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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물든 가을 단풍
▲ 가을을 물들인 붉은 물결, 떠나는 가을을 붙잡으러 가자 아름답게 물든 가을 단풍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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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매체를 통해 단풍이 남하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는 순간부터 이미 가을의 정취를 느낀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며 연두빛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 생동감으로 눈을 즐겁게 해준다면, 단풍과 함께 찾아오는 가을은 강렬한 색감으로 눈을 즐겁게 해준다.

어느새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이제 원색의 물결이 일렁이는 가을의 빛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얼마 남지 않은 가을 흔적을 '만끽' 해야 하지 않을까?

설악산·내장산 같은 내로라하는 수많은 가을 명소들은 큰 맘 먹고 떠나지 않으면 안 되고, 가더라도  팔도사람 다 모여 사람구경 반 단풍구경 반이다. 하지만, 가까운 주변에도 가을을 여유있고 충분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 있으니 이제 그 곳으로 가보자!

[파주-자운서원] 황금 나라를 방불케 하는 은행 나무 숲

자운서원 경내의 가을풍경
▲ 자운서원에서 느껴보는 가을 자운서원 경내의 가을풍경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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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서원 경내에는 수령이 수백년된 느티나무 두 그루가 당당하게 서 있다.
▲ 자운서원 경내의 고풍스런 느티나무 자운서원 경내에는 수령이 수백년된 느티나무 두 그루가 당당하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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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법원읍에는 자운서원이 있다. 율곡 이이 선생의 위패와 영정이 모셔진 곳으로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철거되었다가 1970년대 복원된 곳이다.

자원서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좁은 2차로다. 차들의 흔적도 많지 않아 벼이삭이나 고추·깻단들이 해를 바라보며 하며 자리를 차지하기 일쑤다.

자운서원 내에는 여러 볼거리가 많다. 율곡 이이선생과 어머니인 신사임당의 유물이 보관된  율곡전시관이 있고, 자운서원이 자리잡고 있는 자운산 숲속 초입에는 율곡 이이 선생 내외와 부모를 비롯한 13기의 묘소가 자리잡고 있다. 

자운서원 안으로 들어서면 서원이 1970년대 복원되었음을 금세 눈치챈다. 사람이 다니는 딱딱한 느낌의 보도블록길이 구획을 지어 길게 나 있고, 그 주변은 반듯반듯한 잔디밭이 조성되어 있다. 무뚝뚝한 2층의 콘크리트 건물인 율곡기념관은 이런 정형화된 모습과 오히려 어울린다.

율곡전시관을 지나면 가을의 흔적은 절정에 이른다. 율곡묘소 입구와 자운서원 주변의 은행나무는 마치 황금의 나라를 방불케 한다. 자운서원의 '솟을삼문'에 들어서면 마치 수문장처럼 우람한 느티나무가 양 옆으로 서 있다. 가을의 색감을 뿜어내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느티나무가 눈을 뿌려주 듯 만들어낸 가을의 흔적은 자운서원을 돌아다니는 내내 흐뭇하게 한다.

[포천-유명산] 억새의 장관에 취하고 싶다면...

명성산은 억새군락과 단풍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명소다.
▲ 명성산에서 느껴보는 가을 명성산은 억새군락과 단풍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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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산 억새군락에서 자인사코스로 하산하면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소나무 숲길
▲ 자인사 입구의 소나무 숲길 명성산 억새군락에서 자인사코스로 하산하면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소나무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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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갈비와 막걸리로 유명한 경기도 포천의 명성산은 더할 나위없는 가을의 명소다. 가을에는 단풍 못지않게 억새의 풍경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억새를 보기 위한 명성산 산행은 당신의 가을을 좀 더 특별하게 해줄 것이다. 산행 후 산정호수를 따라 가벼운 산책을 즐기고, 하루의 즐거운 기억을 안주삼아 가벼운 이동 막걸리로 술 한 잔 나누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명성산을 등반 코스로는 등룡 폭포-자인사 코스를 추천한다. 단풍구경을 하며 쉬엄쉬엄 수월하게 오르려면 등룡 폭포 코스로 오르는 것이 좋다. 등룡 폭포 코스보다 완만해 산책길 같은 코스가 있긴 하지만, 인근 군부대 사격장이 위치해 있어 가끔 통제되기도 한다.

1시간 반 정도를 오르면 억새의 장관이 펼쳐진 능선에 도달한다. 팔각정이 있는 곳까지는 한 편의 영화를 찍어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때마침 푸르고 맑은 하늘이라면 더더욱 아름답다.

하산할 때는 자인사 쪽으로 내려가는 것이 좋다. 급격한 경사와 암반이 많아 자칫 다칠 수도 있지만, 조심히 내려간다면 명성산에서 맛보는 또 하나의 풍경을 만나게 된다. 바로 자인사 입구에 펼쳐진 소나무 숲이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소나무가 자인사 입구까지 빽빽하다. 상큼한 소나무 향이 주변에 가득하니 깊은 호흡을 하는 횟수가 잦아진다. 산으로 힘든 심신이 가뿐해지고, 기분마저 상쾌해진다.

[양평-용문사] 용문사에서 느끼는 세가지 즐거움

용문사 입구부터 경내까지 단풍의 절경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 용문사 입구에서 느껴보는 가을 용문사 입구부터 경내까지 단풍의 절경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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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이 약 1200년 된 은행나무와 주변 단풍 풍경은 큰 대조를 이룬다
▲ 용문사 경내에서 바라본 용문산의 단풍 수령이 약 1200년 된 은행나무와 주변 단풍 풍경은 큰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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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향기가 더욱 깊어지는 지금,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의 용문사를 찾아가 보자.

용문사를 찾아가는 가을의 길에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 하나는 용문사 일주문까지 이어진 은행나무 터널이고, 그 다음은 용문사 경내까지 계곡을 타고 이어지는 단풍길이다. 마지막은 용문사 경내의 거대한 은행나무와 어우러지는 단풍의 절경이다.

용문사의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30호로 지정되어있고 높이만도 62m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도 흔치않은 명물 중 하나다. 1000년도 넘게 살았다는 은행나무는 단풍의 절경이 한창인 용문산의 산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푸름이 가득하다. 수령도 오래된 데다 아무래도 거대한 나무의 곳곳까지 영양분이 고루 가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용문산 산행을 하지 않더라도 가을만끽을 할 수 있는 멋진 곳이다.

[화성-융건릉] 영화 <러브스토리>처럼 낙엽밭에 누워보자

조선 정조와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잠들어 있는 화성 융건릉
▲ 고즈넉한 융건릉의 풍경 조선 정조와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잠들어 있는 화성 융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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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붓한 느낌을 가득 안고 있는 융건릉의 소나무 숲길.
▲ 융릉과 건릉을 오가는 소나무 숲길 오붓한 느낌을 가득 안고 있는 융건릉의 소나무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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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스산하고 호젓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왕릉만한 곳이 없다. 가장 길지로 알려진 곳에 조성된 조선시대 왕들이 잠들어 있는 곳. 왕이 잠들어 있는 곳이니만큼 수려하고 빼어난 풍경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에는 조선 후기 군주였던 정조와 뒤주 속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가 잠들어 있는 융건릉이 자리 잡고 있다.

융건릉 입구를 들어서면 곧 갈림길이 나온다. 한쪽은 융릉(사도세자의 능)으로, 다른 한쪽은 건릉(정조의 능)으로 향하는 길이다. 고민할 필요는 없다. 발길이 닿는 대로 내딛으면 한걸음 발자국 속에서도 가을이 풋풋하게 묻어난다.

융건릉에서의 또 다른 맛은 푹푹 밟히는 낙엽이다. 길을 조금만 벗어나도 낙엽이 가득가득하다. 영화 <러브스토리>의 눈 속으로 파묻히는 장면처럼 팔을 하늘로 높이 든 채 뒤로 넘어져본다. 한 잠 늘어지게 자고 싶을 정도로 편안한 침대가 따로 없다.

[서울-선정릉] 도심 속,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곳

선정릉 제실 근처에 있는 은행나무가 가을의 기운을 맘껏 발산하고 있다.
▲ 선정릉에서 전하는 노란 가을 풍경 선정릉 제실 근처에 있는 은행나무가 가을의 기운을 맘껏 발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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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한적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선정릉의 산책길.
▲ 가을이 무르익는 선정릉의 아름다운 길 도심 속 한적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선정릉의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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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건물과 북적이는 사람들이 많은 서울 한복판에도 '가을 만끽'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조선의 성종과 중종이 잠들어 있는 서울 강남구의 선정릉이다. 우뚝 선 건물들이 사방을 가로 막고, 북적이는 속세가 지척이지만, 선정릉에 들어서면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 고요하다.

오히려 새소리만이 그 정적을 깨니 바로 쓸쓸한 가을 길을 따라 사색하기 좋은 곳이다. 곳곳에 놓인 벤치와 바람 한줄기에 주변을 서성이는 낙엽들의 조화는 가을에만 느낄 수 있는 선물이다.

선릉과 정릉은 낮은 언덕을 넘어야 한다. 늦가을의 오후 풍경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쓸쓸함의 극치를 맛볼 수 있다. 어느새 정릉을 휘돌아 재실 주변에 이르면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가을다운 풍경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눈처럼 나부끼는 은행잎을 맞아보았는가! 하늘거리며 떨어지는 은행잎이 발아래 채이면, 노란 빛깔의 화사한 융단을 밟는 듯 하다.


태그:#자운서원, #명성산, #선정릉, #융건릉, #용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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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글과 사진을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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