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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 앙증맞다.”


색깔이 어찌나 빨갛고 선명한지,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온통 붉은 색이니, 그렇게 돋보일 수가 없다. 어디 그뿐인가? 크기는 왜 그렇게 앙증맞은지 꽉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다. 어찌나 예쁜지, 가슴이 설렌다. 나도 저렇게 곱고 멋있었던 때가 있었을까? 꽃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저절로 든다.

 

 

꽃은 담장을 타고 올라가는 넝쿨 식물이었다. 처음 보는 꽃이어서 그 이름은 알 수 없다. 나팔꽃은 너무 커서 귀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고마리 꽃은 너무 작아서 또 그렇다. 그런데 크기가 작지만 붉은 색깔로 우뚝한 꽃은 우주를 가슴에 안고 있었다. 나라는 존재도 저렇게 돋보이던 때가 있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거울 속에 들어 있는 사람이 낯설다. 누구일까?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기는 하지만 알 수가 없다. 분명 나를 비추고 있는데, 거울 속에서 바라보고 있는 얼굴은 내가 아니다. 마법이다. 열정은 살아 넘치고 있는데, 거울 속의 얼굴은 주름살 투성이다. 저것은 분명 할아버지의 몰골이지, 활기 넘치는 나의 모습은 아니다.

 

영혼은 아직도 팔팔하다. 무슨 일이든지,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일 뿐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 부소산성을 답사하고 난 뒤에 발바닥에 물집이 생길 정도로 쇠락해져 있다. 영혼과 육신은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영혼이 추구하고 있는 것과 육식이 모습이 일치하지 못하는 것이다.

 

 

육신을 갉아먹고 있는 것은 세월이다. 시나브로 영역을 확장시켜가고 있는 세월은 무서운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것에서 벗어나려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보지만, 별 소용이 없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스며들어서는 그 흔적을 남겨버리는 것이다. 소리 없이 찾아오지만, 세월이 놀다 간 자리에는 분명하고도 확실한 족적들을 남겨둔다.

 

깊게 파인 주름살이 바로 그것이며 조금만 무리해도 피곤해지는 것이 바로 그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생활하는데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왜 이럴까? 생각하고 돌아다보면 어김없이 그 곳에는 세월이 웃고 있다. 약을 올리면서 비웃고 있는 것이다. 세월을 좋아할 수가 없다. 벗어나고 싶지만, 그 것은 불가능한 일 아닌가?

 

영혼은 아직도 힘이 넘치고 있다. 영혼이 힘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은 꿈과 이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추구하는 것이 있고 성취해야 할 일이 산처럼 넘쳐나고 때문에 늙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할일이 태산인데, 게으름을 피울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나가야 한다. 그리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넘친다. 그래서 힘이 펄펄한 것이다.

 

영혼과 육신이 일치하지 못하니, 난감하다. 자괴감도 생기고 황당한 일을 당하기도 한다. 영혼과 육신의 불일치는 생활 리듬을 파괴한다.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일치하지 못하고 상반되는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래야 삶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시나브로 먹혀버린 육신을 부정한다 하여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영혼의 열정을 앞세워 아무리 강조해도 소용이 없다. 타협이 필요하다. 육신을 인정하면서 이상을 지속적으로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되고 평안한 삶을 유지하는 비법이기도 하다. 수용하면서 극복해나가야 한다.

 

빨간 꽃이 마음을 잡는다. 우뚝하여 가슴에 박힌다. 영혼을 감동으로 몰아가는 꽃처럼 내 인생도 그렇게 만들고 싶다. 세월에 먹혀버린 육신을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 육신과 영혼의 갭을 좁혀서 조화를 이루어야 꽃처럼 빛날 수 있다. 나를 위하여, 그리고 살아가는 것을 아름답게 하기 위하여. 꽃이 참으로 돋보인다.<春城>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완주에서 촬영


태그:#늙음, #육신,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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