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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9일 오후 1시 06분] 

 

"변호사 사무실로부터 선물이 집으로 전달되어 퇴근 후 뜯어보고서야 책으로 위장된 현금다발인 사실을 알게 됐다."

 

이용철 전 청와대 비서관의 진술 내용이다. 삼성이 청와대 고위 공직자에게 뇌물 제공을 시도한 사실이 폭로됐다. 구체적인 뇌물 제공 시간, 장소뿐 아니라 뇌물이 전달된 쇼핑백, 발송 의뢰서, 돈 다발 등의 증거자료까지 공개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이 전 청와대 비서관의 진술은 김용철 변호사가 밝힌 삼성의 뇌물 전달 방법과 상당한 유사해 김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삼성이 뇌물을 전달할 때 CD나 책으로 위장된 현금 다발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는데, 실제로 이 전 비서관은 책으로 위장된 현금 다발을 받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 6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의 모임인 '삼성 이건희 불법규명 국민운동'은 19일 오전 11시 참여연대에서 이 전 비서관을 진술 내용을 공개했다. 이들은 "청와대가 삼성의 뇌물 로비 대상이었고,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반부패제도개혁담당 비서관에게 뇌물 전달... "삼성이 간이 부은 모양"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에 따르면,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 전 비서관은 2003년 9월 1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2비서관에 임명됐다. 그해 12월 20일 경 청와대 비서실 조직개편으로 반부패제도개혁 등을 담당하는 법무비서관으로 보직이동 되었다.

 

이 전 비서관은 삼성으로부터 연락이 온 게 2003년 말 또는 2004년 초로 기억했다고 김 사무처장은 말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삼성 법무실 소속 이경훈 변호사로부터 "보직이동 관련 뉴스들을 보고 생각이 났다"면서 안부를 묻는 전화가 온 것. 얼마 후, 이 전 비서관은 이 변호사와 함께 점심식사를 같이 했다.

 

식사를 하던 중 이 변호사는 명절에 회사에서 자기 명의로 선물을 보내도 괜찮은지 물었고, 이 전 비서관은 한과나 민속주 따위의 당시 의례적인 명절선물로 생각해 "괜찮다"고 답했다고 김 사무처장은 밝혔다.

 

이 전 비서관은 2004년 1월 26일 변호사 사무실로부터 선물이 집으로 전달이 돼 퇴근 후 뜯어보고서야 선물이 책으로 위장된 현금다발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대선 수사 중에 차떼기 당사자 중 하나인 삼성이 반부패제도개혁을 담당하는 비서관에 버젓이 뇌물을 주려는 행태에 이 전 비서관은 분노가 치밀었다고 한다.

 

이 전 비서관은 "삼성이 간이 부은 모양"이라고 아내에게 말하고 폭로할까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폭로해봤자 이 변호사만 쳐내는 꼬리자르기로 끝날 것으로 판단돼, 증거로 사진을 찍고, 이 변호사에 되돌려줬다고 김 사무처장은 말했다.

 

책으로 포장해 500만원 전달... "김용철 변호사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 것"

 

 

국민행동은 이 전 비서관이 찍은 증거 자료도 공개했다. 이경훈 변호사 명함이 박힌 쇼핑백, 책으로 위장된 1만원권 묶음 100만원짜리 5다발 등이다.

 

뇌물 상자가 들어있던 쇼핑백에는 이경훈 변호사의 명함이 박혀 있다. 명함에는 '삼성전자 경영지원총괄 법무팀 전략법무그룹 이경훈 상무/변호사'라고 적혀있다. 또한 수신자용 발송의뢰서에도 배달자명, 배달자 연락처, 발신일자, 수령일자 등이 드러났고, 발신자에 이경훈 변호사의 이름이 뚜렷했다.

 

또한 쇼핑 백 안에 있는 '뇌물 상자'에는 '이용철(5)'라고 쓰인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뇌물 상자 안에는 1만원권 100만원짜리 5다발이 있었다. 돈 다발은 '서울은행(B1) 분당지점'이라고 쓰인 종이 끈으로 묶여있었다.

 

국민행동은 이 전 비서관의 증언과 증거자료를 토대로 "삼성이 주요기관에 뇌물을 제공했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변호사의 사례는 김 변호사가 주장한 삼성의 뇌물제공 시기, 뇌물전달 주체, 뇌물 전달 방법, 뇌물 액수 등과 상당히 유사했다. 김 변호사는 "뇌물을 전달 할 때 CD나 책으로 위장된 현금 다발을 전달하고 그 액수가 300만원, 500만원 또는 직위에 따라 그 이상"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이 전 비서관과의 사례와 일치하는 것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당시는 에버랜드 전환 사채 관련해 검찰이 기소를 할 것이냐는 문제가 논란이 되었을 때"라면서 "삼성이 법무비서관으로 보직이동이 예정돼있던 이 전 비서관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시점에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수사 대상, 정치권 특검법 미루지 말아야"

 

국민행동은 "너무 분노스럽고, 참담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조돈문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상임의장은 "저희가 특검을 요구하는 데 청와대가 딴죽을 걸어서 왜 저렇게 반응을 할까 생각했다"며 "이는 경제 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청와대가 불법 뇌물 로비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 상임의장은 이어 "삼성이 일개 법무비서관에게만 뇌물을 주었을까"라며 "얼마나 많은 청와대 비서관에게 뇌물을 주었고, 그 액수가 얼마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 청와대도 수사대상이 되었다"며 "청와대는 이런 의혹을 떨치기 위해서라도 성역 없는 수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삼성이 반부패제도개혁을 담당하는 비서관에게까지 뇌물 제공을 시도했다"며 "삼성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뇌물을 제공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계기로 정치권은 더 이상 특검 도입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전 비서관 자술서 전문.

 

2003년 9월 1일자로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2비서관에 임명되었습니다. 2003년 12월 20일경 청와대 비서실 조직개편으로 박범계 변호사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법무비서관과 민정2비서관을 법무비서관으로 통합한 보직으로 이동됐습니다.

 

2003년 말 또는 2004년초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삼성법무실 소속 이경훈 변호사로부터 위 보직이동 관련 뉴스들을 보고 생각이 났다면서 안부를 묻는 전화가 와서 얼마 후 점심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이경훈 변호사를 알게된 경위는 1996~8년경 도봉구 창동 삼성아파트 최상층 증인들이 시공회사인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소음진동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상대방 변호사로 장기간 함께 소송을 진행하면서 법정에서 자주 만나고 연배도 비슷하여 서로 마음을 트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분이 생긴바 있습니다.

 

함께 식사를 하던중에 이경훈 변호사가 명절에 회사에서 자기 명의로 선물을 보내도 괜찮은지를 물어 한과나 민속주 따위의 당시 의례적인 명절선물일 것이라 생각하고 괜찮다고 대답했습니다.

 

2004년 1월 16일경 청와대 재직으로 휴직 중에 있던 법무법인 새길의 직원으로부터 명절선물이 법인사무소로 배달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바쁠 것 없으니 명절(당시 설연휴는 1월 21일부터 23일이었음) 지나고 가져다 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2004년 1월 26일 변호사 사무실로부터 선물이 집으로 전달이 되어 퇴근 후 뜯어보고서야 책으로 위장된 현금다발인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당시 대선자금 수사중이었고, 차떼기가 밝혀져 온 나라가 분노하던 와중에 차떼기 당사자 중 하나인 삼성이, 그것도 청와대에서 반부패제도개혁을 담당하는 비서관에게 버젓이 뇌물을 주려는 행태에 분노가 치밀어 함께 선물을 뜯어본 집사람에게 "삼성이 간이 부은 모양"이라고 말하고 이 사실을 폭로할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민감한 시기에도 불구하고 자신있게 떡값을 돌릴 수 있는 거대조직의 위력 앞에 사건의 일각에 불과한 뇌물 꼬리를 밝혀봐야 중간 전달자인 이경훈 변호사만 쳐내버리는 꼬리 자르기로 끝날 것이 자명할 것으로 판단돼 후일을 대비하여 증거로 사진을 찍어두고 전달명의자인 이경훈 변호사에게 되돌려주고 끝내기로 작정했습니다.

 

2004년 1월 말경 이경훈 변호사에게 만나자고 연락해 시청 앞 플라자호텔 일식집 '고도부끼'에서 점심을 함께 하면서 전달된 선물의 내용을 설명하며 매우 불쾌하였지만, 당신의 체면을 보아 반환하는 것으로 끝낼까한다는 뜻을 전달하자, 이경훈 변호사가 자신도 의뢰적인 선물일 것으로 알고 명의를 제공한 것이었고, 현금을 선물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매우 죄송하다고 여러 차례 사과했습니다.

 

최근 확인해보니 당시 선물을 전달하는데 명의를 제공했던 이경훈 변호사는 삼성을 퇴직하고 미국 유학중이라고 합니다. 최근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를 보며, 당시 일이 매우 조직적으로 자행된 일이며 내 경우에 비추어 김 변호사의 폭로내용이 매우 신빙성이 있는 것이라고 판단되어 적절한 시기에 내 경우를 밝힐 것을 고민하다가 모든 경위와 증거를 '삼성 이건희불법규명 국민운동'에 제출했습니다.

 

2007년 11월 19일 변호사 이용철.

 

"'간이 부은 삼성' 대상 국민적 운동 벌일 것"

[인터뷰]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


다음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인터뷰한 내용이다.

 

- 이용철 변호사는 언제 제보를 한 것인가.
"이 변호사는 지난주 중후반 '삼성 이건희 불법규명 국민운동'측에 연락을 해왔다. 그는 직접 작성한 자술서와 오늘 공개한 증거물 등을 가져왔다. 어제 오전에 국민운동 관련 단체들이 긴급회의를 했고, 오늘 공개한 것이다."

 

- 이 변호사가 공개한 '뇌물'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김용철 변호사가 고백한 내용과 일치하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삼성이 전방위적 로비를 했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사건은 김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청와대 역시 삼성의 로비 대상이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김 변호사가 주장했던 뇌물 제공 수법과 규모가 일치하고 있다."

 

- 이 변호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왜 삼성이 이 변호사에게 뇌물을 제공했다고 보나.
"정부 내의 핵심 요직에 대해서는 이런 식으로 관행처럼 명절 때 떡값 명목으로 전달했을 수 있다. 일종의 보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변호사의 경우 사정 쪽을 담당했고 민정비서관으로 일했다. 당시 에버랜드 사건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기소 여부와 관련해 논란이 일었던 시점이다. 의도적으로 접근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용철 변호사 고백과 일치... 청와대도 입장 바꿔라"

 

- 뇌물 전달자로 지목된 이경훈 변호사와 연락을 취해봤나.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 이 변호사가 청와대에 재직했을 당시에 건네진 이런 뇌물 사건에 대해 청와대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보나.
"당시 이 변호사가 청와대에 알리지 않은 사건이었다면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에 대해 청와대가 나서서 전면 감찰해야 한다. 또 최근까지 청와대는 특검법에 대해 비토하는 입장을 취해왔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꾸어야 한다. 청와대조차도 삼성 로비의 성역이 아니었다는 게 밝혀지지 않았나. 특검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

 

- 국민운동의 향후 계획은.
"삼성의 전방위 로비 행태가 곳곳에서 자행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제보센터'를 개설해 많은 비리 내용을 축적할 것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진상규명을 위해 추가 고발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 특검법 제정에 총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 변호사도 자술서에서 말하지 않았나. '청와대에서 반부패제도개혁을 담당하는 비서관에게 버젓이 뇌물을 주려는 행태에 분노가 치밀어 함께 선물을 뜯어본 집사람에게 삼성이 간이 부은 모양이라고 말했다'고. 적당히 덮고갈 사안이 아니다. 국민적 운동을 벌이겠다."


태그:#삼성비자금,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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