는 같이할 수 없다."

 

지난 7월에 있은 열린우리당 대의원대회에서 김혁규 전 의원이 연설을 통해 말했던 내용이다. 당시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결국 신당에 합류하지 않은 채 의원직을 사퇴했다.

 

참여정부 예찬론자가 이회창 지지로

 

그런 김 전 의원이 이회창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참여정부의 성과를 지켜야 한다고 호소했던 그가, 참여정부를 '좌파정권'으로 규정하는 이회창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정말 어지럽게 돌아가는 17대 대선판이지만, 김혁규 전 의원의 정치유전을 돌아보면 뭐가 뭔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김혁규 전 의원은 참여정부 전반기만 해도 노무현 대통령의 강력한 신임을 받았던 인물이다. 노 대통령은 그를 국무총리로 지명하려 했다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일각의 반발에 밀려 포기한 적이 있었다.

 

결국 그의 총리기용은 무산되었지만, '김혁규'는 그 이후 계속 대표적인 '친노 인사'로 분류되어 왔다. 한때 친노세력의 대선후보 물망에 그의 이름도 심심치 않게 거명되었을 정도였다.

 

그러했던 김혁규 전 의원이 참여정부의 이념과 정반대 극의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이회창 후보에게로 간 것은 당혹스럽기만 하다.

 

당장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부산-경남지역 캠프는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한때 참여정부의 국무총리 후보 물망에 올랐고, 열린우리당 최고위원, 한국배구연맹 총재 등의 혜택을 누렸던 그가 신당측의 러브 콜을 뿌리치고 '이회창행'을 택한데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지사를 그만두고 참여정부 덕 본 것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결국 총리직을 거치지 못한데 대한 섭섭함이었을까.

 

묘한 것은 김 전 의원의 행보에 대해 신당과 한나라당측의 시각이 엇비슷하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이 오늘(11일) 낸 논평의 제목은 "배신자들에게는 미래가 없다"였다.

 

그러고 보니 김혁규 전 의원은 정말 여러 곳을 배회했다. 한나라당 공천으로 경남도지사를 세 번이나 지냈다. 그러다 정권이 바뀌자 2004년 총선을 앞두고는 한나라당을 탈당해서 열린우리당으로 갔다. 그래서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들어갔다.

 

당시 김 전 의원에게는 국무총리를 거쳐 대권에 도전하려는 꿈이 있다는 설이 파다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그를 국무총리로 기용하려고 했다.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말이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범여권의 후보로 나서려는 뜻을 가져왔지만, 상황의 여의치 않자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다가 이번 대선에서의 최종 선택이 '이회창 지지'로 나타난 것이다.

 

다시 어떤 말바꾸기가 나오려나

 

김 전 의원은 종종 '햇볕정책의 전도사'를 자처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이끌고 평양을 가기도 했고, '10·4 공동선언'을 환영한다는 개인 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좌파정권'의 '퍼주기식 대북정책'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이회창 후보에게 간 것이다.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이끌어 내지 못한 햇볕정책으로 계속 가는 것이 오히려 수구"라는 이회창 후보 앞에서 그는 무슨 말을 할 것인가.

 

그의 입에서 앞으로 어떠한 얘기들이 나올지 궁금하다. 대선 이후 등장할 '이회창 보수신당'에서 부산-경남지역의 책임자 역할을 맡을 그는, 햇볕정책에 대해 다시 어떠한 말바꾸기를 할 것인가.

 

김혁규 전 의원은 이미 정권이 바뀌니까 한나라당 당적을 버리고 열리우리당으로 변신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는 지금 같은 자기변신에 대한 적응이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거듭되는 '깜짝 대변신'을 지켜보아야 하는 국민들은 적응이 어렵기만 하다. 평범한 사람들의 상식과 규범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김혁규 전 의원이 지난 7월에 한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잃어버린 10년이라 폄하하지만 지난 10년은 기반을 닦는 10년이었다."

 

그리고 이회창 후보가 출마선언문에서 했던 말이다.
"나는 잃어버린 10년의 시대를 반드시 끝낼 것이다."

 

정반대의 역사관이요 시대관이다. 두 사람 사이에 존재했던 이 엄청난 간극을 하루아침에 해결해 준 것은 과연 무엇일까.

 

정말 정치가 이래도 되는 것인가. 김혁규 전 의원은 이회창 후보 지원유세에 나서기에 앞서, 우리의 이 물음에 답해야 한다.

 

오늘 김 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회창 후보는 도덕성 측면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표상이 될 수 있다."

 

이 소리를 듣고, 한때 그를 총리로 기용하려 했던 노 대통령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덧붙이는 글 | 유창선의 블로그 http://blog.daum.net/news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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