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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위장된 돈다발 사진은 '차떼기 사건'을 연상시켰다. 당시 전 국민의 공분을 샀는 데도 변한 게 없었다. 이렇듯 19일 이용철 전 청와대 비서관(현 변호사)이 밝힌 삼성의 뇌물 전달 행태는 김용철 변호사가 주장한 것과 닮아있었다.

 

우선 청와대도 관리대상이었다는 김 변호사의 말부터 사실로 확인됐다. 또한 사진을 통해 공개한 뇌물전달 방법 뿐 아니라 액수, 전달 시기 등도 김 변호사의 주장과 어느정도 맞아떨어진다.

 

이 전 변호사의 증언을 공개한 '삼성 이건희 불법규명 국민운동'은 "이 전 비서관의 증언은 김용철 변호사가 양심고백을 통해 밝힌 사실이 한 사람의 주장이 아닌 사실이라는 뚜렷한 증거"라고 밝혔다.

 

삼성 말대로 뇌물을 전달하지 않는다면, '용철'이라는 이름을 쓰는 두 변호사의 말이 척척 들어맞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금껏 김 변호사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던 사람들도 이 전 비서관의 증언에 입을 다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은 사실이었다"

 

 

두 사람의 말이 얼마나 유사한지 살펴보자. 우선 뇌물전달 방법과 그 액수가 정확하게 똑같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이 뇌물을 전달할 때 책이나 CD로 위장된 현금 다발을 건넸다"고 밝혔다. "300만원은 CD처럼, 500만원은 월간지로 포장됐다"고도 했다.

 

김 변호사는 또한 "돈의 액수는 원칙적으로 500만원이며, 별도로 1000만원과 2000만원을 줄 경우는 김인주 사장이 직접 연필로 이름 옆에 (숫자를) 써 넣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삼성이 이용철 전 비서관에게 제공한 뇌물은 책으로 위장돼 있었다. 이 전 비서관은 "뜯어보고서야 책으로 위장된 현금다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삼성이 이 전 비서관에게 제공한 금액(500만원) 역시 "원칙적으로 500만원"이라는 김 변호사의 주장과 일치한다.

 

또한 책으로 위장된 뇌물 박스 위에 '이용철(5)'이라고 쓰인 포스트잇도 발견됐는데, 김인주 사장이 직접 연필로 이름 옆에 숫자를 써 넣었다고 증언한 것과도 비슷하다.

 

이뿐 아니다. 김 변호사는 "명절 때 떡값 명목으로 뇌물을 돌렸다"고 말한 것처럼 이경훈 삼성 소속 변호사는 뇌물을 전달하면서 "설날 선물"이라고 밝혔다.

 

뇌물 제공시기 역시 이 전 비서관과 김 변호사의 주장이 비슷하다. 김 변호사는 "1997년 입사 후 2000년 뇌물 제공사실을 알았으며, 퇴직하던 2004년까지 계속됐다"고 증언했다. 이용철 전 비서관은 "삼성이 나에게 뇌물을 제공하려 한 건 2004년 1월이었다"고 밝혔다.

 

"삼성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에서 검사 수십여명을 관리했고, 나머지 분야는 60여개 계열사가 나눠 맡았다"는 김 변호사의 주장 역시 이 전 비서관의 증언과 일치한다. 이 전 비서관에게 뇌물을 주려 했던 이는 당시 '삼성전자 소속의 이경훈 경영지원총괄 법무팀 전략법무그룹 상무'. 삼성이 뇌물을 제공하는 데 그룹 구조본뿐 아니라 계열사들도 동원된 것이다.

 

 

뇌물 주고받았다는 사람들의 증언... 삼성은 궁색한 변명만

 

이제 공은 삼성으로 넘어갔다. 그동안 "뇌물을 줬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악의적인 모함'으로 치부하던 삼성. "삼성이 뇌물로 보낸 돈을 거절했다"는 전 청와대 비서관의 증언도 나온 마당에 삼성의 반응을 어떨까?

 

이 전 비서관의 증언과 관련 삼성은 "회사 쪽과는 관계없다"며 "사실 여부를 알아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삼성 소속이던 이 변호사가 개인자격으로 왜 이 전 비서관에게 뇌물을 전달했는지 이해하긴 쉽지 않다.

 

2003년 말과 2004년 초는 에버랜드 전환 사채 문제가 불거져 검찰이 삼성을 기소해야 하는지 논란이 일었을 때다.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반부패제도개혁 담당 법무비서관으로 보직이동이 예정돼있던 이 전 비서관에게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는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의 가정이 설득력을 가진다.

 

삼성 소속으로 뇌물을 건넨 사람도, 삼성이 뇌물로 보낸 돈을 거절했다는 사람도 나왔다. 이건희 회장 지시사항에도 뇌물 제공 관련 내용이 드러나 있다. 삼성이 뇌물을 뿌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려면 이제 더 무엇이 필요한 걸까?


태그:#삼성비자금, #삼성뇌물, #삼성, #김용철, #이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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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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