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21일 STX그룹에 야구단 인수 제의를 한 것을 공식 철회한다고 밝혔다. KBO는 "STX측에서 좀 더 기다려달라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는데 더는 손 놓고 기다릴 수가 없어 인수 협상을 철회하고 다른 대안을 찾기로 결정했다"며 인수 제의를 철회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STX측이 야구단 인수를 포기한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최근 잇따른 악재로 인한 위기 상황이 야구단 인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수협상 기간 내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온 STX 그룹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좀 더 근본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난을 하면 쓰린 속은 달래질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현대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언제까지 이런 암울한 상황을 되풀이해서는 곤란하다.

 지난 10월 5일 수원구장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른 현대 유니콘스.

지난 10월 5일 수원구장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른 현대 유니콘스. ⓒ 현대 유니콘스


구단을 팔기 위해 구걸을 해야 하는 기막힌 현실

매년 수백 억의 적자가 발생하는 한국의 프로야구단은 그룹의 홍보수단 그 이상 그 이하도 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성적이 오른다고 수익구조가 개선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온전히 기업의 의지에 따라 프로야구단의 운명이 결정된다. 모기업의 재정이 나빠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매년 수백 억 원이 지출되는 프로야구단이다. 자생력 '제로', 이것이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이다.

매력이 없는 상품을 강매한 결과가 반품으로 돌아온 것뿐이다.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런 문제는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 참여를 포기했다고 STX 그룹만을 비난하기 힘든 이유다.

이제부터라도 프로야구는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발 벗고 나서 상품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구걸하듯이 구단을 팔아야 하는 기막힌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면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방법이 없다면 모르나 분명히 존재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나서야 한다. 우선 관중들을 야구장으로 끌어 모으는 것이 첫 번째다. 관중 2만 명이 들어오면 야구단을 운영하는 이유가 생기고 3만 명이 들어오면 흑자도 가능하다는 것이 구단 행정가들의 이야기다. 이것이 가능해지려면 KBO, 프로야구선수협의회, 8개 구단, 야구팬들 모두 문제의식을 가지고 하나가 되어야 한다. 프로야구 판이 바뀌지 않는다면 결국은 모두 공멸한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 KBO의 개혁이다. KBO는 억울할 수도 있다. 현대 사태는 이전 집행부 시절에 터진 문제고 수익구조 개선과 같은 문제들은 프로야구 원년부터 꾸준히 쌓여온 문제들인데 왜 지금의 집행부에 모든 책임을 돌리고 문책을 하는지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 억울하다고 생각한다면,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모른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비난을 받아야 한다. 프로야구를 위해 존재하는 기구가 프로야구를 위해 어떤 전망도 제시하지 못한 채 여전히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것보다 더 큰 잘못은 없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의 수익구조 개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프로야구의 수익구조 개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 롯데 자이언츠


KBO, 미래를 위한 십자가를 짊어지기 바란다

KBO 수장인 총재자리가 정권의 낙하산 인사를 위한 배려의 자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정치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수장에게 장기 계획을 기대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공개채용을 통해서라도 CEO의 마인드를 가지고 프로야구를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한, 좀 더 나은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로 바뀌어야 한다.

철저한 장사꾼이 되어야 한다. 물건을 파는 데 목숨을 건 사람은 체면을 버려야 한다. 치적을 드러내고 싶은 욕심이 앞서서 일을 그르치는 인물들은 절대로 좋은 장사꾼이 아니다. 커미셔너는 생색이나 내라고 만들어진 자리가 절대로 아니다.

총재를 보좌해 KBO를 이끌어가는 구성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프로야구판의 고질적인 문제인 눈덩이 같은 만년적자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방송중계권을 팔아먹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수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을 할 수 있는 당연한 경제관념을 지닌 인물들로 바뀌어야 한다. 관중들을 구장으로 불러 모으기 위해서 '삼배일보'라도 할 수 있는 그런 태도를 지닌 사람이 필요하다. 

현대 문제를 해결한다 하더라도 프로야구판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면 같은 문제는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때마다 또 기업에 구걸을 할 것인가. 야구팬들에게 또다시 깊은 상실감을 안겨줄 것인가. 프로야구의 가치를 높혀 프로야구단을 매력적인 상품으로 만드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권위만 있고 능력은 부족한 KBO는 뿌리째 바뀌어야만 한다.

현재의 상황에서 프로야구 수익구조 개선을 통한 흑자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20년 뒤, 30년 뒤의 야구팬들에게 작금의 한심한 꼴을 대물림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시작을 해야 한다. 뜬구름을 잡기 위해 손을 뻗는 시늉이라도 해야만 한다.

프로야구가 미래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면, KBO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프로야구의 모든 문제가 KBO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KBO에서부터 출발해야만 한다.

현재 KBO를 이끌고 있는 인사들은 과연 자신이 합당한 인물인지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그런 인물이 되기 위해 노력을 해보기 바란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프로야구의 미래를 위해 깨끗하게 떠나줄 것을 부탁한다. 진정으로 프로야구를 위한다면 십자가를 짊어지기 바란다. 그것이 프로야구의 미래를 위해 가장 옳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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