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팀 선수들은 2차전에서 이미 한차례의 충돌이 있었다.

양 팀 선수들은 2차전에서 이미 한차례의 충돌이 있었다. ⓒ SK 와이번스

25일 잠실에서 벌어진 SK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 간의 한국 시리즈 3차전, 시리즈 내내 격렬한 신경전을 벌였던 양 팀 선수들은 결국 최악의 한국시리즈를 만들어 냈다. 

 

이날 두산의 선수들은 2차전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안경현의 백넘버를 모자에 새기고 그의 몫까지 최선을 다하겠노라며 파이팅을 다짐했으며 부상으로 시즌 내내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던 이혜천이 한국시리즈를 통해 올 시즌 처음으로 마운드에 올라왔다.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2루타성 안타를 때려내고도 1루로 절뚝거리며 걷다시피 뛰어 들어갔던 김재현이 1회 적시타를 때리고 1루를 돌아 시원하게 2루로 내달리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분명 승부는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이 아름답게 전개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 잠실에 그런 드라마는 없었다. 애시 당초 자신들에게 그런 것들을 기대한 게 잘못이었음을 이들은 온몸으로 보여줬다.

 

선수들 분노 배출하는 쓰레기장 된 한국시리즈

 

시리즈를 치르는 내내 원수를 만난 듯 으르렁거리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불안하기만 했던 양 팀 선수들은 결국 폭발했다. 시리즈 내내 문제가 됐던 몸쪽 공은 이날도 여지없이 문제를 일으켰다.

 

5회 두산의 최준석이 SK의 투수 마이클 로마노가 던진 공에 맞고 쓰러졌으며 6회에는 SK의 정근우가 두산의 투수 이혜천의 공에 맞고 출루를 했다. 6회 실책 등으로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무려 7점이나 내준 두산의 투수 이혜천은 타석에 들어선 김재현의 몸 쪽으로 공을 던졌고 9점차의 점수에서 고의성이 짙은 위협구를 던진 것이라고 판단한 김재현은 바로 마운드를 향해 걸어나갔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와 난투극을 벌였다.

 

이미 이날까지 한국시리즈에서 7개나 몸에 맞는 공을 맞은 두산 선수들은 공에 맞지도 않은 김재현이 과민 반응을 보인다며 흥분을 했고 SK 선수들은 눈에 빤히 보이는 고의성 짙은 빈볼을 던졌다며 맞대응을 한 것.

 

선수들 간에 멱살잡이와 주먹이 오고 가고 관중석에서는 물병이 날아들었다. 방망이를 집어던지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해 연신 상스러운 욕을 내뱉는 선수들도 있었다. 이런 장면들은 아무런 여과없이 전국에 생중계가 되었다.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잔치가 되어야 할 한국시리즈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렸다.

 

KS 3차전 승부 갈린 운명의 6회초

2연패로 벼랑으로 몰린 상황에서 이날 3차전마저 내줄 경우 사실상 한국시리즈 우승의 꿈을 접어야 했던 SK는 6이닝 4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의 호투로 두산 타선을 봉쇄한 선발 투수 마이클 로마노와 6회에만 어처구니없는 실책 3개를 저지르며 자멸한 두산 수비의 도움으로 9-1로 승리. 역전 우승을 향한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를 살려낼 수 있었다.

 

5회까지 팽팽하게 진행 됐던 3차전, 양 팀의 운명은 6회초 SK의 공격에서 갈렸다.

 

2-0의 불안한 리드 속에 공격에 나선 SK는 6회에만 안타 4개와 몸에 맞는 공 1개 상대 실책 3개를 얻어내며 대거 7득점, 순식간에 9점차로 달아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SK는 6회 무려 11명의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반면 6회초 두산은 유격수 이대수가 어이없는 실책 3개를 연달아 기록하며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기록되지 않은 실책을 포함하면 이대수는 6회에만 4번의 결정적인 수비 실수를 저질렀다. 23일 벌어졌던 2차전에서 공수 완벽한 활약으로 팀 승리를 이끌며 '영웅'으로 떠올랐던 이대수가 불과 이틀 만에 팀 패배의 원인을 제공한 '역적'이 된 것이다.


 

잘잘못을 따질 필요가 없다. 건수만 있으면 바로 뛰쳐나가 싸울 준비를 하고 있는 양 팀 선수들에게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는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한국시리즈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태도는 폭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폭력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들에게 프로야구 존재의 근본 이유인 팬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왜 팬들이 이런 위태로운 한국시리즈를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봐야 하는가.

 

가까스로 그라운드가 진정되고 이미 6회에 정근우에게 던진 몸쪽 공으로 오석환 주심으로부터 '1차 경고'를 받은 투수 이혜천이 퇴장당하는 걸로 다시 경기는 속개됐지만 과연 앞으로 이들이 한국시리즈를 아무런 사고 없이 올바로 끝낼 수나 있는 건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나 양 팀의 수장들은 프로야구 최고의 잔치인 한국시리즈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선수들의 분노를 배출하는 쓰레기장이 될 때까지 방치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한다.

 

이런 선수들을 위해 목 터져라 응원을 보내고 가슴을 졸이며 경기를 기다리는 팬들을 한 번쯤은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선수들에게 한국시리즈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승부겠지만 팬들에게도 한국시리즈는 평생에 남을 소중한 기억이 돼야 한다.

2007.10.26 08:22 ⓒ 2007 OhmyNews
한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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