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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공보담당관실이 지난달 30일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언론사별 홍보비 지급내역서'의 공개를 막기 위해 여성 시의원을 상대로 '육탄저지'를 감행, 말썽을 빚고 있다. 사진은 수원시청 전경.
 수원시 공보담당관실이 지난달 30일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언론사별 홍보비 지급내역서'의 공개를 막기 위해 여성 시의원을 상대로 '육탄저지'를 감행, 말썽을 빚고 있다. 사진은 수원시청 전경.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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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원시의회에서 언론홍보비 행정사무감사 자료를 열람하던 민주노동당 소속 윤경선(44·여·비례대표) 의원이 자료공개를 막는 수원시 공무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자료를 빼앗기고 부상을 입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시민단체들과 민주노동당은 이번 사건을 시의원의 정당한 행정사무감사 활동을 방해하고 폭행·감금한 행위로 규정, 법적·행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혀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현재 어깨와 가슴 등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윤 의원은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 현장에는 경찰이 출동하고, 수원시의회 의장 등 일부 의원들이 상황을 지켜봤지만 윤 의원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못했으며, 대부분의 언론들은 침묵을 지켰다.

2시간의 악몽...원인은 언론사별 홍보비 지급내역서

지난 5일과 6일 윤 의원과 시민단체, 수원시 등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은 수원시의회 행정사무감사 3일째를 맞은 지난달 30일. 자치기획위원회 위원인 윤 의원은 이날 오전 9시 35분쯤 자치기획위 사무실에서 서상기 수원시 공보담당관에게 전화를 걸어 올해 '언론사별 홍보비 지급내역서'를 제출해주도록 요구했다.

윤경선 의원(가운데)이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보호를 받고 있는 가운데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윤경선 의원(가운데)이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보호를 받고 있는 가운데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 수원시민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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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1일 시의회 의결을 거쳐 공식적으로 해당 자료제출을 수원시에 요구했으나 공보담당관실은 '별도로 제출하겠다'고 밝히고도 행정사무감사 당일까지 자료제출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윤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되는 자치기획위의 공보담당관실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준비하기 위해 자료제출을 독촉했다. 윤 의원이 문제의 자료를 요구한 것은 수원시가 각 언론사에 대한 홍보비를 친소관계에 따라 차등 지원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

그러나 이날 윤 의원의 요구에 대해 서 공보담당관은 "열람만 하는 조건으로 자료를 보여주겠다"며 S공보팀장을 통해 자료를 보내왔다. '언론사별 홍보비 지급내역서'는 A4 용지 4장 분량 정도였다고 윤 의원은 기억했다.

윤 의원은 "시간이 없어 S팀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료를 보고 주요 내용을 메모하려고 하자 S팀장은 '왜 적느냐'며 자료를 빼앗으려고 했다"면서 "자료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가방에 넣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윤 의원과 S팀장 사이에 '자료쟁탈'을 위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윤 의원은 "서류를 손에 쥐고 있는데 S팀장이 가방에 손을 넣어 완력으로 빼앗으려고 했고, '손을 놔라'고 수 차례 소리쳤으나 S팀장은 계속해서 손을 놓지 않았다"면서 "이 과정에서 손톱에 손등이 긁히고 손이 벌겋게 부어 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S팀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윤 의원은 "행정사무감사를 위해 9시 55분쯤 자치기획위원회 사무실을 나서려고 하자 S팀장은 문을 가로막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계속 제지했다"면서 "이를 증거로 남기기 위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S팀장이 갑자기 달려들어 가방을 빼앗으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이 과정에서 휴대폰이 바닥에 떨어지고 S팀장은 '니가 의원이면 다냐'는 등 막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S팀장과 몸싸움이 계속되면서 바닥에 수 차례나 나뒹구는 상황이 빚어졌다"면서 "이는 폭행·감금행위나 다름없어 신변의 위협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 "막말하고 폭행·감금하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상황이 위급해지자 윤 의원은 112신고를 통해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고 행정사무감사 방청을 위해 시의회에 나와 있던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어 10시 15분쯤 경찰이 출동하고 시민단체 관계자 6~7명이 달려왔다.

윤경선 의원이 동수원병원에 입원치료중이다.
 윤경선 의원이 동수원병원에 입원치료중이다.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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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보호를 받은 윤 의원이 출동한 경찰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틈을 타 S팀장이 자료를 낚아채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사무실 앞 복도에 있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다시 S팀장에게서 자료를 되찾아 오는 등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이후 수원시 공보관실 직원 등 수 십여 명의 공무원들이 몰려나와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대치상황이 지속됐다. 여기엔 서상기 공보담당관도 합류했다. 공무원들은 가슴과 어깨, 허리 등에 타박상을 입고 통증을 호소하는 윤 의원이 119구급차량을 이용해 병원으로 가려하자 자료를 돌려달라며 복도를 막고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보호를 받고 있는 윤 의원에게서 자료를 빼앗으려고 시도했으며, 결국 오전 11시 40분쯤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몸싸움이 벌이는 와중에 공무원 한 명이 윤 의원에게서 자료를 빼앗아 가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윤 의원은 상황이 끝난 뒤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부축을 받아 곧바로 동수원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현재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윤 의원은 "시민의 세금으로 집행된 언론사별 홍보비 내역은 시민들이 알아야 될 자료인데, 수원시는 법적 근거도 없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곧 변호사를 선임해 해당 공무원들을 폭행·감금 및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원시의회 동료의원 보호 외면...언론들도 대부분 침묵

이날 현장에는 홍기헌 시의회 의장 등이 나와 상황을 지켜봤으나 윤 의원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의 신변보호 요청을 받고 출동한 경찰도 상황설명만 듣고 돌아갔다.

이에 앞서 윤 의원과 S팀장의 몸싸움이 벌어질 당시 자치기획위 사무실에도 M의원 등 여러 명의 의원들이 있었으나 이들은 한 차례 몸싸움을 말린 뒤 상황을 외면하고 행정사무감사장으로 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들도 마찬가지였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사건 현장에는 언론사 기자들이 몰려와 취재를 했으나 기사를 내보낸 언론사는 극소수에 불과했고, 대부분 침묵을 지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접한 지역 시민단체와 윤 의원이 소속된 민주노동당은 매우 격앙된 모습이었다.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은 "이번 사태를 여성 시의원에 대한 협박·폭행·감금, 행정사무감사 방해행위"로 규정하고 "법적·행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민주노동당 격앙..."법적·행정적 책임 묻겠다"

공무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윤 의원 보호에 나섰던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수원시 공무원들의 광기를 보면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면서 "저들의 조폭 같은 행태에 대해 지역 시민단체들의 논의를 거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박인숙 여성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행위"라며 "최근 수원시 부시장을 만나 항의입장을 전달한데 이어 현재 중앙당 차원에서 강력한 대응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일 지역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 수원시위원회 관계자들은 수원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원시장의 공개사과와 관련 공무원 처벌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언론사 홍보비에 대한 지출내역은 시의원이 수원시 행정사무감사를 위해 요구한 자료로, 공개돼야 마땅한 자료"라며 "여성의원을 협박하고 폭력, 감금시킨 것은 무엇이 무서워, 무엇을 숨기기 위해서였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수원시의회는 이번에 문제가 된 언론 홍보비의 의혹이 낱낱이 밝혀질 수 있도록 행정사무조사, 또는 특별위원회구성 등을 통해 철저히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수원시 관계자 "윤 의원이 약속 어겨 문제 커져...폭행·감금 없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수원시 관계자는 모든 책임을 윤 의원에게 떠 넘겼다. 서상기 수원시 공보담당관은 기자와 만나 "윤 의원이 자료를 열람만 하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무리한 방법을 썼기 때문에 문제가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 공보담당관은 "윤 의원에 대한 폭행이나 감금은 없었으며, 우리의 자료를 되찾기 위해 몸싸움이 있었던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수원시 공보관실은 행정사무감사 요구자료집에 윤경선의원이 요구한 '언론사별 홍보비 지급내역서'를 별도제출하겠다고 밝히고도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수원시 공보관실은 행정사무감사 요구자료집에 윤경선의원이 요구한 '언론사별 홍보비 지급내역서'를 별도제출하겠다고 밝히고도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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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팀장도 "윤 의원이 자료열람만 하기로 했는데 이를 어기고 자료를 가방에 집어넣어 반사적으로 회수하려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면서 "문을 잠그고 가방을 빼앗으려고 밀고 당기는 상황을 폭행·감금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수원시의회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아직까지 아무런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명규환 자치기획위원장은 소속 의원이 공무원들에게 봉변을 당한데 대한 입장을 묻자 "윤 의원이 자료를 열람하다 메모를 하는 바람에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면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뒤 의장과 상의해 집행부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태그:#수원시, #윤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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