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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을 가서 꼭 미술관을 둘러보고 싶었다면 당신은 어떤 정보를 참고하겠는가? 손에 든 작은 여행 가이드 서적? 물론 적어도 어느 미술관에 가면 무엇을 볼 수 있다는 정도를 아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사전 지식을 구하고자 한다면 가이드 서적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아무래도 먼저 미술관을 가본 사람의 안내를 받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에 대한 지식이 곁들여져 있다면 아는 만큼 더 보이니 관람하는 기쁨이 두 배로 늘어날지 모른다.

 

하다못해 동행자에게 ‘이 작품은 16세기 플랑드르 지방에서 흔히 보던 상징으로 가득 차 있지’라고 설명해 줄 수도 있을게 아닌가. <나의 꿈, 유럽미술관에 가다>는 이런 단순한 의미만 보더라도 유용성을 지닌 책이다.

 

사실 <나의 꿈, 유럽미술관에 가다>는 어떻게 보면 좀 어중간한 책이다. 미술도감은 아닌데 그림사진이 풍성하게 실려 있다. 미술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지침서는 아닌데 그림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설명이 있기도 하다. 여기에 여행지침서는 아닌데 미술관을 돌아보다가 간단한 요기라도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작은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는 달리 말하면 아기자기한 구성을 지닌 책이라는 얘기도 된다. 이런 유형의 책은 자칫하면 수많은 사진에 글 내용은 간소한 블로그 포스팅 같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가끔 여행 중에 있었던 가벼운 에피소드를 담으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을 자중하며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내용을 풍성하게 담아놓고 있다.

 

예를 들기 위해 이 책에 소개된 여러 미술관 중에 독일 쾰른 루트비히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보자. 처음에는 쾰른으로 가기까지의 기차 편에 대한 얘기와 기차를 타고 가면서 본 정경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담아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쾰른 대성당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가고 그 뒤편에 있는 루트비히 미술관으로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는 현대 미술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책으로는 마그리트, 뒤상, 프랭크 스탤라, 키엔홀츠, 몰덴버그의 작품을 사진으로 볼 수 있고 라우센버그, 피카소, 달리, 슈비터스, 말레비치 등 때로는 이름도 생경한 작가들이 수없이 소개된다.

 

이런 정신없는 열거에 숨이 막힐 지경이 되겠다 싶으면 저자도 독자도 쉬어가는 대목이 나온다. 미술관 1층에 위치한 레스토랑에 대한 얘기와 거기서 맛을 본 메뉴에 대한 소개는 소박하면서도 감질 맛이 있다.

 

그리고 남은 전시 작품에 대한 소개를 다하고 마지막에는 언제나 미술관의 주소와 전화, 홈페이지, 휴관일과 관람시간, 관람료 그리고 교통편에 대한 정보를 미술관 전경과 함께 박스로 소개한다.

 

이렇다 보니 아쉬운 부분도 있다.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은 부분에서는 스쳐 지나가듯 언급되기도 하니 마치 저자의 머리위에 달린 카메라로 영상을 보는 것만 같아 답답함을 느낄 때도 있다. 물론 그 아쉬움을 적극적으로 헤쳐 나가고 싶으면 이 책을 가지고 소개되어 있는 유럽의 미술관(엄밀하게 말하자면 서유럽의 미술관)을 직접 방문하면 된다.

 

<나의 꿈, 유럽미술관에 가다>는 미술관 기행서적으로서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으면서 부담스럽지 않게 기억에 담아둘만한 책이다.


나의 꿈, 유럽 미술관에 가다 - 젊은 미술사학도가 들려주는 유럽 미술관의 명화 이야기

허은경 지음, 삼우반(2007)


태그:#서평, #미술관, #허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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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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