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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수사 여지가 남아 있지는 않은가? 참고인 조사를 더 하면 밝혀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던가?"


"보시다시피 수사팀 검사 12명이 여기 다 앉아있다. 생각, 경력, 종교 다 다른 이들이 한 팀이 되어 우리가 진상을 밝히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남았나 논의해 봤다. 할 수 있는 바는 다 했다고 생각한다."

 

최재경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는 "더 이상 검사로서의 의문점은 없다. 적어도 97%는 진상을 복원했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이 BBK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내린 결론에 자신감을 표했다. '정치권이 특검법 발의한다고 하는데 자신있냐'는 질문에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자신감 없이 검찰이 무슨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장장 2시간이 넘게 진행된 BBK 주가조작사건 수사결과에 대한 질의 응답 시간에서 무엇보다 돋보인 것은 검찰 특별수사팀의 자신감이었다.

 

스스로 무너진 김경준... "저는 장사꾼입니다"

 

 

BBK 수사결과가 발표된 5일 정치권은 요동쳤다. 검찰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던 순간까지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는 민주노동당 지지자들과 이회창 지지자들이 "검찰은 엄정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은 수사결과도 보지 않고 특검 발의를 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같은 외풍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주범이고 자신은 종범에 불과하다"던 김씨의 주장이 상당 부분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씨도 여러 번 '말바꾸기'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불거졌던 한글 이면계약서 진위 여부에 대해서도 김씨의 진술은 번복됐다. 애초 김씨는 한글 이면계약서가 2000년 2월 21일 작성됐고 이것이 나머지 3개의 영문계약서와 조합돼 실질적으로 이 후보가 BBK, LKe뱅크, EBK증권중개 세 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갖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 이면계약서에 찍힌 도장이 당시 이 후보의 것이 아니었다는 점 ▲ 한글 이면계약서를 인쇄한 잉크가 당시 BBK 사무실에서 사용하던 프린트의 것이 아니었다는 점 ▲ 계약 내용 중 서명과 인감 날인을 원칙으로 하는데도 불구하고 서명이 안 되어있는 점 ▲ 김씨가 각종 사문서 위조에 사용한 노트북의 파일 1천여개 ▲ BBK 및 옵셔널벤처스 전 직원들의 진술을 통해 이면계약서가 가짜임을 밝혀냈다.

 

그러자 김씨는 "1년여 뒤에 다른 내용의 문안에다 이 후보의 도장을 받았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또 피의자 조사에서도 자신이 BBK 지분 100%를 갖고 있다며 그동안 이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라는 주장을 스스로 부정했다.

 

김씨를 수사한 김기동 검사는 이면계약서 진위 여부에 대해 "지난 2일께 김씨가 면담을 요청해 자신은 장사꾼이라며 자신이 사문서를 위조한 것을 인정하면 불구속을 해달라고 말을 해 거절한 적이 있다"며 "김씨가 이렇게 말한 것은 김씨의 변호인들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옵셔널벤처스 인수 및 주식매매 자금의 흐름을 추적한 결과도 김씨의 주장과 맞지 않았다. 검찰은 김씨가 BBK를 통해 모은 투자금을 역외펀드에 보냈다가 외국에 개설한 종이회사 명의로 국내에 들여와 옵셔널벤처스 주식 매집과 유상증자에 사용한 사실은 발견했지만 이 후보가 이 과정에서 대금을 제공했거나 이익을 나눠 받은 흐름은 발견하지 못했다.

 

또 (주)다스의 주주명부와 회계장부를 분석한 결과 87년 설립 이후 이상은, 김재정씨 등 주요 주주간의 주식 이동은 있었지만 정작 99년이 마지막이었다는 점과 회사의 배당이익 과정에서도 이 후보가 이익을 받은 과정은 없었다고 밝혔다.

 

김 차장검사는 "2002년부터 자금 추적이 많이 이뤄졌고, 미국에서도 소송과정 중에 한국 검찰에 자금추적 공조 요청을 한 적이 있었다"며 "이미 전부터 자금 추적이 광범위하게 이뤄져서 시간만 준다면 어떤 계좌의 흐름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100% 자금 추적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다스 10억- "돈에 '도곡동 땅'이라는 딱지 붙은거 아냐... 도리 없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결론만으로 모든 의혹이 깨끗하게 풀린 것은 아니다.

 

지난 8월 "도곡동 땅은 이상은씨의 것이 아닌 제3자의 소유로 보인다"라고 결론 내린 도곡동 땅 매각대금 문제도 이날 다시 불거졌다. 기자들은 이날 수사 발표에서 "이상은씨의 도곡동 땅 판매대금 17억여원이 다스로 들어갔다"고 설명한 부분을 들어 지난 8월 수사 결론과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최 부장검사는 "도곡동 땅 매각대금 중 7억9200만원이 95년 8월 이상은씨의 명의로 다스의 유상증자 대금으로 들어갔고, 2000년 12월 10억여원이 다스 대표이사 가지급금 명목으로 들어갔다"며 "우리도 같은 의심을 했고 가지급금 명목은 일종의 채무로 의미가 없으니깐 유상증자 관련해 9년치 회계자료를 살펴보고 포괄영장까지 받아 다스 명의의 모든 계좌를 추적한 결과 '다스는 이 후보의 소유라는 증거가 없다'로 결론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10억원의 가지급금에 대해서는 다스가 2000년 8월 공장부지를 넓히는 과정에서 농지를 사면서 이상은씨 명의로 등기를 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 돈이 BBK로 흘러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당시 다스 통장 10개에 115억원의 돈이 섞여 있어서 그 중 10억이 BBK로 나갔다고 해서 직접 연결시킬 수 없다"고 답했다.

 

김 차장검사도 "도곡동 땅 대금이 다스 유상증자 대금으로 들어갔다고 해서 그것이 이상은의 다스 지분과 일치하느냐 문제는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며 "도곡동 땅 소유주가 누구든 간에 다스 소유자는 처음부터 밝혀야 하는 것이 논리적 귀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상은씨가 다스 지분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상,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은 자금 흐름 뿐인데 계좌추적이 5년 이상 안되는 이상 유상증자에 사용된 7억원이 다스에 흘러간 95년 8월 계좌 흐름은 파악할 수 없다"며 다스 이익금의 방향과 다스의 의사결정과정을 중심으로 수사를 했다고 밝혔다.

 

"다스에서 나온 돈이 이 후보에게 흘러간 일이 있느냐를 놓고 수사를 거듭했지만 이 후보에게 돈 간 데가 없었다. 또 다스가 BBK에 190억원을 투자했을 때 다스는 충분한 잉여투자금을 가지고 있었고 그 후 수익금이 이 후보에게 흘러간 적도 없다. 다스 문제는 검찰 수사의 큰 테마였다. 그러나 더 이상 해볼 도리가 없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처리하기로 한 것이다."

 

명함·인터뷰·첫 만남..."수사할 필요가 없었다"
 

 

한편, 검찰은 이 후보의 최측근인 김백준 전 서울메트로감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김 차장검사는 그동안 폭로된 내용들을 살펴볼 때 김백준씨가 BBK 정관변경과 주가조작을 인지했을 가능성도 있지 않냐는 질문에 "정관 제출은 알았으나 내용은 몰랐고 계좌 관리는 실질적으로 김경준이 해 이 후보나 김백준은 그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고 답했다.

 

또 A.M.Pappas의 100억 투자와 관련해서도 "김경준이 친구인 동명이인 래리 롱씨를 초청해 이 후보와 김백준에게 소개하고 그 뒤에 미리 작성한 계약서를 들고 와 보여준 것"이라며 "이 후보와 김백준씨가 속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사 사건 내내 논란이 된 명함, 당시 이 후보의 인터뷰, 김씨와 이 후보의 첫 만남 시점에 대해서는 "인터뷰나 명함 등은 결국 BBK 실소유자가 누구냐의 문제인데 여러 가지 증거로 객관적으로 BBK가 김씨의 소유라는 것이 확인이 돼 더 이상 수사할 필요가 없다"고 답해 이후 검찰 수사에 대한 논란의 불씨를 남겨놨다.

 

"그렇다면 김씨는 왜 한국에 왔을까. 거짓 주장을 한 동기가 궁금하다."


"검찰의 수사 대상이 아니다. (검찰의 입장에서) 범죄인 인도요청했는데 오면 좋은 거다. 그런 수사는 하지 않았다."
 


태그:#BBK, #다스, #도곡동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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