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1월 28일,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2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그것도 불과 2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그렇게 많은 야유를 받아 보기는 처음이다. ‘바른 안양사회 만들기 시민모임’이란 단체가 기자회견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안양시청 1층 기자회견장으로 향했다. 

 

 ‘안양시 바른 사회 만들기 시민모임(이하 바른사회)’는 ‘안양시 공무원 노조와 경기도 지사께 드리는 글’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바른사회’는 재안양향우회, 안양시 녹색 어머니회, 새마을 부녀회 등을 포함 16개 단체가 모여서 만든 사회단체 연대체다.

 

김영진 상임대표(바른사회)는 성명서 낭독에 앞서 “지난해 공무원 노조가 시청에서 집회 할 때도 이런 성명서를 발표하고 싶었다”고 말을 꺼냈다. 이 얘기를 듣고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문제의 본질은 집회가 아니라 신중대 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질문이 나오자마자 사방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기자회견장에 나온 바른사회 회원 약 20여 명이 갑자기 야유와 욕설을 퍼붓기 시작한 것. 나름대로 뱃심은 꽤 두둑한 편이라 생각했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기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해 와 올해 초 공무원 노조가 시청에서 시위를 벌인 이유는 검찰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당시 신중대 전 안양시장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었다. 신 시장은 지난 10월 25일 결국 시장 직을 잃었다.

 

지난해 9월, 공무원 노조는 사무실 강제 폐쇄 조치를 당한 이후 계속 집회를 했고 곧이어 신중대 안양시장을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노조는 시장을 고발한 이후에도 집회를 계속했다.

 

내게 야유를 보낸 이유는 ‘지난 얘기 왜 또 꺼내느냐’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혹시 신중대 전 안양시장 가족들이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추가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분위기가 워낙 험악해서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성명서는 현재 시청 내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는 안양시 공무원 노조를 비판하고 자제를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안양시 공무원 노조는 동안 구청장 임명 문제로 최근 시청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안양 시장 보궐 선거를 위해 명예 퇴직한 박원용 동안 구청장 자리는 관행상 ‘경기도청 몫’ 이었다. 공무원들은 이를 지자체 자주권을 말살하는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바른 사회가 비판한 것은 집회탓에 발생한 혼란과 시청 청사 훼손 행위다. 성명서 내용은 “훼손된 시설물을 즉각 원상회복 하라” 와 “시청 내 현수막이 시민에게 공포감을 심어 준다” 등이다.  청사 훼손 행위는 벽에 페인트 등으로 글씨를 써 넣은 것을 말한다.

 

바른 사회는 성명서 끝 부분에 김문수 도지사께 드리는 글이라며 “경기도는 지방자치법 제10조 4항에 대통령령으로 보장되어 있는 안양시장 인사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고 밝혔다.

 

 

 

달을 보라고 했는데 손톱에 낀 때만 보고 나무란다

 

바른 사회는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집회로 인한 혼란만 생각했을 뿐 어째서 집회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없다. 마치 달을 보라고 손가락질 했지만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에 낀 때만 보고 나무라는 격이다. 문제의 본질은 낙하산 인사의 비민주성이다. 최소한 그 부분에 대해 비판한 다음 집회로 인한 혼란을 지적했어야 했다.

 

신중대 전 시장 얘기가 거론되자마자 욕설과 야유가 터져 나온 것은 지금도 이해 할 수 없다.

 

기자 회견 도중 야유를 한 행동은 사회단체 품위를 손상시킨 치명적인 실수다. 28일 단 몇 분 동안 ‘바른사회’ 라는 단체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최소한 ‘바른 안양사회 만들기 시민모임’ 이라는 이름값을 하려면 기자회견장 예의 정도는 익히고 나와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바른사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