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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일 4일 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정인열(29) 전국증권산업노동조합 코스콤비정규지부 부지부장의 모습.
 11월 1일 4일 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정인열(29) 전국증권산업노동조합 코스콤비정규지부 부지부장의 모습.
ⓒ 오마이뉴스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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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단식, 고공농성….

2007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몸에 불을 붙인 전기원 노동자 정해진(48)씨는 목숨을 잃었다. 또한 뉴코아노조의 박명수(36)씨는 이랜드 본사 인근 50m 높이의 교통CCTV탑에서 10일째 고공농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여기 또 한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목숨을 건 투쟁이 벌이고 있다.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 세워진 8m 높이의 철탑에서다. 11월 1일 그곳에서 정인열(29) 전국증권산업노동조합 코스콤비정규지부 부지부장의 단식 농성이 4일째를 맞았다. 앞서 19일 동안 단식 농성을 하던 이유근(34)씨는 지난 29일 쓰러졌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코스콤 간접 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한 지 51일째 되는 이날 오후 2시 20분, 정 부지부장을 만나기 위해 철탑 위로 올랐다. 철탑은 직경이 좁은 철봉과 합판으로 이뤄져 아슬아슬해 보였다. 또한 차가운 바람이 철탑을 흔들어댔다. 사다리가 없어 철탑의 뼈대를 딛고 올랐다. 손에 힘이 들어갔다. 철탑 꼭대기에서 정 부지부장이 기자를 맞이했다.

정 지부장은 3.3㎡(1평) 남짓한 공간에서 두꺼운 옷을 껴입고 있었다. 비닐로 바람을 막았지만 바람은 비닐을 가만두지 않았고, 그 사이로 바람이 계속 들어왔다. 바람이 찼다. 그곳에서 마주한 정 부지부장의 얼굴은 예상과 달리 매우 밝았다.

그래서 첫 질문은 '어떻게 단식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었고, "이온 음료만 먹고 있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1시간에 걸친 '철탑 위의 인터뷰'가 시작됐다.

단식 4일째... "각오하고 올라왔죠, 괜찮아요"

 정 부지부장의 얼굴은 예상과 달리 매우 밝았다.
 정 부지부장의 얼굴은 예상과 달리 매우 밝았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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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온 음료를 먹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정 부지부장은 "물만 먹다가 이틀 전 의사선생님이 진료하러 왔는데, 혈당이 낮아 위험하다면서 이온 음료를 먹으라고 했어요"라고 답했다.

- 얼굴이 밝네요?
"처음에는 힘들어서 잠만 잤어요. 지금은 괜찮아요. 저는 체력이 좋거든요. 배고프긴 하지만. 이유근씨는 19일이나 단식했죠. 살이 너무 빠져 놀랐어요. 그걸 각오하고 올라왔어요."

8m 높이는 건물 3층과 비슷했다. 밖을 내다보니 아찔했다. 난간이 없었다. "무섭지 않아요?"라고 물었다. 그녀는 "골조밖에 없어서 처음에는 무서웠어요, 많이 흔들리기도 했죠,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요"라고 전했다.

- 단식하겠다고 언제 마음을 먹었나요?
"29일 새벽에 조합원들이 사장실을 점거한 사이, 농성 망루를 지키러 올라왔어요. 그런데 이유근씨의 상태가 안 좋아져서 병원에 실려 갔죠. 그때 사장실 점거한 조합원 48명 다 연행됐는데, 그중 8명은 용역에게 맞아 코뼈가 부러지고 이가 나가서 병원으로 후송됐죠. 그 상황이 너무 화가 났어요."

그의 동료들은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의 가족은 어떨까? 그녀는 "부모님은 단식하는 것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가족들이 힘이 된다고 말했다.

"식구들이 농성장을 자주 찾아요. 며칠 전에는 커피 같이 마시면서 고구마를 주시기도 했죠. 지난 5월 지부가 생긴 후 한 달 뒤 가입했는데, 아버지가 노조를 빨갱이라고 하면서 반대를 했죠. 8월에 아버지가 제 수기를 보시고는 반대를 안 하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민주노동당 찍어야 하느냐고 말하더라고요."

분신 노동자 소식 들었어요? "비참했어요"

화제를 돌렸다. 단식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분신하는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궁금했다. 그녀는 노동자들의 분신 소식을 들었을 때 "비참했다"고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갑작스레 커졌다.

"인간 대우 해달라는 건데, 그 작은 요구를 들어주는 게 뭐가 그렇게 아깝다고, 노동자들이 분신, 단식하게 하고 철탑에 올라가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정 지부장은 이어 언론의 무관심에 대해서 큰 불만을 드러냈다. "축구선수 이혼한 얘기는 톱기사인데, 평생 억울하게 살다가 죽은 사람은 지면에 한줄 나올까 말까한다"며 소리를 높였다. 그녀는 자신이 품은 생각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드라마나 광고를 보면 돈 있는 사람만 인간답게 살고 돈 없는 사람은 살 가치가 없는 것처럼 나와요. 돈 없는 게 부끄러운 게 되죠. 제가 머리띠 두르고 '팔뚝질'하면 뭐 저런 사람들이 있냐고 생각하게끔 해요. 싸워서 막아야 해요. 안 그러면 더 심해지고 사람을 물건처럼 부리겠죠. 우린 개미처럼 살아가야 되겠죠."

입사 7년째 되는 날의 단식... "많이 울었어요"

 정 부지부장이 철탑 아래에 있는 동료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정 부지부장이 철탑 아래에 있는 동료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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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4일째에도 밝은 모습을 보였던 정 지부장. 며칠 전엔 많이 울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10월 30일이었다. 그날은 입사 7년 째 되는 날이었다.

"입사 7년 째 되는 날 고공철탑에 올라와 단식하고 있을지 상상도 못했죠. 입사 7년차가 되면 그동안 기쁜 일, 슬픈 일을 돌아보게 되잖아요. 기뻐해야 하는 날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친구들에게 코스콤 직원이라고 말도 못하고, 괜히 죄지은 것 같고 거짓말하는 것 같았어요. 그 상처가 얼마나 큰지…."

표정이 어두워졌다. 안경 너머 정 지부장의 눈이 흐릿해졌다. 많이 속상했는지 그동안의 서로운 일들을 담담히 이야기해 나갔다.

"코스콤이 비정규직법 시행 앞두고, 사무실에 파티션을 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눴어요. 내가 신분이 낮은건지, 봉건시대도 아니고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해서 많이 울었죠. 그동안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의 1/4 정도의 돈을 받는 것도 참았는데."

흔들릴지언정 결코 무너지지 않은 철탑

 철탑이 우뚝 선 지 23일째, 그동안 철탑은 흔들릴지언정 결코 무너지지 않고 굳건히 버티고 서 있다.
 철탑이 우뚝 선 지 23일째, 그동안 철탑은 흔들릴지언정 결코 무너지지 않고 굳건히 버티고 서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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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감사에서 코스콤의 위장도급이 지적됐는데요, 그 뒤 회사 쪽과 교섭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죠?
"코스콤은 국정감사에서 뭐라고 하든지 신경 안 써요. 교섭은 전혀 없어요. 대법원 판결 날 때 까지 가겠다는 거 에요. 알아서 해체하라는 거죠. 코스콤은 위장 도급 사례인데, 법률 자문 받아보니까 우리는 벌써 정규직화 됐어야 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사장은 뻔뻔하게 단식하고 있는 농성장 앞으로 출근해요. 사람 죽어가는데 대화 좀 하자고 출근하는 차량을 막아섰다니 듣지도 않고 차에서 자더라고요."

- 노동부에서 불법 파견 판정을 내려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요?
"노동부가 우리 편을 드는 것 가지만 그건 언론 플레이이에요. 노동부에서 불법파견 인정하고 싶지 않은데, 너무 사안이 심각하니까 불법 파견을 인정하고 있는 거죠. 사실 중요한 문제는 불법 파견이 아니라 위장도급이에요. 축소를 하고 있죠. 또 노동부에서 코소콤에 왜 비정규직이랑 교섭하느냐는 소리까지 했어요."

어느덧 인터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마지막으로 조합원들의 사기가 궁금했다. 월급은 두달째 나오지 않고 있었다.

- 처음에 96명이 파업에 참여했는데 지금은 몇 명인가?
"제명된 1명을 빼고 낙오자가 없어요. 연행을 세 번이나 당하고 무수히 폭행을 당했지만. 코스콤 문제는 곪고 썩은 게 터진 것이죠. 여기 사람들은 길게는 20년 동안 차별을 받아왔어요.

경제적으로 힘들기는 해요. 연봉이 2000만원인 저는 미혼이니까 괜찮은데 가장들은 많이 힘들어 하죠. 그래서 11월 6일 주점을 하고 판매도 해서 생계비를 모을 생각이에요."

"계속 싸울 것"이란 대답을 끝으로 듣고는 철탑에서 내려왔다. 찬 바람이 철탑을 때리고 있었다. 철탑이 우뚝 선 지 23일째, 그동안 철탑은 흔들릴지언정 결코 무너지지 않고 굳건히 버티고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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