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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문국현 후보단일화 과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오연호리포트>에서는 양 캠프에 합류한 인사들을 통해 ‘대선 패배주의’에 대한 극복책과 후보단일화의 효과에 대해 물어봤다. 오늘은 정동영 캠프의 박선숙 공동 전략기획위원장이다.... 필자 주. [편집자말]
박선숙 전 환경부 차관.
 박선숙 전 환경부 차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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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대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12월이 시작되면서 그동안 선택을 미뤄왔던 사람들도 속속 '결단'을 하고 있다. 박선숙(47) 전 환경부 차관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지난 2일부터 정동영 캠프에 출근하고 있다. 직책은 공동 전략기획위원장.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정동영 캠프의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것과 흐름을 같이 한 것이다.

박선숙 전략기획위원장은 야권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 모두 몸을 담은 드문 정치인이다. 국민의 정부에서는 청와대 대변인(공보수석비서관)으로 국민에게 익숙한 얼굴이었고, 참여정부 때는 최초의 여성 차관(환경부, 2004년 2월-2006년 1월)으로 발탁돼 활약했다.

환경부 차관을 그만두고 한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조용히' 지내온 그가 대선 보름을 앞두고 팔을 걷어붙였다. 패색이 짙은 때에 말이다. 그는 왜 뒤늦게, 남들이 시큰둥해하는 판에 뛰어들었을까?

박선숙 전략기획위원장은 3일과 4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후보 같은 신뢰를 잃은 정치인이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되면 나라가 망한다"면서 "눈 앞에 뻔히 보이는 그 길을 앉아서 지켜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서 대선을 포기하고 삼성문제에 집중하자는 목소리가 나온 것에 대해 "그것이야말로 패배주의"라면서 "이명박 후보에게 권력을 주면 삼성문제의 근본적 해결도 요원하다"고 했다.

그는 정동영-문국현 단일화는 "국민의 바람이자 시대의 요구"라면서 "단일화의 원칙은 초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문 후보가 16일까지 단일화하자고 했는데 부재자투표일(13·14일)을 고려했을 때 하루라도 빨리 하는 것이 국민이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라가 망하는 걸 지켜볼 수 없었다"

- 민병두 의원과 공동으로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았는데,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요.
"민 의원은 작년의 서울시장 선거 당시도 호흡을 맞췄고, 그 전부터 서로 생각을 잘 아는 선배입니다. 후보의 열정과 진심이 국민들께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메시지를 하나를 모으는데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 정동영 후보를 최근에 만났을텐데, 지지율 정체로 본인도 답답할 것 같습니다. 후보의 심리상태는?
"대선을 치르면서 누가 가장 고통스럽겠습니까, 후보지요. 그런데 누가 가장 잘 버티는가를 보면 역시 후보지요. 그만큼 책임이 크니까요. 대선에 모든 걸 걸겠다, 올인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 이명박-이회창이 주도하는 대선판이 되다 보니 적지 않은 전통적 여권 지지자들이 뒷짐을 지고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다들 머뭇거리고 있는데 왜 지금 정동영 캠프에 참여했나요?
"대선판이 그런 상태여서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했지요. 지난 10년이 조롱당하고 무시당하는 상황을 그대로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여권을 심판하자는,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이명박씨가 누구입니까? 그는 신뢰를 상실했습니다. 신뢰는 지도자의 최고 덕목입니다. 신뢰는 없어도 그만이거나, 여러 덕목 중 하나가 아니라 지도자의 전부입니다.

이명박씨와 한나라당이 하려는 게 결국 뭡니까? 그 사람들에게 무슨 미래의 비전이 있습니까? 하나도 없습니다. 오로지 자신들이 권력을 잃었던 10년에 대한 피해망상과 한이 쌓여 있지요. 저 사람들이 원하는 건 일종의 한풀이지요. 그 길로 가면 망하는 겁니다. 저는 도저히 나라가 망하는 걸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박선숙 전 환경부 차관.
 박선숙 전 환경부 차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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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략기획위원장은 뒤늦게 합류한 또 다른 이유로 '질책 나누기'를 들었다. "여권이 당하고 있는 국민들의 질책을 나눠지고 싶었다"고 했다.

"물론 지난 몇 년간 여권이 국민들 정말 속상하게 하고, 실망시킨 일 많습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국민들의 질책을 나눠지고 싶습니다. 국민들에게 이렇게 호소하고 싶습니다.

'나무라시고, 질책해 주십시오, 그렇지만 지난 10년간 나라를 정상화시키고 균형을 되찾아 민주주의와 평화, 서민복지의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했던 근본 뜻은 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 그런데 범여권 후보 중 왜 정동영 후보를 선택했나요. 문국현 후보에 대해서도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는 지금도 여권의 후보들이 힘을 합쳐, 개혁세력의 단일화를 이뤄 이번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도 그걸 바라고, 기다리고 있지요. 그러나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어요. 저로서는 오히려 단일화를 기다리면서, 신당 후보의 지지를 미뤄왔던 셈입니다.

저는 97년 대선을 국민회의에서 치렀고,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일했습니다. 통합신당은 지난 10년 국민들이 지지해주셨던 평화개혁세력의 정통성을 갖고 있지요. 그리고 정동영 후보는 신당의 경선을 통해 선출된 평화개혁세력의 대표선수고요. 그런 점에서 보면, 저로서는 외려 늦게 합류한 거지요."    

정동영으로 단일화된들 폭발력 있겠나? "국민은 단일후보 지지"

-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요? 현재의 지지율을 보면 정 후보의 출신지역인 호남의 전통적 여권 지지층도 아직 다 결집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 후보가 호남을 제외하고는 지지율이 낮은데, 설사 정 후보로 단일화가 된다 해도 폭발력이 있을까요?
"국민들이 97년에 50년만의 정권교체를 이뤄내고, 또 2002년 거듭 지지해주신 것은 그만큼 민주개혁세력에 큰 기대를 보낸 것이었지요. 기대가 큰 만큼, 여권을 지지했던 국민들은 지금 실망하고 좌절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외환위기 10년이 지난 지금 왜 있는 사람들은 더 잘 살고, 없는 사람들만 더 고통을 받아야 하느냐, 서민과 중산층을 위해 일하겠다는 정부가 여기까지 밖에 못하나 하는 국민들의 심정이 여권 대표선수인 정 후보를 포함해 여권 전체의 낮은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신당을 포함해 여권이 지난 10년의 공과에 대해 좀더 국민들께 솔직하게 반성하고 또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년간 비로소 민주주의 시대, 평화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위에서 외환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지요. 서민들을 위한 복지체계도 처음으로 만들어졌지요.

그러나 양극화의 고통 속에 한숨짓고 눈물 흘리는 국민들께는 아직 턱없이 모자란 것이지요. 나는 허리띠 졸라매고 고통을 견디겠다, 그러나 아이들까지 더 나은 기회를 가질 수 없다면 무슨 희망이 있나 하는 학부형들의 절망을 직시해야 합니다.

여권의 정책은 그런 국민들의 바람을 나름대로 담고 있습니다만, 여권이 만들어갈 미래를 제대로 국민들께 전달 못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다못해 여권후보들끼리 정책의 공통분모를 만들어내기 위해 토론도 한 번 못가졌으니 여권도 제각각이라고 느껴지는 거지요. 여권이 국민들의 바람을 정책으로 모아내고 후보를 단일화해내면, 국민들은 단일 후보를 지지해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정동영-문국현 단일화의 원칙은 '초심'"

- 4일 오전 문 후보가 "16일까지 단일화하자"고 했는데 정-문 후보단일화가 실제로 성사될 가능성은 있다고 보나요?
"70년대 유신의 암흑기에도 많은 이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얘기를 했지요. 어쩌면 우리 살아 생전에는 민주화된 세상을 보지 못할 지도 모른다고요. 97년 대선이나 2002년 대선, 모두 어려운 선거였지요. 희망과 가능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길을 잃었다고들 이야기하지요. 맞습니다. 우리 모두 길 위에 서 있습니다.

길을 잃었을 때, 처음 출발점으로 돌아가라고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초심입니다. 저는 고뇌에 빠진 이들에게 묻곤 합니다. 그리고 제게 자문합니다. 내가 진정 원했던 것은 무엇인가 하고요. 약자의 편에서는 삶, 다수의 약자들이 좀더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었지요. 거기에 길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 후보가 '16일까지 단일화하자'고 한 것은 좀 아쉽습니다. 13·14일이 부재자투표잖아요. 만약 16일에 하면 부재자투표를 다 포기하자는 것인데…. 국민의 요구는 하루라도 더 빨리 단일화를 해서 충분한 효과를 보자는 쪽일 것입니다."  

- 민주개혁 진영의 대선 패배주의가 오래전부터 형성돼 왔는데요, 그 와중에 누구보다 열심히 그 패배주의를 불식하기 위해 뛴 사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인 것 같습니다. 일부에서는  비판도 있는데, DJ를 가까이에서 모셨던 입장에서 본다면?
"그 분으로서는 해야 할 일을 하고 계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분은 71년 대선에 출마한 때로부터 수십 년간 민주개혁세력·평화세력의 지도자였고 또 지금도 그렇습니다. 지난해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를 돌이켜 보면, 다들 허둥지둥 우왕좌왕할 때, 보수세력들이 때만난 듯 호전적인 발언들을 쏟아낼 때 그 분 홀로 북한핵문제는 미국이 나서서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거듭 말씀하셨지요. 하도 애를 쓰셔서 지켜보면서 저는 참 속이 상했더랬습니다. 저 분의 짐을 나눠지지 못해서요.

대선을 앞두고 그 분이 하시는 말씀은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을 나아가야 한다는 간절한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민주개혁평화의 방향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저 분이 살아오신 역사에 대한 책무를 다하고자 노력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짐을 덜어드리기에는 역량이 부족한 게 안타깝지요."

박선숙 전 환경부 차관.
 박선숙 전 환경부 차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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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서민의 삶이 달려 있다"

- 민주개혁 진영 일부에서는 이번 대선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선은 이미 끝났으니, 삼성문제에나 신경쓰자는 주장도 나오는데….
"그거야말로 패배주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대통령 선거는 우리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겁니다. 만일 그 분들 말처럼 대통령선거가 이미 끝났다고 본다면, 삼성 문제도 제 길을 찾지 못합니다. 왜 IMF가 왔습니까? 정경유착 때문에 기업에 발목을 잡혀서, 기업이 무슨 일을 해도 어쩌지 못하던 정권이 만들어낸 일입니다. 기업 봐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정치세력에게 정권을 넘겨주고 나서, 기업의 비자금 수사나 투명한 기업경영을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삼성문제나 이번 대선의 선택은 다르지 않다고 저는 봅니다. 대선의 선택도, 삼성문제도 우리가 지금 어떤 사회로 가느냐를 둘러싼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겁니다. 온갖 불법과 부패의 역사 위에 선 한나라당과 그 후보가 어떻게 부정과 부패를 정면으로 다룰 수 있겠습니까? 서민들은 작은 법 위반도 처벌을 피할 수 없는데, 대기업이나 정치인은 서로 봐주고 적당히 넘어가는 시대는 이제 끝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박 전략기획위원장은 "수많은 서민의 삶이 이번 대선에 달려 있다"면서 "최선·차선도 아니면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저도 '이번에 투표를 해야 하나' '기권하겠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듣지요. 여론조사 응답율이 10%대로 낮게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는 개혁세력에 대한 실망으로 인해 대선에 관심을 표명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선거는 선택입니다. 과거에 대한 평가이면서 미래를 결정합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그렇지 않다면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합니다. 국민 편에 서겠다는 개혁세력에 실망하시고, 이도저도 다 똑같다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만, 작은 차이를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그 차이 속에 수많은 서민의 삶이 달려 있습니다."  


태그:#정동영, #문국현, #후보단일화, #박선숙,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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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대표기자 & 대표이사. 2000년 2월22일 오마이뉴스 창간. 1988년 1월 월간 <말>에서 기자활동 시작. 사단법인 꿈틀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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