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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지손가락의 의미는?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19일 새벽 BBK 주가조작의 핵심인물로 알려진 김경준씨가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송되던 중 차에 타기 전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utzz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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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새벽 BBK 주가조작의 핵심인물로 알려진 김경준씨가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송되던 중 차에 타기 전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김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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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와 김경준씨가 2000년 6월 LKe뱅크 이사회에서 유상증자를 결정한 뒤 ㈜다스의 BBK 투자금 30억원이 LKe뱅크 계좌로 유입된 사실이 한나라당이 제공한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한나라당은 지난 23일 당 출입기자들에게 2000년 6월 10일 작성된 'LKe뱅크 이사회 의사록'을 제공했다.

한나라당은 김씨 가족이 제출한 2000년 2월 한글계약서에 찍힌 이 후보의 인영(印影, 종이에 도장을 찍은 형태)과 같은 해 6월 LKe뱅크 이사회 의사록에 찍힌 후보의 인영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자료를 공개했다.

그러나 이 자료는 또 한편으로 "㈜다스의 투자금 30억원이 BBK를 거쳐 LKe뱅크에 입급됐다"는 김경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를 담고 있다.

30억원은 어떻게 LKe뱅크에 들어갔나

다스가 미국 법원에 제출한 BBK 계좌의 입출금 내역과 내부 회계자료를 근거로 2000년 다스 투자금의 흐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4월 27일 다스, BBK 하나은행 계좌에 1차 투자금 (15억원) 송금. 이 돈은 당일 BBK의 삼성증권 계좌로 이체.
- 5월 22일 다스, BBK 하나은행 계좌에 2차 투자금 (24억원) 송금. 다스 투자금 총 39억원이 당일 BBK의 삼성증권 계좌로 이체.
- 5월 25일 BBK의 삼성증권 계좌에 있던 다스 투자금 39억원 중 30억원이 BBK의 신한은행 계좌로 이체.
- 6월 10일 LKe뱅크 이사회, 유상증자 결정.
- 6월 15일 BBK 신한은행 계좌에 있던 30억원이 LKe뱅크 계좌에 이체.
- 6월 20일 김경준, 다스의 BBK 투자금 30억원을 LKe뱅크의 유상증자 대금으로 사용.


이러한 자금의 흐름에서 보듯 다스가 BBK에 투자했던 돈 30억원은 LKe뱅크의 유상증자 대금으로 처리됐고, 이듬해 3월 금감원은 김씨의 BBK 자금 유용을 문제삼아 시정 요구를 하게 된다.

주목할 것은 LKe뱅크 이사회가 유상증자를 결정한 뒤 5일만에 BBK에 있던 돈이 LKe뱅크 계좌로 입금됐다는 점이다.

이 후보가 '신주 발행' 직접 설명하고 김경준·김백준에 가부 물어

한나라당 자료(LKe뱅크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이명박·김경준·김백준 3인은 2000년 6월 10일 오전 10시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빌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당시 대표이사였던 이명박 후보는 새 주식을 발행하여 자본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LKe뱅크 사업 규모가 늘어나 당시 자본금(이 후보가 단독 출자한 20억원)으로서는 사업이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의사록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적어놓았다.

"대표이사 이명박은 본 회사의 사업규모가 팽창하여 현재의 자본금으로서는 그 사업을 수행하기 어려운 형편이므로 신 주식을 발행하여 자본을 증가할 필요가 있음을 설명하고, 그 가부를 물은 바, 전원 이의없이 다음과 같이 신주식을 발행하기로 찬성하여 가결하다."

이사들은 전원 찬성으로 이를 가결했다. 40분간 이어진 이사회에서는 신주의 납입기일(2000년 6월 15일)과 주당 가격(5000원)이 결정됐다고 한다.

또 그 해 6월 15일 BBK에 있던 30억원이 LKe뱅크 계좌에 입금됐고, 김씨는 이 돈을 LKe뱅크의 유상증자 대금으로 납입했다. 6월 20일 김씨의 30억원 이외에 이 후보가 10억원을 추가 출자하며 LKe뱅크의 자본금은 60억원으로 불어났다(김경준 30억원, 이명박 30억원). 이사회가 열린 지 열흘만에 LKe뱅크의 유상증자가 일사천리로 진행된 셈이다.

"대표이사 이명박은 신 주식 발행을 설명하고, 전원 이의없이 가결"

 한나라당이 23일 배포한 2000년 6월10일 LKe뱅크의 이사회 의사록.
 한나라당이 23일 배포한 2000년 6월10일 LKe뱅크의 이사회 의사록.
ⓒ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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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한나라당은 "김경준씨가 LKe뱅크의 운영을 주도했고, 이 후보는 잘 몰랐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LKe뱅크 이사회 의사록을 보면, 이 후보가 이사회 의장으로서 회사의 주식을 새로 발행할 필요성을 직접 설명하고 다른 이사들(김경준·김백준)에게 가부를 물은 것으로 나온다.

그리고 LKe뱅크 설립(2000년 2월18일) 당시 이 후보와 김씨가 회사의 공동대표였지만, 이 후보가 자본금 20억원을 전액 부담한 '대주주'였던 만큼 이사회 운영의 키를 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이 후보가 LKe뱅크의 증자를 주도한 셈이다.

김경준씨가 BBK 계좌에 있던 30억원을 빼내 LKe뱅크의 유상증자 대금으로 납입한 과정도 석연치 않다. 이 후보 측은 "김씨가 임의로 BBK 자금을 유용한 것"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이명박·김백준·김경준 3인이 LKe뱅크의 유상증자를 결의하지 않았다면 김씨도 이런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김씨가 LKe뱅크의 유상증자에 사용한 30억원의 '뿌리'는 다스의 BBK 투자금이었다. 김씨는 "다스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후보"라고 주장하는데, 그의 말대로라면 LKe뱅크의 자본금 60억원은 전부 이 후보의 것이었던 셈이다.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는 자신들이 공개한 서류의 출처에 대해 "김경준이 그 당시 작성한 자료를 보관해온 것"이라고 확인했다.

서울지역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 변호사는 "신주를 발행하려면 등기가 되어야 하고, 관련 서류에 반드시 인감 도장이 찍혀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후보의 인감도장이 찍혀 있는 만큼 서류의 위조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굉장히 길고 복잡한 내용"... 명확한 답변 못하는 한나라당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연설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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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나라당은 LKe뱅크의 증자 과정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사회 참석 멤버였던 이 후보와 김백준씨가 'BBK 대응팀'에조차 사건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지 않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오마이뉴스> 기자는 25일 오후 당 클린정치위원회의 고승덕 전략기획팀장을 만나 LKe뱅크의 증자 과정에 대해 물었다. 당의 'BBK 무대응' 방침이 내려진 상황에서 그는 어렵사리 말을 이었다.

- 이 후보는 LKe뱅크에 총 30억원을 투자했다. 어떻게 투자했는지 설명해줄 수 있나?
"말씀 드리기에는 굉장히 길고 내용이 복잡하다. 인터뷰를 길게 써주겠다고 약속하면 답하겠다."

- 그렇게 하겠다.
"2000년 2월에 작성한 김경준의 친필 메모와 편지가 있지 않나? 거기에 보면 김경준이 (이 후보에게) LKe뱅크에 출자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되어있다."

- 2000년 6월 증자를 할 때도 김경준이 제안해서 이 후보가 받아들인 거냐?
"그건 말씀드릴 내용이 아니다."

- 왜 얘기할 수 없나?
"죄송하지만…. 1년 동안 말꼬리 잡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건 서류를 보고 말해야 하기 때문에…."

- 23일에 배포한 LKe뱅크 이사회 의사록이 위조된 건 아닌가?
"우리들이 가지고 있던 사본이다."

- 누가 작성했나?
"김경준이 작성한 것을 보관한 것이다."

- 그 당시 작성된 건 맞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2001년 3월13일 금감원이 "김씨가 BBK 돈 30억원을 LKe뱅크에 끌어 썼다"며 시정을 요구하자 김씨가 같은 달 20일 32억원을 BBK에 상환하는 척 했다가 다음날 이 돈을 BBK에서 LKe뱅크 동원증권 계좌에 재입금한 정황도 이상하다.

한나라당은 "LKe뱅크의 자금거래는 김경준이 한 것이기 때문에 이 후보는 모른다"고 설명한다. 이 후보는 2001년 4월 18일 LKe뱅크의 공동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자신의 회사에서 금감원의 시정명령을 거스르는 돈 거래가 있었음에도 이 후보가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 없이 문책을 피해 서둘러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BBK와 관련한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홍준표 당 클린정치위원장은 25일 "앞으로 김경준의 가족이 또 다른 문건을 들고 나와 국민을 현혹하고 이들을 부추기려는 일부세력의 극성이 계속되겠지만 대꾸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BBK 사건(에 대한 당의 대응)은 이제 끝"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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