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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의 '정당 없는 민주주의 위기'를 지적해온 최장집 교수(고려대 정외과)는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후보에 대해 "드러난 부정비리 의혹만으로도 그의 도덕성은 거의 치명적 흠결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23일 서울 평창동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 열린 '2007년 대선과 정당정치의 위기' 토론회에서 "사법조사와 판결을 요구하는 그의 부정비리의혹들은 민주주의 하에서의 법의 지배 여부를 테스트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토론회 중간 잠시 기자와 만나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하더라도 얼마나 정당성이 부여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명박 후보의 '경제대통령' 이미지와 경제를 살릴 능력이 부각되는 것과 관련, 최 교수는 "경제라는 건 도덕적 기반이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실무는 장관들이 하고, 대통령은 능력보다 도덕성을 통해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대통령? 경제는 도덕적 기반이 뒷받침하는 것"

 

최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이명박 후보 외에도 이회창, 정동영, 문국현, 권영길 후보에 대해서도 결점을 꼬집었다. 발제문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통합신당의 정아무개] 이번 대선이 노정부에 대한 평가가 중심요소라고 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선택해야 할 강력한 대안적 정책과 비전, 그리고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 기대될 수 있음. 그러나 그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치 못해. 그와는 반대로 그의 정책과 비전은 실체적 대안이나 일관성을 갖지 못하고 레토릭의 수준을 넘지 못해.

 

[문아무개] 여권의 해체가 가져온 아웃사이더. '그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에 만족스럽게 해답을 주지 못해. 급조된 그의 정당은 '누구를 대표하는가?'에 답하기가 어려워.

 

[보수진영의 이아무개] 보수진영에서 이아무개(이명박-편집자주)보다 더 보수적 분파를 대변. 그의 냉전반공주의가 얼마나 시대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냐 하는 이념적 문제를 떠나, 과거 그의 “차떼기정당”, “국세청으로부터의 선거자금동원”을 주도한 정당의 책임자로서, 그의 도덕성에 대한 평가는 이미 끝나.

 

[민노당의 권아무개] 정당명과는 달리, 당 후보는 사회경제적 문제를 중심에 놓고 노동자, 저소득 소외계층을 대표하기보다, '코리아연방공화국'이라는 말로 상징되듯, 추상적이고 포괄적이고 중산층적 관심사인 민족통일문제, 즉 NL적 이슈를 대표하는 후보로서 나타나. 민족통일문제가 문제의 중심이라면 통합신당으로도 충분한데 '왜 민노당인가?'라는 문제제기 돼.

 

최 교수는 이같이 후보들을 열거한 뒤 "투표자들이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결정하는 게 지난하고 고통스럽다"며 "그런 점에서 최악의 대선"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지난 20년 동안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과정에서 정당체제는 더 나빠졌고, 이번 대선이 최악의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난립하고 있는 후보들 중에 유권자들의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정당제도가 실패한 결과라는 얘기다.

 

최 교수는 이번 대선의 투표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따라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정당성 확보가 어려워졌다며 결선투표제 도입, 투표율 50% 이하인 경우 재선거 실시 등의 제도적 보완책을 제시했다. "60% 투표율을 가정하면 당선자가 40%를 득표한다 해도 전체 유권자의 30% 정도를 대표하는 수준"이라는 것. 현행 22일인 공식 선거운동기간을 대폭 늘려 후보 검증을 충분히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한편 토론자로 참석한 강금실 전 장관은 "어려운 시절이 다가올 수 있다"며 대선 이후 대통합신당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강 전 장관은 "대선 승리가 중요하지만 어떻게 이기느냐 지느냐, 그 전략과 과정이 다음 단계를 규정한다"며 "최선의 과정을 보여야 다음 단계가 열린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뒤 "어떻게 대선을 치러낼 것인가 그 과정에서 정당 문제도 해답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은 이긴다 해도 정당 문제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남는다"고 우려했다.


태그:#최장집,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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