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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대선을 앞두고 삼성의 비자금 사건이 일파만파다. 삼성의 비리는 언젠가 터질 수밖에 없는 정경유착의 결과일 것이다. 그동안 삼성 밖에서 제기되었던 검은 돈에 의한 감추어진 부정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삼성 사태는 대선의 흐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회창 후보의 출마선언으로 선거의 판도도 부패와 반부패의 대결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12월 19일이 부패를 청산하는 날이 될지, 그 부패세력의 연장선이 될지,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 선거일이 부패청산의 날이 되길 희망하는 문국현 후보가 정의구현 사제단을 방문했다(5일 오후 4시).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간단명료한 답변으로 응했다.

 

“빨리 수사본부를 꾸려야 하고 총수 일가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번 삼성 사태는 참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바로 잡아야 희망이 있습니다.” 

 

10여명의 사제들과의 문 후보와 선거 캠프 관계자들과 대담이 진행되었다. 대담은 삼성그룹으로 쏠렸다. 목숨을 걸고 양심선언을 한 김용철 변호사를 우리 모두가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을 주고받았다. 전 세계는 부패와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선진국들은 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내부고발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내부고발자를 ‘귀찮은 일 만드는 사람’ ‘조직의 배신자’ 정도로 여기고 있다. 부패는 한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의 적이고 국가 경쟁력의 치명적인 독이다.

 

대담을 통해 대선 후보든 변호사든 성직자든 시민이든 삼성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을 대변하는 삼성이 깨끗한 기업, 자랑스러운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희망을 보았다. 요약 정리한 대담 내용은 아래와 같다.

 

문국현 후보: 우리 사회의 부패가 없어져야 약자들한테 희망이 생깁니다. 부패는 여성의 적이고 약자의 적이고 젊은이들의 적입니다. 그리고 중소기업이 부패에 크게 희생당하고 있습니다. 정의구현사제단이 87년에 독재정권 맞서 정치민주화의 큰 변화를 일으킨 것처럼 이번 삼성 비자금 사건은 경제민주화를 일으킬 단초를 놓으신 것입니다.

 

곽노현 교수: 12월 1일은 삼성그룹 창립 2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문국현 후보: 이 회장이 소환조사 받고, ‘제가 이런 부패세대의 마지막 회장이길 바란다. 제 자식들은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기업가가 되기를 바란다’며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하지 않을까요.

 

문규현 신부: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라고 김용철 변호사와 같은 분이 나오지 않았는가….

문국현 후보: 사제단에서 부패척결에 앞장을 서고 계시기에 창조성이 많이 올라갈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한 단계 올라가고 외국인 투자가 많아질 것입니다. 지금처럼 49% 이자를 안 쓰고 10%, 5% 이자를 쓸 수 있습니다. 66%의 고이자로 부도와 자살률이 높아지자 국회에서 기껏 했다는 게 49%입니다. 18%를 넘어가면 살인적인 이자입니다. 외국인의 직접투자가 적은 것은 부패가 큰 요인입니다. 그래서 부패에 관대하면 할수록 피해는 약자들이 입고 일자리도 줄어듭니다.

 

전종훈 신부: 지금 한국은 삼성공화국이잖아요. 이 삼성은 아무도, 심지어 일반 국민도 비판의 대상에서 제외시킵니다.  저희가 처음에 회의를 할 때, ‘진짜 목숨 내놓고 싸울 각오 아니면 하지 말아야겠다.’왜 삼성에 대해 모두가 침묵하는 것일까. 우리는 경제의 등식을 돈과 연결합니다. 사람이 중심인데 돈이 중심이에요. 그러니까 경제 문제를 건드리면 국민들이 호주머니가 얇아진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오늘도 벌써 삼성은 25장짜리 반박 보도 자료를 냈습니다. 이제 삼성이 반격하기 시작한 거죠. 그야말로 권력기관, 또 사람이나 구조로 움직일 수 있는 그런 곳은 뇌물이 안 뻗친 데가 없을 정도인데, 이런 검은 연대를 우리가 어떻게 끊어낼지,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지지하는 언론과 국민들이 많기에 희망적입니다.

 

문국현 후보: 몇 사람의 희생과 수고로 몇 천 만 명이 고생하지 않게 됩니다. 그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려면 부패가 구조적으로 사라져야 합니다. 건설부패 하나만도 연간 25조가 넘습니다. 그 돈을 교육 쪽에다 쓰면 대학까지도 무료로 하고도 남습니다. 에버랜드 사건은 상장된 기업의 5%의 주주가 회사를 통째로 자기 자녀에게 불법 상속하는 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확신을 가지고 가셔도 됩니다.

 

문규현 신부: 이제부터 우리사회에서는 떡값은 없습니다. 떡값이라고 하니까 죄의식이 없어져요. 뇌물인데, 그걸 떡값이라고 하니까 문제입니다.

유이규 신부: 내가 받으면 떡값이고, 네가 받으면 뇌물이라는 거죠.(허허….)

 

안승길 신부: 일주일동안 삼성문제로 난리인데 국회의원들의 반응은 거의 없는 것 같은데….

정범구 본부장: 정치권력도 교체 가능한 권력이 됐고, 통제받는 권력이 되었죠. 그런데 재벌은 정말 통제가 안 되는 권력이구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서 설명할 순 없지만, 삼성이 인맥과 여러 방법을 동원해 국회의원도 조직적으로 관리를 할 거라고 봅니다. 이제 과거처럼 정치적 억압을 사람들이 두려워하지 않잖아요. 국회의원들에게 금력의 회유는 아주 집요하고 음성적이기 때문에 그 덫에 걸리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죠. 삼성이 그런 밤의 공화국을 지배하고 있는 건데요, 이 어둠을 깨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데 많은 제약이 따를 것입니다.

 

문국현 후보: 그러니깐 정치인 손에만 맡기시면 안 됩니다. 국민운동으로 끌고 가야죠.

정범구 본부장: 저는 이 사건을 보면서요. 이태리 국영TV에 방영된 영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마피아가 이태리 국가, 가톨릭, 지배체제 전체에 침투해 있어서 어디가 적이고 아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삼성이 지금 우리 사회 전 방위에 걸쳐서, 특히 우리 사회 지배계층을 대상으로 인맥이면 인맥, 학맥이면 학맥, 돈맥이면 돈맥으로 하기 때문에 정의와 원칙과 기득권과 관계없는, 정의구현사제단에서 문제제기를 한 것은 너무도 잘 하신 것입니다.

 

문국현 후보: 저희가 윤리경제와 경제민주화를 꿈꾸며 투명성 포럼을 만들어 6년간 운동을 해 왔습니다. 지난 7월 초에 제네바에서 반기문 유엔 총장이 1천 명의 세계 경제 지도자들을 초대해서 반부패 선언을 했는데 한국에는 한 줄도 소개가 안 됐거든요. 우리나라만 고립화되고 반부패 전선에서 멀어지면 안 됩니다. 2009년 7월 1월부로 우리가 부패국가로 보이콧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중국보다 부패한 나라가 돼버렸거든요.

 

코피아난이 99년에 다보스에 모여서 전 세계가 20세기를 버리자, 부패와 전쟁의 세계를 버리고 평화와 반부패, 정의의 사회를 만들자 그래서 합의한 것이 2000년 7월에 서명이 됐습니다. 저희들은 사제단이 누가 봐도 자기 이익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지 않습니까. 그리고 삼성이 더 잘되게 하는 길입니다. 삼성은 비자금과 로비 때문에 항상 발목 잡혀 있거든요. 원죄 때문에, 그 다음 다음으로 원죄를 자꾸 연장시키고 있는 소수의 비서실과 구조본부 때문에 기업이 인질로 끌려가고 있는 거죠.

 

문규현 신부: 그래서 김용철 변호사님이 공범자라 고백했고, 고발자가 아니라 자수자라고 하는 거죠. 새로 나겠다는 모든 버림이 있을 때 분명히 다시 날 거에요.

 

문국현 후보: 저는 그 반부패 운동을 24년간 했거든요. 그래서 기업이 다 바꿨고, 부패가 사라지면 창조성이 올라간다는 것을 입증했거든요. 그러면서 연고나 로비 중심이 아니라 사람중심으로 가야 된다고 했죠. 이제 거대한 삼성이나 현대도 그렇게 갈 때가 됐습니다. 그래야 중소기업과 온 국민에게 희망이 있죠.

 

조영만 신부: 그 아성이 쉽게 안 무너질 텐데…….

문국현 후보: 지금이 그 때입니다. 진정으로 삼성을 걱정하는 김용철 변호사님을 보호하는 것 아주 중요할 것 같고요. 그리고 수사를 받도록 하게 하고, 수사본부는 만들어야 된다고 봅니다. 부패 개혁을 통해 경제민주화를 할 수 있는 하늘이 준 계기죠.

 

함세웅 신부: 87년, 그 당시에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이후 독재와의 싸움이었는데, 지금은 돈과 자본에 인간을 예속시키는 자본독재를 타파해서 인간이 중심이 되는 세상에 대한 소명이 주어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함께 뜻을 모아서 사람 중심의 세상을 넓히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박종근 신부: 삼성문제에 대해서 국회의원들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요.

정범구 본부장: 정동영후보가 오늘 아침에 반부패연석회의를 하자고 제안을 했는데요. 그게 주로 이명박 씨나 이회창 씨의 정치적 정적을 대상으로 한 반부패연대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희는 지금 불거진 삼성문제라든가 현안에 대해서 입장을 명확하게 좀 밝히고, 그런 연대를 한다면 좋겠는데요.

 

문국현 후보: 오히려 흐릴 가능성이 많습니다. 역사적 연관들이 많은 분들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번 대선에서 일차 바꾸고요, 부패 종식을 선언하고, 내년 4월의 총선에서 많은 물갈이가 돼서 이 시대의 정부나 정치와 경제, 또 언론의 부패를 걷어내야 됩니다.

 

안승길 신부: 이번에 지방의원들 수령액을 100프로, 70프로 올리는 것 보면서, 그것 봐라 이거에요. ‘정치하는 사람들 다 지 배 부르려고 정치하지, 무슨 국민을 위해서 정치해 웃기는 소리 하지 말아’ 이게 솔직한 민심입니다.

문국현 후보: 지금 말씀하신 그게 굉장히 중요한 민심인 것 같고요. 또 하나는 ‘부패했으면 어때, 나도 조금 부패와 관련되어 있는데’ 어떻게 감히 부패를 이 사회에서 없앨 수 있겠느냐, 그건 이상주의자들의 이야기다. 근데 선진국에서는 그걸 없앴거든요. 우리사회가 가야 만하는 당연한 길이죠. 현실적으로 부패를 척결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부패국가인’이 되고, 우리 후세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거잖아요. 이 부패를 종식시키면 정치도 다시 희망의 샘물이 될 수가 있는데요. 지금 정치가 희망의 샘이 아니라 그야말로 아주 더러운 곳인데, 그게 비자금과 로비의 정경유착 때문이거든요.

 

전종훈 신부: 반부패 사회 실천을 위해 힘차게 일합시다.
문국현 후보: 이번 선거에서 국민이 부패를 척결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김용철, #정의구현사제단, #문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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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 기자는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일꾼으로,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으로 2000년 6월 20일 폭격중인 매향리 농섬에 태극기를 휘날린 투사 신부, 현재 전주 팔복동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하고 있습니다. '첫눈 같은 당신'(빛두레) 시사 수필집을 출간했고, 최근 첫 시집 '지독한 갈증'(문학과경계사)을 출간했습니다. 홈피 http://www.sarang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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