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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진 기자는 성균관대학교에 재학중입니다.
<오마이뉴스> 주최 '제2회 전국 대학생 기자상 공모전' 응모기사입니다. 홍현진 시민기자는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 3학년에 재학중입니다. <편집자주>

대학생에게 있어서 과외는 정말로 '할 맛 나는' 아르바이트다. 그도 그럴 것이 서빙이나 캐셔 같은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돈은 시간당 3500원 내외인 반면, 과외를 하게 되면(개인차는 있겠으나) 시간당 2만원 이상의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르치는 학생의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따르지만 시간당 2만원은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넉넉한 액수다.

 

과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되어버린 요즘


그러나 고등학교 졸업자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현재, 대학생은 그야말로 '발에 차이는' 존재다. 가르치고 싶은 대학생 수는 늘어나는데 배우고 싶은 학생 수는 이에 못 미치다 보니 과외 구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예전에는 학벌이 좋고 경력이 많으면 과외 구하는 게 쉬웠지만 요즘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높아지면서 대학생보다는 전문적인 과외 교사를 구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 '다음' 최대의 과외정보 카페 '과외 천국'(회원 수 11만9958명)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이러한 현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11월 24일 하루 동안 '가르칠 기회를(선생님 전용)'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75개인 반면 '배울 기회를(학생 전용)'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20개에 불과했다. 나 역시 이 카페를 통해서 과외를 구하려고 수차례 시도해 보았으나 실패했다.

 

 

인맥을 통해서도, '오징어 다리'(전단지)를 통해서도, 인터넷 과외 중개사이트를 통해서도 과외 구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학생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과외중개업체를 찾게 된다. 과외중개업체를 통하면 '비교적' 쉽게 과외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거기에는 조건이 따른다.

 

과외중개업체, 첫 달 과외비 80% 수수료로 가져가

 

지난 9월 초, 8개월 동안 해오던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나는 과외를 구하러 다녔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보았지만 역시나 쉽지가 않았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바로 과외중개 업체에서 과외 선생님을 구한다는 전단지. 업체를 통해 과외를 구하게 되면 어느 정도 수수료가 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전단지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다.


업체에서는 일단 한번 방문해서 가입신청서를 작성하라고 했다. 업체를 방문하자 텅 빈 사무실에 책상 몇 개와 컴퓨터 몇 대 그리고 직원 몇 명이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친절하게 나를 맞이했고 가입 절차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 근처에 세 군데 정도의 과외중개업체가 있어요. 한 군데는 첫 달 과외비의 50%, 두 번째 달 과외비의 50%를 수수료로 가져가고, 다른 곳은 가입비 2만원을 받고 첫 달 과외비의 60%를 가져가요. 그런데 여기는 회원 수가 워낙 많아서 과외를 못 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저희는 가입비 없고 첫 달 과외비 80%를 가져가는데 대신에 학생을 먼저 구해놓고 선생님을 구하는 거라서 연결은 바로 시켜드릴 수 있어요."

 

 

 

첫 달 과외비의 80%를 가져간다? 기가 막혔다. 더욱더 어이없었던 것은 첫 달 과외비를 우선 업체에서 받아 수수료를 제한 20%를, 첫 달 과외가 끝나는 날 선생에게 준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업체 측의 '꼼수'가 있었다.

 

물론 연결 수수료를 둘러싼 업체 측과 대학생 선생 사이의 '머리싸움'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수수료 떼이는 것이 억울했던 대학생들은 과외하는 학생의 부모님에게 '업체 측에는 과외를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해달라'고 해 수수료를 떼이지 않기도 했다. 청주에 있는 ㅊ대학에 재학 중인 박 모씨는 "보통 (학생) 어머니께 수수료 이야기를 하면 '세상에 대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그러느냐'며 업체에 과외 안하게 되었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업체는 아예 첫 달 과외비를 선생님이 아니라 업체 측에서 받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첫 달 과외가 끝나는 날 바로 주는 경우는 드물다. 나는 앞서 말한 업체를 통해 두 개의 과외를 구하게 되었는데 첫 달 과외가 끝나고 난 후 일주일이 지나서야, 그것도 계속해서 연락을 한 끝에 20%의 과외비를 손에 쥘 수 있었다.

 

하지만 주위의 친구들의 이야기나 '과외 천국'에 올라온 사연을 들어보면 첫 달 80%의 수수료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첫 달만 하고 과외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두 번째 달부터는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사람 따로, 돈 버는 사람 따로?


서울에 있는 ㄷ대학에 재학 중인 이모씨는 업체를 통해 구한 미술 과외를 하고 있는데, 일주일에 한 번 40분씩 과외를 하고 한 달에 3만5000원을 받는다고 했다. 학부모가 업체에 지불하는 돈은 8만 원이지만 이모씨가 받을 수 있는 돈은 그 중 45%뿐이다. 그것도 첫 달만이 아니라 몇 개월이 지날 때까지는 계속해서 45%를 받아야 한다.

 

이처럼 적게는 첫 달 30%(지방의 경우 대학생 수가 서울에 비해 적기 때문에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고 한다)에서 많게는 첫 달 100%까지 수수료를 받거나, 이모씨의 경우처럼 계속해서 수수료를 받고 있지만 과외 중개업체에서 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내가 업체를 방문했을 때 눈에 띄었던 것은 바로 수북이 쌓인 전단지였다. 그들은 대학생그리고 과외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단지를 제작하고 그것을 곳곳에 붙인다. 그리고 연락이 오면 대학생 선생님과 과외 학생을 연결시켜 주는 것이다. 책상 몇 개와 컴퓨터 몇 대 그리고 직원 몇 명만으로도 영업이 가능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업체, 과외 선생 '실력'에는 무관심

 

하지만 정작 과외를 받는 학생과 학부모는 과외중개업체와 대학생 선생님간의 이러한 관계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학부모는 단지 업체가 붙인 전단지를 보고 연락할 뿐이며, 업체를 통해서 과외를 구하니까 개인적으로 구하는 것보다 훨씬 더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에 있는 ㅅ대학에 재학 중인 황모씨는 "가입 신청서를 작성할 때 경력에 관한 것은 물어보지도 않아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선생님의 실력에 대한 검증은 거치지도 않았으면서 마치 '검증된 선생님'인 것처럼 광고한 것이다.

 

또한 황모씨는 "업체에서 학부모에게 그냥 업체에 소속된 선생님인 것처럼 말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즉, 업체가 대학생 선생님들을 회원처럼 보유하고 있어, 각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배정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학부모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물론 대학생들 중에서 정말로 실력 있는 선생님들도 많다. 하지만 문제는 업체 측에서 대학생 선생님의 실력에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데 있다. 업체가 학생을 배정해주는 기준을 보면 보통 성별이나 학교, 학과와 관련된 것이 전부였다.

 

결국 이득을 보는 것은 과외중개업체뿐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득을 보는 것은 결국 과외 중개업체뿐이다. 대학생 선생님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한 달 동안 20% 혹은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대학생 선생님들을 '엄선된 선생님'이라고 생각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외 중개업체는 여전히 성황을 누리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30% 정도 하던 수수료가 계속 올라 심지어 100%까지 이르게 된 데에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과외 중개업체를 찾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생들은 억울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업체를 통하지 않으면 과외를 구하기 어렵다보니 업체를 찾게 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과외중개업체에서 요구하는 수수료가 점점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 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태그:#과외, #과외중개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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