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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를 집중 비판하고 있는 뉴라이트 계열의 10월 22일자 <뉴데일리> 기사.
 <오마이뉴스>를 집중 비판하고 있는 뉴라이트 계열의 10월 22일자 <뉴데일리> 기사.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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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라이트 언론인 <뉴데일리>가 자유주의연대 발간 <권력 저널리즘의 꽃, ‘코드방송과 괴물 포털’>을 연재하고 있다. 10월 22일에 보도된 이 시리즈의 제12부는 ‘오마이뉴스와 양아치 그리고 개구리’다.

그런데 이 기사에서 “왜곡 편파보도와 포퓰리즘 선동”이라는 소제목 하에 필자의 2006년 12월 4일자 기사인 <안병직·이영훈, 일본 돈 받은 ‘식민지 연구’>에 대해 근거 없는 왜곡을 일삼고 있기에, 이 부분과 관련된 <뉴데일리> 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필자의 2006년 12월 4일자 기사는 학자가 일본 기업의 자금 지원을 받아 연구를 수행한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기사가 아니었다. 이 기사에서 쟁점화한 것은, 한국인인 안병직·이영훈 교수가 일본 도요타재단의 지원을 받아 식민지 근대화론에 관한 연구를 수행한 사실이었다. ‘일제식민통치도 그런 대로 괜찮았구나’라는 결론을 도출할 소지가 있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연구하면서 한국 학자가 일본 자금을 사용한 것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것이었다.

그 기사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한국 학자가 일제 식민통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면 자기 비용으로 그런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그리고 일본인 학자가 그런 연구를 수행한다면, 누구 돈을 받고 하든지 간에 문제 삼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초국가적인 사고를 가져야 할 지식인의 입장에서 자신의 연구에 도움만 된다면 한국 기업의 돈을 받든 일본 기업의 돈을 받든 기본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도 최소한의 윤리가 개재되기 마련이다.

한국 사회의 도움 위에서 학자로 성장한 한국 지식인이 일본 기업의 돈을 받아 일본의 식민통치를 합리화하는 연구를 한다면, 그것은 학자로서의 기본 윤리에 위배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필자가 그 기사에서 문제 삼은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데 <뉴데일리> 기사의 공동 필자인 자유주의연대 최홍재 조직위원장과 정치웹진 <뉴라이트폴리젠> 김배균 조직위원장은 <오마이뉴스> 기사의 기본 취지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는지, 안병직·이영훈 기사에 대해 근거 없는 왜곡보도를 내보냈다. 이 중에서 눈에 띄는 부분 세 군데만 지적하기로 한다.

안병직 교수를 친일파로 몰지 않았다

첫째, <뉴데일리> 기사에서는 위의 <오마이뉴스> 기사가 안병직 교수를 친일파로 몰았다고 하지만, 이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일본 자금을 받아 식민통치를 평가한 행위는 연구자의 윤리에 위배된다고 했지, 안병직 교수를 친일파라고 하지는 않았다. 학문 윤리를 위배한 지식인이라고 비판했을 따름이다. 

그리고 뉴라이트 인사들은 친일파라는 비판보다는 학문윤리 위반자라는 비판이 오히려 더 무서운 것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친일파는 민족윤리를 위반한 사람이지만, 학문윤리 위반자는 직업윤리를 위반한 사람이다.

초국가적인 사고를 가져야 할 학자에게는 민족윤리보다도 어쩌면 직업윤리(학문윤리)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필자는 안병직·이영훈 교수에게 ‘낮은 단계’의 민족윤리를 갖고 비판을 가한 게 아니라, ‘높은 단계’의 학문윤리를 갖고 비판한 것이었다.

필자는 두 교수에게 높은 단계의 비판을 가했는데 <뉴데일리>에서는 필자가 낮은 단계의 비판을 가했다고 왜곡하고 있으니, 이는 혹 필자를 두둔하기 위해서일까?

둘째, <뉴데일리> 기사에서는 안병직·이영훈 교수가 <근대조선의 경제구조>나 <근대조선 수리조합 연구> 등의 서문에 지원비 수수를 명시한 점을 근거로, 이러한 행위가 별다른 문제점이 없다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

하지만, <뉴데일리>에서 간과한 사실이 있다. 책의 서문에 연구비 수수 사실을 밝히는 것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런 조건이 아니라면 어느 기업도 학자에게 연구비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두 교수가 연구비 지원을 '밝혔다'는 점이 아니다. 정말로 문제가 되는 것은, 식민지 근대화론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일본 자금을 받은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다는 그 '당당함'이다. 물론 책을 낼 당시는 군부정권의 집권기라서 설마 그것이 훗날 문제가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오마이뉴스> 기사가 나가고 난 뒤의 후일담을 하나 소개하기로 한다. 기사가 나간 지 약 1주일 후에 어느 학자가 필자에게 동료 학자들의 분위기를 전달해주면서 “그전에는 일본 자금 받은 학자들이 이를 공공연히 자랑하고 다녔지만, 요즘은 그런 사실이 드러나지 않을까 하며 도리어 전전긍긍해 한다”면서 “안병직 교수에게 자금을 지원한 도요타 재단보다도 훨씬 더 우익적인 모 일본 재단에서 자금을 받은 학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학계의 분위기를 소개하는 것은, 위 기사가 나간 이후로 많은 학자들이 일본 자금을 지원받는 것에 대해 좀 더 신중해졌음을 알리기 위함이다. 연구비 제공처를 밝히기만 하면 어떤 연구를 수행하든 간에 연구윤리에 전혀 문제가 없다면, 학자들이 과연 이러한 반응을 보였을까?

연구비 수수 사실을 밝혔든 안 밝혔든 간에, 일본 자금을 갖고 식민지근대화론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은 문제 있는 행동이라는 데에 대해 공감대가 존재하고 있기에 이런 반응이 나온 게 아닐까?

셋째, <뉴데일리> 기사에서는 안병직 교수가 일본 돈을 받은 것과, <오마이뉴스>가 일본 기업과 제휴하는 것이 마치 동질적인 것이라는 식의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과 제휴한다고 해서, 식민통치에 관한 재평가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을까? 한·일 기업 간의 단순한 제휴는 식민통치에 관한 한국사회의 평가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일본 자금으로 식민지근대화론을 연구하는 것은 그에 관한 한국사회의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차원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한국인이 일본인 혹은 일본 기업과 제휴하는 것만으로도 민족윤리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면, 지금 당장에 공격을 받을 사람들은 진보·개혁 진영이 아니라 뉴라이트계의 인물들일 것이다. 뉴라이트계 인물들은 진보·개혁 진영보다도 자신들이 일본측과 더 많이 교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출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논리는 결국 누워서 침 뱉기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한·일 두 기업 간의 정상적인 제휴를 친일행위인 것처럼 몰아붙인다면, 그것은 한국경제의 발전을 가로막는 반국가적인 행동이 아닐까? 뉴라이트계 인사들은 사물을 합리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길러야 할 것이다.

한·일 두 기업 간의 정상적인 제휴가 친일행위?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오마이뉴스>의 안병직·이영훈 기사에 대한 <뉴데일리>의 보도는 터무니없는 왜곡 보도에 지나지 않는다. <뉴데일리>는 <오마이뉴스> 왜곡 보도의 사례로서 안병직·이영훈 기사를 거론했지만, 필자가 보기에 그것은 <뉴데일리> 왜곡 보도의 사례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한국 사회의 지적 수준이 높아지고 독자들의 수준이 날로 높아지는 이때에, 다른 언론의 글을 비판할 때에는 성급히 비판부터 하려 할 게 아니라,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글을 읽어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비판력보다 중요한 것은 독해력이다. 뉴라이트 인사들에게는 이것이 더 시급하다.  


태그:#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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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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