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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강기정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제기한 이명박 후보의 '자녀 유령직원 등재'와 그로 인한 '탈세 의혹' 일부가 사실로 드러났다. 이명박 후보는 11일 성명을 통해 "나의 불찰이며, 꼼꼼히 챙기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만약 세금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조치하겠다"고 사과했다.


강 의원의 주장에 의하면, 이 후보는 자신이 소유한 대명기업에 자녀들을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큰딸은 2001년 8월부터 2006년 4월까지 매달 120만원을, 막내아들은 2007년 3월부터 현재까지 매달 250만원을 지급했다. 결국 지금까지 8800만원의 월급을 자녀들에게 허위로 지급했고 그만큼의 소득을 누락해 탈세를 했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대명기업 직원들이 이 후보 자녀에 대해 "두 사람을 알지 못한다"고 확인해줬다며 두 자녀 모두 실제 근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딸이 별다른 직장이 없어 건물 관리나마 도우라고 했고 생활비에 보탬이 될 정도의 급여를 줬는데, 공무원인 남편을 따라 유학 가는 동안 이 부분을 정리하지 못한 잘못이 있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아들에 대해서는 "선거 중이라 특정 직장에 근무하는 것이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 생각돼 잠시 건물관리를 하며 기다리라고 했다"고만 해명했다. 이명박 후보는 결국 '꼼꼼히 챙기지는 못했으나 자녀들이 회사에서 근무한 적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후보의 주장을 따르더라도 이 후보의 딸이 2003년부터 미국에 있던 1년 동안 월급을 받았다는 사실과 아들이 국제금융센터에서 올해 7월까지 일하면서도 3월부터 7월까지 월급을 받은 사실에 대해서는 탈세혐의가 사실로 확인되었다.


사실 이 문제는 대통령 후보의 도덕성 검증 수준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의 자격이 있는지 되짚어볼만한 중차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국민 정서는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이 신분에 따르는 도덕적 의무와 책임인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기는커녕 비도덕적이고 편법․탈법적인 행위를 저지르는 것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이다. 또한 사법적 판단도 이러한 사안을 묵과하지는 않는다. 실제 같은 사안으로 검찰에 의해 횡령죄로 기소된 경우도 있었다. 지난 1999년 2월 외국에 체류 중인 아들 2명을 계열사에 근무한 것처럼 꾸며 월급조의 명목으로 3억 원을 지급한 바 있는 최순영 신동아 회장을 기소한 것이 그 예이다


더구나 이번 사안은 대통령이 되고자 나선 유력 후보가 자녀들을 위장취업 시키고 세금 탈루까지 자행한 것이다. 이처럼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서 언론들은 '후보검증' 차원에라도 이 후보의 '범법 행위'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유권자에게 사실을 그대로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조․중․동, 이명박 해명하고서야 '울며 겨자 먹기'식 보도


하지만 강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다음날인 10일 조․중․동은 이와 관련해 한 건의 기사도 다루지 않았다. (<표1>참조) 이명박 후보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검증은 고사하고, 무조건 침묵으로 일관하는 편파성을 또 다시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들은 이 후보가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를 하고 난 다음날인 12일에야 기껏 한 건의 보도를 내보냈지만, 그마저도 이 후보 측의 해명에 중점을 뒀다.


조선과 중앙은 12일 <"아이들 위장취업 논란은 내 불찰" 이명박 사과>, <이명박 "꼼꼼히 못 챙겨 죄송"> 등 이 후보의 해명을 커다란 제목으로 부각해 각각 4면과 5면에 실었다. 동아는 8면 하단기사에 <신당 "자녀 유령직원 등재 李후보 고발">라는 제목의 2단 기사를 싣는 데 그쳤다. 만약 이 후보가 계속 침묵으로 일관했다면 조․중․동 또한 '침묵'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명박 후보의 의혹에 대해 예외 없이 '침묵의 카르텔'로 일관했던 보수신문들 가운데 그나마 중앙일보는 13일 사설 <이명박 후보는 공인 의식이 있는가>에서 이 후보를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중앙은 이번 일과 관련해 "사과로 간단히 끝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대통령을 하고 싶다며 이런 식의 꼼수를 쓴다면 누가 이 후보를 믿겠는가"라고 이 후보의 처신을 비판했다.


특히 '위장 전입', '도곡동 의혹', 'BBK 의혹' 등을 거론하며 "국회의원․서울시장을 지내고 대통령까지 하겠다는 사람의 의식 수준이 왜 이 모양인가"라고 직접적인 비판을 가했다. 그간 이명박 후보 관련 의혹에 대해 축소하거나 감싸기에 급급했던 중앙일보가 사설을 통해 일침을 가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에게 끊임없이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적극적인 진실규명을 촉구하기보다는 서둘러 "공인은 공인에 맞는 공인 의식이 있어야 한다.… '과거의 이명박'으로는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고 조언하는 대목에서는 이 후보가 '공인의식'을 갖추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양 문제를 덮어주려는 인상을 남겼다.


이번에도 한겨레만 나서는가


보수신문들에 비해 이번에도 한겨레가 가장 눈에 띠었다. 한겨레는 10일 <이명박, 자녀 자기회사 위장채용>을 시작으로 13일 <'이명박 자녀 유령고용' 해명에도 끊이지 않는 의혹>에 이르기까지 5건의 기사를 내며 실체 규명에 앞장섰다.


한겨레는 13일 "강 의원의 나원주 보좌관이 지난 달 9일 대명기업에 전화를 걸어, 소속 직원 7명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가며 직책을 확인했으나 이 후보 아들의 이름을 대자 '모르는 사람이다'라는 답이 나왔다. 딸의 이름을 대자 마찬가지로 '누군지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이 후보 자녀의 위장채용 의혹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했다. 또 "이 후보의 아들은 대명기업 직원 7명 중 가장 월급이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 월급이 200만원이 채 안 되는데, 올해 3월에 입사했다는 이 후보의 아들은 250만원이나 받았다"는 강기정 의원을 발언을 인용해 새로운 사실을 전했다.


한겨레는 특히 12일 사설 <실망스런 이명박 후보의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의 11일 기자회견에서 'BBK 의혹'에 대해 "정치공작" 운운한 것에 대해 "회견 내용은 실망스럽다"며 "이 후보는 각종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해명하는 대신 의혹 제기를 정치공세로 깎아내렸다"고 지적했다. 이번 '위장 채용' 의혹과 관련해서도 "도덕성과 관련한 그의 평소 행태를 짐작케 한다"며 "어제 회견은 그가 도덕성뿐만 아니라 위기 대응 능력에서도 취약함을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한편, 경향신문은 10일 <“이명박 후보 부동산 임대 회사에 두 자녀 ‘유령 직원’ 등록해 탈세”>를 통해 ‘위장 채용’ 의혹과 함께 이상수 노동부장관이 강 의원의 대정부질문에서 “이 후보 소유의 사업장들이 고용·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강제 징수 당한” 사실에 대해서도 보도했다. 12일에는 4면 <‘자녀 유령직원 탈세’ 사과>를 통해 이 후보의 사과를 전하며 대통합민주신당이 “이 후보를 횡령 및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해명이 석연치 않은 점에 대한 지적과 심층적인 탐사 보도 없이 이 후보의 발언을 그대로 전하는 데 그쳐 아쉬웠다.


서울신문은 13일에야 후속보도로 <“이후보 자녀 자주 안 보여”>와 <신당 “李후보 자녀 위장취업 탈세 해명도 거짓”/ 한나라 “김씨 출자 30억은 BBK 투자자문 자본금>을 실었지만, 각각 1단기사와 공방기사로 처리한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방송 3사 보도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


'위장 채용' 의혹과 관련해서는 방송보도도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보도량 자체도 4일 동안  KBS 3건, MBC 2건,  SBS 1건의 보도뿐이었다. (<표2>참조)

 

내용에 있어서는 더욱 실망스러웠다. 강기정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관련 의혹을 제기했던 9일에는 KBS만 유일하게 관련보도를 내보냈다. 하지만 KBS <막말에 삿대질>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묻지 마 식' 폭로가 계속됐다"고 멘트 했다. 이 보도는 강 의원의 '위장 채용' 의혹 제기를 보도하면서, '묻지 마 식 폭로'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이 사안을 '네거티브 공방 처리'를 넘어서 아예 '마타도어' 수준으로 치부한 것이다.


방송3사는 한겨레의 보도로 비판 여론이 거세지던 10일에는 약속이나 한 듯 단 한 건의 관련보도를 내지 않았다. 이 후보가 의혹의 일부분에 대해 공식적으로 시인하고 사과를 한 11일에도 KBS만 양당의 공방과 이 후보의 사과 내용을 보도했을 뿐이었고, MBC와 SBS는 이를 단신으로 처리하는 데 그쳤다.


12일에는 이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해명한 내용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한겨레 등의 보도를 통해 이어졌지만 SBS는 여전히 보도를 내지 않았다. MBC는 <'위장채용' 시끌>에서는 건물관리 관계자의 "그런 사람들은 바쁘면 나왔다가 안 나왔다 그런다. 자기 아버지가 사장인데 그럴 수도 있는 것"이라는 이명박 후보 해명에 가까운 발언을 한 것만을 인용 보도하는데 그쳤다. 같은 날 KBS는 <"두 자녀 본 적 없다">에서 해당 건물을 찾아가 세 명의 취재원을 접한 후 이 후보의 자녀가 실제 근무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반면, MBC는 이 후보 자녀들의 근무여부를 밝히지도 못하고 오히려 이 후보의 해명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방송사들이 의혹제기로부터 4일이 지난 후에서야 겨우 적극적 취재에 나섰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특히 정당한 의혹제기마저 '묻지 마 식 폭로'라며 사안의 의미를 폄하한 KBS, 의혹 해소에 소극적인 MBC,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SBS의 보도행태는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공영성은커녕 최소한의 언론의 자격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최소한 사실만이라도 있는 그대로 보도하라


이번 사안에 대한 보수신문들의 '침묵' 혹은 '면피용 보도'는 걸핏하면 '여론'을 들먹이고, '여론조사 결과'를 맹신해오던 보수언론의 관행에 비춰 봐도 한참 잘못된 모습이다. 이번 사안을 일컫는 이른바 '유령직원'과 관련해 네티즌들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고, 분노 또한 하늘을 찌를 듯 높다. '미디어다음'의 관련기사에는 이명박 후보를 성토하는 댓글이 무려 1만8500 여건이나 이어졌다. 국세청의 철저한 세무조사를 촉구하고 보수언론의 '침묵'을 비난하는 여론 또한 매우 뜨겁다. 심지어 네티즌들은 이번 사안의 실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직접 나서고 있고 '촛불시위'까지 제안하고 있다. 


헌법이 규정하는 국민의 기본 의무인 '납세 의무'조차 지키지 않는 이명박 후보에 대해 언론들은 도대체 무엇이 무서워 제대로 비판하지도, 실체규명에 나서지도 못하는가. 200억 원이 넘는 재산을 가지고도 자녀들을 위장 취업시켜 8800만원을 지급하고, 3000여만 원의 세금을 탈루하는 '탈법행위'를 저지르고도 "해결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조치하겠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이가 바로 이 후보다. 비록 '무거운 범죄'는 아닐지라도 이미 이 후보가 시인한 부분만으로도 이 후보는 '소득세 포탈'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범법자'다. 그렇다면 언론들은 이 정도의 '범법자'가 '대통령 자격'이 있는지 따지는 게 당연하다.


우리는 보수 신문에게 큰 기대를 가지지는 않는다. 최소한 사실만이라도 있는 그대로 전하길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무엇보다 '이명박 후보의 자녀 위장채용 및 탈세의혹'에 대한 방송의 비겁하기 짝이 없는 보도 행태는 지상파 방송사의 공영성을 스스로 포기한 것에 다름 아니다. 지금 지상파 방송3사는 기계적 중립을 지키겠다는 틀에 갇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안'이면 무조건 피하고 보자는 식의 '보신 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공정한 선거보도를 통해 유권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방송 공공성의 기본이며 핵심이다. 지상파 방송3사는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선거보도를 당장 중단하고, 대통령후보에 대한 정당한 검증에 대해 앞장서 보도함으로써 실질적 공정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태그:#민언련,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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