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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29일 오전 서울 제기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인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조성에 관한 양심고백 내용을 발표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29일 오전 서울 제기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인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조성에 관한 양심고백 내용을 발표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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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수년에 걸쳐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관리해왔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삼성은 최근까지도 전·현직 임직원들 몰래 은행과 증권사에 차명 계좌를 만들어 관리했으며, 이들 계좌수만 1000여 개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삼성 비자금의 존재가 사실일 경우, 그동안 정도와 투명경영을 외쳐온 삼성의 도덕성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또 비자금의 사용처를 둘러싼 논란도 거세질 전망이다.

물론 삼성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내년으로 그룹 창립 70년을 맞는 삼성은 올 들어 잇단 구조조정과 실적 악화에 이어 그룹 고위간부의 비자금 폭탄선언으로 또 다시 술렁이고 있다.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 조성...증권과 주식 등 50억원 상당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29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용철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전 법무팀장 금융거래 관련 계좌 내역 등을 공개했다. 하지만 김 전 팀장은 이날 회견에 모습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사제단의 김인국 총무신부는 "일주일 전에 김 변호사가 사제단을 찾아왔다"면서 "자신의 허물과 회사의 비리를 낱낱이 고백했으며, 거대권력 기업이라 할 수 있는 삼성의 엄청난 비리와 구조적 부패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제들은 그의 참회어린 고백을 들으면서, 고민에 빠졌다"면서 "개인의 번뇌로 듣고 말 것인지, 아니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이 더 큰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고민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삼성을 위해 후자의 길을 택했다면서 기자회견의 배경을 설명했다.

사제단 쪽은 이날 공개한 자료를 통해 "3년 전에 퇴직한 김 전 팀장 계좌에 본인도 모르는 50억원대의 현금과 주식이 들어 있었다"면서 "이는 분명히 불법으로 조성된 비자금"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3장의 이자소득 명세서와 굿모닝신한증권의 잔고확인서 등의 사본을 공개했다.

김 변호사와 사제단의 주장은, 삼성쪽에서 김 변호사의 동의 없이 은행과 증권사 등에 계좌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비자금을 관리하거나 자금 세탁용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 "나도 모르게 삼성전자 주식 보관해 인출" 주장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그룹 본관건물앞에 내걸린 삼성그룹 깃발.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그룹 본관건물앞에 내걸린 삼성그룹 깃발.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그룹 본관건물앞에 내걸린 삼성그룹 깃발.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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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50억원이라는 금액은 어떻게 나왔을까.

김 변호사가 내놓은 자료 가운데, 굿모닝신한증권 도곡지점에서 보낸 '주식잔고확인요청서'가 일단 눈에 띈다. 계좌번호는 012-01-112XX로 돼 있고, 계좌명은 '김용철'로 돼 있다. 지난 2004년 11월 4일 기준으로 삼성전자 주식 26억6820만4500원어치(6071주)가 김 변호사 소유로 돼 있다.

이밖에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을 비롯해 국민, 하나은행 등에 김 변호사 이름으로10여 개의 계좌도 있다.

특히 우리은행 삼성센터 지점의 경우 지난 2006년에 이자 소득이 무려 1억8185만4326억원이나 발생한 것으로 돼 있다. 소득세가 2545만9560만원에 달할 정도였다. 금융권에서 해당 계좌를 저축예금으로 가정할 경우 이자율(4.7%)을 적용할 경우, 예금액은 50억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최근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소득세를 낸 적도 없으며, 삼성쪽에서 대신 납부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나도 모르게 삼성전자 주식이 보관돼 있다가 인출됐다"면서 "내 이름의 계좌였음에도 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제단, "삼성과 검찰의 태도 봐가며 추가 폭로할 것"

흥미로운 사실은 또 있다. 같은 삼성센터 지점에서 최근까지 김 변호사 이름으로 17억원의 돈이 예치돼 있었다는 것이다. 계좌번호는 1002-635-117357. 올 8월 27일에 통장이 만들어졌으며, 17억원이 입금됐고 다음날인 28일에 '삼성국공채 신매수' 자금으로 빠져나갔다는 것.

김 변호사는 "올 7월에 주민등록증을 분실하고, 8월초에 재발급 받았는데도 내 동의없이 계좌를 신규로 만들었다"면서 "과거에 그룹에 제출된 주민증 복사본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겨레21>에서 밝혔다.

김 변호사는 또 자신 명의의 또 다른 계좌들에 대해 추가로 확인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회견을 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쪽도 검찰에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검찰과 삼성의 태도에 따라 추가로 자료를 낼 수도 있다도 입장을 보였다. 사제단의 김인국 신부는 "삼성의 불법 비자금 조성과 내역에 대해 검찰에서 즉각 수사를 벌어야 한다"면서 "향후 검찰과 삼성 등의 태도를 봐가며 추가로 자료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 신부는 "87년 민주항쟁 20년을 맞아, 그때의 열정을 다시 살려 제2 민주주의 운동, 경제정의민주주의 운동을 펼치고자 한다"면서 "모든 기업이 책임있고, 투명한 기업이 되도록 성원하며, 나아가 삼성 재벌과 검찰이 새롭게 태어나도록 재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사실무근... 개인간의 거래일뿐"

한편, 삼성그룹은 이날 오전 공식적인 반응은 꺼리고 있다. 하지만, 김 변호사의 주장대로 삼성의 조직적인 비자금 관리에 대해선 "사실무근"이라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 전략기획실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조사를 벌였고, 김 변호사 차명으로 50억원이 있는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 돈이 삼성그룹의 회사 자금이 아니며, 다른 개인의 돈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김 변호사가 회사에 있을 때 재무팀 한 임원이 그 이름으로 돈을 넣어둔 것이고, 그 임원은 다른 한 재력가의 돈을 위탁받아 관리해왔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현재 이 돈을 관리해온 재무팀 소속 임원의 신분을 공개해도 되는지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향후 검찰에서 수사가 이뤄질 경우, 실제 돈의 주인이나 성격 등이 가려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삼성쪽은 김 변호사가 내놓은 자료와 내용 등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를 벌인 후, 향후 법적 대응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삼성은 올 12월로 삼성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20년과 내년 3월 삼성그룹 창립 70주년을 맞는다. 70년 역사상 처음으로 터져나온 내부 고발에 따른 비자금 의혹의 실체가 규명될 지 관심거리다.

▲ "삼성, 검찰의 태도 봐가며 추가 폭로할 것"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29일 오전 서울 제기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인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조성에 관한 양심고백 내용을 발표했다.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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