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는 늘 지역사회로 빠져들기 위해 고민한다. 여름에는 해운대 백사장에서 '비치사커'로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하고 상시로 팬 사인회를 열어 밀착하려 한다. 오는 토요일(8일)에도 김창수, 이승현 등 2008 베이징 올림픽대표팀 선수들과 심재원, 이정효 등 부산에서 오래 뛴 선수들이 지역의 한 백화점에서 사인회를 열고 구단을 홍보한다.

이런 행사가 잦은 이유는 구단에 지역사회공헌팀이라는 조직이 별도로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로 빠져들기 위한 모든 것들이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축구팬을 하나라도 그러모으기 일종의 노력인 셈이다. 

이렇게 고민하는 구단이지만 정작 관중은 많지 않다. 부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야구'이고 '롯데 자이언츠'이기에 축구가 비집고 들어가기에는 너무나 힘든 것이다.

지금 부산하면 떠오르는 '스타'가 있나?

부산 아이파크 황선홍 감독  지난 4일 부산 아이파크 감독으로 선임 된 황선홍(오른쪽). 안병모 단장과 훈련장을 둘러보고 있다.

▲ 부산 아이파크 황선홍 감독 지난 4일 부산 아이파크 감독으로 선임 된 황선홍(오른쪽). 안병모 단장과 훈련장을 둘러보고 있다. ⓒ 부산 아이파크

게다가 수없이 지적되어 온 홈구장 아시아드 주경기장의 크기가 부산과는 맞지 않는 것도 있다. 과거 구덕운동장을 홈으로 사용할 때는 상당한 관중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다시 옮겨가고 싶지만 이미 내셔널리그 부산교통공사의 홈구장이 되어있다.

그렇다고 어려움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대우 로얄즈 시절부터 부산을 응원했다는 황상준(55)씨는 "부산은 항상 스타의 산실이었다. 김주성과 안정환이 대표적이었다. 이들이 관중을 그러모아서 넘쳤는데 지금 부산하면 떠오르는 (스타)선수가 있는가?"라며 스타 없는 부산을 아쉬워했다.

골수팬의 뼈있는 지적에 6일 K리그 대상 시상식장에서 만난 오미희 부산 홍보 매니저는 "내년에는 잘 될 겁니다. 그러니까 자주 취재 좀 오세요"라며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오 매니저의 자신감은 지난 4일 감독으로 임명된 한 사람 때문이었다. 만 서른아홉의 나이에 감독직에 오른 그의 이름은 황선홍.

1990년대부터 한국축구를 이끌기 시작해 2002년 부산의 홈구장인 아시아드에서 열린 한일월드컵 폴란드와의 첫 경기에 선제골을 넣고 한국을 월드컵 첫 승으로 이끌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던 그가 부산의 감독으로 돌아온 것이다.

지난 7월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는 스위스 출신의 엔디 에글리 감독을 떠나보냈다. 쉬고 있던 박성화 감독이 사령탑에 올랐지만 보름여 만에 올림픽대표팀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강탈' 당했다. 곧이어 김판곤 코치가 세 번째 감독대행으로 후반기 부산을 이끌어 잠시 화끈함을 보여주는 듯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매번 비슷한 그림을 그리는 가운데 '스타선수'였던 황선홍 감독은 부산을 맡게 됐다. 2003년 은퇴한 뒤 전남 드래곤즈 2군 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 과정을 밟으며 차근차근 쌓은 경험을 펼칠 기회가 온 것이다.

부산 아이파크 황선홍 '감독'에게 주어진 숙제

황선홍 감독  황선홍 감독의 부산 아이파크 감독 취임은 부산의 축구 열기와 K리그 전체를 살리는 촉매제가 될까?

▲ 황선홍 감독 황선홍 감독의 부산 아이파크 감독 취임은 부산의 축구 열기와 K리그 전체를 살리는 촉매제가 될까? ⓒ 부산 아이파크

감독으로 출발하려는 그에게는 올 시즌 대구FC의 신임감독으로 그와 두 차례 월드컵을 같이 뛰었던 변병주 감독(46)의 일 년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시즌 초 변병주 감독이 대구에 부임할 때는 국내 감독치고 젊은 감독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공격축구를 구사한 그는 올해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이적한 공격수 이근호를 비롯해 루이지뉴, 에닝요 등 외국인 선수가 활약하면서 초반 돌풍을 일으켰지만 정규리그 12위로 부산보다 한 단계 높게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K리그 대상 시상식장에서 만난 변 감독은 "승부세계에서 느낀 점이 너무나 많았다. 구단의 사정을 감안해 좋은 선수를 많이 키워 공격 축구를 하는 데 노력하겠다"며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발휘할 수 있는 지도력이 어디까지인지를 설명했다. 또한, 그는 "어려움이 많을 텐데 좋은 능력을 발휘해서 함께 K리그를 발전시켰으면 좋겠다"며 황 감독에 대한 덕담을 잊지 않았다.     

'황 감독'에게는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선수단부터 추스르는 게 그의 임무다. 한 구단 관계자는 "부산의 경기를 지켜보면 전반부터 와르르 무너지거나 후반 중반까지 밀어붙이다가 막판에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선수들의 정신력이 그다지 강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2006년 이안 포터필드 감독의 사임으로부터 촉발된 김판곤 코치의 감독대행체제를 세 차례나 답습해 온 선수단으로서는 매번 새 감독의 새로운 방식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으로 인해 의지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연스럽게 관중을 모으는 문제로 이어진다. 경기 내용이 재미없으면 관중은 경기장으로 오는 발길을 끊는다. 스타선수 출신으로 이름값이라면 충분한 그를 통해 부산의 축구 열기가 되살아난다면 프로축구의 흥행차원에서도 득이 될 수 있다. 물론 구단이 해야 할 일이지만 전임 에글리 감독이 지하철이 타고 다니며 구단을 홍보했던 사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부산의 감독으로 부임한 스타선수 출신의 황선홍 감독. 그는 부산의 새로운 스타를 찾아서 축구 열기를 지펴야 한다. 그의 지도력 발휘는 이제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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